독서가 실행이 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답게 살기 시

by 오동근

분명히 좋은 책을 읽었고 읽는 동안 책 속 문장에 밑줄까지 그어 두었는데 덮고 나면 이상하게도 내 삶은 왜 그대로일까요. 그러다 어느 날, ‘배운다는 건 모방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멈칫했습니다. 모방이라니 왠지 주체적이지 못한 단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모방을 ‘그대로 따라 하기’라고 오해하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애초에 제대로 모방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읽고 감탄만 했지 삶에 대입해 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예전에는 고전을 읽으면 경건해졌습니다. 위대한 사람의 말이니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기만 하면 될 것 같았지요. 그런데 막상 현실에 적용하려고 하면 막막했습니다. ‘공자의 삶을 따르라’는 말이 지금 직장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책 속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그 원리를 나의 현실에 적용해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를 갖추라’는 말을 읽으면 과거의 형식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자리에서 존중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것이더군요. 저는 회의 자리에서 말을 줄이고 대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실천이었지만 그게 저만의 변형이었습니다.


요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해도 어딘가 다릅니다. 손맛이 다르고, 재료가 다르고, 먹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독서도 그렇습니다. 남의 생각을 통째로 옮겨 담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제 삶의 온도와 상황을 통과해야만 제 것이 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정답 찾기’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 이미 완성된 답이 있고 나는 그걸 잘 외우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늘 수동적이 됩니다. 읽는 동안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 꼭 질문을 하나 남깁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됩니다. 하루에 10분 더 걷기, 아침에 감사 한 문장 적기, 대화할 때 핸드폰 내려놓기. 이렇게 작게 변형해 보고 실행해 봅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독서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무엇은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지. 모방은 오히려 저를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나답게 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나’가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독서가 그 실마리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읽고 감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 한 문장이라도 제 삶에 옮겨 보는 것. 그렇게 모방하고, 변형하고, 적용하고, 실행해 보는 것.


예전의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책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적어도 한 문장이라도 제 하루에 남기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마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읽은 한 문장만이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 보시면 어떨까요. 그 순간, 독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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