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는 동생과 처음 스타벅스에 처음 가봤을 때의 일이다. 나도 동생도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교를 다니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다. 요즘 친구들은 카페가 익숙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스타벅스라는 곳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다. 커피도 몇 번 먹어보지 않았던 시절.
내가 몇 살 누나라는 이유로 밥을 몇 번 사주었고, 동생은 나한테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나도 스타벅스 안 가봤다면서 호들갑을 떨며 웃었던 시절이었다. 가서 잘 알지도 못하는 메뉴판을 한참 쳐다보다가 대충 고르고는 쑥스러워서 주문은 동생에게 맡겼다. 동생은 제일 큰 걸로 달라는 말로 주문을 무사히 마쳤고, 우리는 메뉴판에 뭐가 쓰여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소근 거리며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지금은 너무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벤티 사이즈. 그 어마어마하게 긴 컵을 받아 들고 우리는 황급히 스타벅스를 나와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걸 다 먹으면 토하는 거 아니냐며 한참을 웃었던 그 순간. 그 순간은 이제 다시없겠지. 나는 그때처럼 모르지 않으니까. 진짜 중요한 것들은 여전히 모르지만 스타벅스의 음료 메뉴나 사이즈 따위들은 잘도 알고 있다.
취향은 소비의 실패에서 배운다는데. 좋아하는 것이 명확해져 간다는 것은 배제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슬프다.
이제 만나는 모든 것이 그냥 신기하고 반가워서 까르르 웃어대던 시절은 아주 지나가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