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밥을 먹고 출근했지만 습관처럼 과자 봉지를 집어 들고 있더군요. 배가 고프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손이 갔습니다.
“이거, 진짜 내가 먹고 싶은 걸까?”
평소 같으면 그냥 뜯었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 그 질문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무언가를 선택합니다. 커피를 마실지, SNS를 열지, 괜히 쇼핑몰을 둘러볼지. 그런데 그 선택이 정말 ‘내’ 선택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철학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두꺼운 책을 읽고, 난해한 문장을 곱씹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철학은 생각보다 훨씬 생활적인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광고를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결제 직전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한 번 더 묻습니다.
“이건 진짜 내가 원하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심어놓은 욕망일까?”
이 질문 하나로 소비가 많이 줄었습니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굳이 필요 없다는 걸 스스로 납득하게 되니까요. 그 차이는 꽤 큽니다. 참는 삶은 피곤하지만 이해하는 삶은 가볍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질문이 뇌를 깨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하루는 24시간일까, 왜 밥은 흰색일까 같은 엉뚱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처음엔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묘한 자극이 남습니다. 뇌가 “생각해 볼까?” 하고 움직이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는 흔히 정답을 아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답은 검색하면 나오지만 질문은 내 안에서만 나오니까요.
저는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성장이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질문을 늘리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이 문장은 무슨 뜻일까?”,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물음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게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답을 받아 적는 데 익숙해져 있을 뿐 질문할 힘은 이미 갖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같은 거창한 물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왜 지금 이 선택을 하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철학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다 여기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수없이 질문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릴 적 “왜?”를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호기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잠시 접어두었을 뿐 아닐까요.
질문을 던지면 바로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선택이 조금 더 선명해지고, 후회가 줄어들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멈춰 서서 묻습니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일까?”
그 질문 덕분에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대단한 철학자가 아니라 자기 삶에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으로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잠깐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오늘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