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해야지 마음먹고 운동화까지 샀는데 막상 헬스장 등록은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 여유 생기면”, “몸 상태 좀 나아지면”, “이번 달까지만 바쁘고 나면”… 그렇게 핑계를 붙이다 보면 어느새 몇 달이 훌쩍 지나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순간을 꽤 오래 반복해 왔던 사람입니다. 시작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늘 조금 더 준비된 상태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문제는 그 준비된 상태라는 게 생각보다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패턴은 운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반복됐습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찾고, 좋은 교재를 고르고, 시간을 확보한 뒤에 시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늘 시작 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작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실력도 늘지 않았고 실력이 늘지 않으니 더더욱 시작하기가 두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거창한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왜 나는 시작도 안 해보고 잘하려고만 할까?
그 질문을 곱씹어보니 저는 결과를 너무 앞당겨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미 잘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못 미칠까 봐 시작을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그 이후로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잘하려고 하지 말고 별거 아닌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집 앞을 10분 걷는 것, 영어 문장 하나 소리 내어 읽는 것, 책을 딱 두 페이지만 읽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너무 사소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담이 줄어들고 행동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나아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순서를 거꾸로 생각합니다. 잘할 수 있을 때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이 늘 늦습니다.
요즘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중요한 건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해도 그 상태로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아지게 됩니다. 그 과정 자체가 실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 조금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라도 시작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미루고 계신다면 그 이유를 한 번 천천히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완벽하지 않아서 시작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요.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아주 작게라도 괜찮습니다. 오늘 한 번, 딱 한 번만 해보는 것. 그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