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좋은 엄마

타고난 성향과 제공하는 환경의 상호작용

by 로시별

칼 로저스라는 인간중심상담의 개발자, 미국의 심리학자는 말했다.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면 척박한 환경에서조차 새싹이 트듯, 인간도 누군가로부터 충분한 공감과 존중을 받으면 성장과 변화가 일어난다고.


나는 24살의 나이에 상담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 상담을 하며, 무언가 교육하고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에 내가 했던 상담과 말들.

지금 하고 있는 상담이 얼마나 부족하고 창피한지 모른다.


알 수 없다. 나는.


아동 정신분석의 선구자 도널드 위니콧은 말했다.


하나, '뜻밖에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보면 그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듣다보면 나 같아도 그렇게 행동했겠다 싶거나 나라면 그만큼 할 수 없었겠다 싶어진다.'


그렇다. 나 또한 육아를 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하는 조언이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던 이유가 이것이였나보다. 어떤 사람도 이를 부모에게 그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 '엄마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라고 해서 꼭 처음부터 아기를 사랑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엄마들이 종종 모유 수유를 못하겠다고 느끼는 건 왜인지. 또 사랑한다는 것이 단순한 본능이 아닌 복잡한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지.'

내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주는 위로의 말.

그렇게 말해주어도 나는 분명, 아니 많은 엄마는 분명 제 탓을 할 것이다.


하나, '어려움을 겪는 살람에게 '당신이 아프다'고 말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치료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데 아프다고 말해주는 것은 고통을 더 일으킬 뿐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안다.

이전의 내가 아픈지도 모르고 참으며 힘을 내고 있었다는 것도 안다.

그것은 나의 최선이었다. 당신들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나는 노력할 뿐, 이해하기 위해 애쓸 뿐 그 마음을 오롯히 알 수 없다.


하나, '만약 엄마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한다면 그들은 금세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모르는 채로도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적절한 순간에 행동하기 위해서 행동은 직관적으로, 본능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무슨 행동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리하면 이렇다.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돌아보며, 이로부터 어떠한 효과를 기대했는지.

상담에서 나눌 이야기는 이것이다.


"당신, 최선을 다했구나."


당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한 마디.

나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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