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만 하라”는 말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재능

by 오동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일까? 가끔은 이런 질문이 아무 이유 없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혹은 늦은 밤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조용해진 순간에 말입니다. 하루하루는 바쁘게 지나가는데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늘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성실한 생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커리어. 그 길이 맞다고 믿었고 그 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만족스러운 삶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이 질문에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비슷한 말을 들으며 자랍니다.

“튀지 마라.”, “중간만 가면 된다.”,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마라.”

이 말들은 분명 나쁜 의도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다만 안전한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런 말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떠올라도 “지금 내 상황에 그건 좀…” 하고 접어버립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고 포기합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꽤 오래 보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늘 많았고, 현실적인 이유는 언제나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단지 자신의 가능성을 꺼내는 일이 낯설어서 미루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호기심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써보고 싶다든지,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든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다든지 말입니다. 그 마음은 그저 조용히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감정을 너무 쉽게 눌러버린다는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 무슨.”, “지금 시작해도 늦었어.”, “괜히 했다가 창피하면 어떡해.”

이런 생각들이 우리의 가능성을 조금씩 덮어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 가능성이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남의 인생에 대해서는 쉽게 “한 번 해보지 뭐.”,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면 해봐야지.”라고 긍정적으로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는 훨씬 더 엄격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실패가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삶의 틀이 흔들릴까 봐 걱정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꼭 거창한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인생을 완전히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 안에서 올라오는 것을 조금씩 꺼내보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하루에 몇 줄이라도 글을 써보고, 예전에 좋아했던 취미를 다시 시작해 보고, 관심 있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다운 삶’에 가까워집니다.


돌이켜보면 삶은 생각보다 길고, 동시에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한 가지 질문을 가끔은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당장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의 재능과 취향을 존중하는 삶은 결코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나답게 살아보려는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 오래 묻어둔 작은 관심 하나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좋아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일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아주 조금만 꺼내보셔도 좋겠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작은 움직임이 우리가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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