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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별 Mar 08. 2021

육아로 지쳐있는 당신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하루 편안하셨나요?

아이와의 시간은 충분히 행복하셨나요?

     

저는 그렇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깨끗이 정돈해놓은 집을 어지르는데 아이에게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이었습니다. 

물건을 던지며 신나게 노는 아이에게 빽 소리쳤어요. “당장 치우지 못해!” 

널브러뜨려놓은 책을 밟고 아이가 넘어지며 책이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 또 화가 올라왔어요. 

“이렇게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엄마는 집에 있는 책들 다 갖다 버려 버릴 거야.” 

너무나 일상적인 일일 뿐인데 말이에요.    

 

이제 막 32개월이 지난 첫째가 10개월이 된 동생을 안아준다고 들다가 넘어뜨렸어요. 첫째지만 아직 아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였는데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겁먹은 표정을 모른 척하고, 둘째에게 달려가 토닥이는 사이 첫 아이는 결국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어요. 그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못난 엄마가 된 것 같아 저는 또 우울해지고 말았습니다.


요즘 저는 많이 힘이 듭니다. 행복하지가 않아요. 아이 앞에서 자주 괴물로 변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게 괴롭고, 그 시간을 되돌아볼 여유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일상이 버겁습니다. 생각해보면 반성할 수 있었다는 건, 그럴 시간이 그럴만한 에너지가 있다는 거잖아요. 전 요즘 그마저도 없는 것 같아 한껏 풀이 죽어 있습니다.      


모든 엄마의 삶이 이런 것일까요?

저만 이런 것은 아닐까요? 

아이를 낳고 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결혼을 하고 많은 부분이 달라진 거부터가 출발점이었던 거 같아요.


……     


오늘, 코로나로 만날 수 없는 친구들과 메신저로 한껏 육아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저도, 친구들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늘어놓으며 아,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위로를 주고받았습니다. 그 작은 위로가 제게 잠시 숨 쉴 틈을 내주었습니다.

실은, 주변을 둘러보면 육아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다 말하진 않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져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어요.

제가 그랬듯, 당신도 오늘 하루 힘든 순간 많았겠지요. 멍하니 맥이 풀릴 때 잠깐 주변을 돌아보길 바라요. 혼자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지나가고 있는 많은 육아 동지들이 있어요. 그러니 잠시 쉬었다가 일어나 힘을 내기로 해요. 이건, 제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말이기도 합니다.      


육아의 시간은 지나간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제 삶은 아이와 함께 성장해있겠죠.

아이와 가족과 함께 성장하는 이 시간도 제 인생의 일부겠지요.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걸까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걸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는 거라고 우리 생각해요. 

내일은 다시 힘든 하루를 보내야 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많은 날 중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하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요?


오늘 밤은 편안히 주무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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