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도 총량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 힘들어져야 할까

by 오동근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즐기며 살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하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을요.

그런데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 해야 할 일들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더군요.

예를 들어 운동도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체력이 좋으니 운동을 미루기 쉽습니다. 오늘 하루쯤 안 해도 괜찮겠지 싶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건강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됩니다.


독서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기보다는 약간의 의지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는 책을 읽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는 보이지 않는 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균형 말입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 인생이 재미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해야 할 일을 미뤄두면 마음 한편에 계속 부담이 남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온전히 즐기지 못합니다. 반대로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고 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그때의 휴식은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그때의 즐거움은 죄책감이 없는 즐거움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삶”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삶”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의외로 단순한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느냐 나중으로 미루느냐 하는 선택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이해되는 말들이 있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도 그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 말이 조금은 구식처럼 들렸습니다. 굳이 고생을 찾아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젊을 때의 노력은 고생이라기보다 선택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작은 불편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미래의 더 큰 부담을 선택하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가능하면 작은 원칙 하나를 지키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라도 먼저 끝내는 것입니다.

책 몇 페이지를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잠깐 운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버리면 이상하게도 하루의 기분이 조금 달라집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남은 시간을 훨씬 편안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자유로운 삶도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서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고 있는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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