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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Feb 10. 2022

엉덩이 만들려면 웨이트 하면 되지 않아요?

웨이트와 필라테스, 뭐가 다를까



궁금해 죽겠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예를 들어 엉덩이 근육을 키우고 싶어서 힙업 운동을 한다고 해봅시다.


그럼 헬스장으로 가서 웨이트로 엉덩이 조지면 되잖아요.”


그럼 끝날까요?



엉덩이 운동 열심히 할 때는 엉덩이가 탄탄하고 볼륨감이 있었는데, 바빠서 한동안 안 하니까 또 엉덩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다시 가서 엉덩이를 조져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엉덩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이게 운동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약한 엉덩이 근육을 애써 키워놨는데, 엉덩이를 조지기 위해서 했던 그 ‘특정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시 근육이 약해지죠.


이것을 ‘적응의 특수성이라고 합니다. 특정 환경에서 어떤 동작 혹은 한정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면  환경에서는 엉덩이 근육이 쓰이고 강화지만, 다른 환경의 다른 움직임에서는  근육들이 힘을 써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특정 환경에만 적응을  것이죠.  강화된 엉덩이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내가 걸어 다니고, 계단을 오를  적절한 힘을 동원해서 내주면 좋을 텐데,  엉덩이들은  자연스럽게 힘을 써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보통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웨이트는 고립 운동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스쿼트의 경우,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요) 발목을 거의 움직이지 않게 잡아두고, 특정 구간만 반복해서 움직이죠. 이게 나쁜 운동은 아닙니다. 내가 잘 쓰지 않아서 약해져 있고, 힘도 없어서 이제는 쓸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그 특정 부분의 근육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죠.


하지만 우리가 걸어 다닐 때는 어떤가요? 무릎도 접히고, 발목도 접히고, 고관절도 접히고, 멈춰있지 않고 이동하고 있으니 척추도 흔들거릴 수 있죠. 게다가 팔도 앞뒤로 왔다 갔다 거립니다. 그렇게 다양한 관절들이 개입을 하는 움직임에는 우리의 엉덩이 근육들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립 운동으로 약해져 있던 근육들의 힘을 키웠다면, 그다음은 근육들을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기능적으로 연결해야겠죠. 여기에 큰 장점이 있는 운동이 바로 필라테스입니다. 다양한 관절과 근육들을 동원해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면서 위에서 말한 적응의 특수성을 넓혀 나가는 것이죠. 결국은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걸어 다니고, 계단을 오르고, 엉덩이 근육에서 동원한 힘으로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힘을 쓰지 못하는 엉덩이 근육 때문에 항상 대신해서 일을 하던, 딴딴해진 나의 앞 허벅지 근육들과 종아리 근육들은 더 이상 무리해서 힘을 쓰며 더 딴딴해질 필요가 없겠고요. 그렇게 근육의 불균형을 해결하고, 각 근육이 제 길이에 있다면 체형은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세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움직이면서도 각각의 근육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적절히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떤 한 부분의 근육이 무리해서 힘을 쓰거나, 그렇게 무리해서 뭉치고 딴딴 해지는 일은 생기지 않겠죠.


일상생활에서 하는 움직임을 편안하고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각 관절과 근육들의 기능을 회복해서 결국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필라테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럼 스쿼트를 할 때 발목도 움직이고, 무릎도 움직이고, 고관절도 움직이면서 하면 되겠네요?”



그 상태에서도 엉덩이를 동원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겠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움직임 패턴과, 자세, 각 근육들의 불균형으로 인해 그게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근육들의 힘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정확한 세팅 없이 복합적인 움직임을 하게 되면, 또 내가 쓰던 근육들만 쓰게 될 테니까요. 엉덩이 힘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쿼트를 하면 앞 허벅지랑 종아리 근육만 아픈 것처럼요.


그리고 운동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을 오래 했는데도, 특정 관절이 계속 불편하거나, 어떤 근육들은 계속 뭉쳐있고, 체형의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디선가 잘못된 움직임 패턴을 계속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높은 운동 능력으로 그 부분을 커버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어떤 근육과 관절은 지금 끊임없이 잘 못 쓰이면서, 무리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웨이트나 다른 운동을 잘하시고, 근육의 크기도 힘도 꽤나 있으면서도 필라테스의 기본적인 동작들은 엄청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죠. 어떤 차이가 있길래 그런 걸까요?



첫 번째, 근육은 굉장히 효율적인 조직이에요. 누군가 일을 하고 있으면, 굳이 다른 근육들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근육들, 항상 일을 하고 있었던 근육들을 계속 동원하고, 쓰지 않는 근육들은 계속 약해지고 잊히게 되죠. 그렇게 패턴이 쌓이고 습관이 되면 우리의 뇌에는 우리 몸에 대한 지도가 왜곡된 버전으로 그려지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내가 엉덩이에 힘을 주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요. 골격에 붙어있는 근육들은 원래 우리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인데도 말이에요. 엉덩이를 동원하라고 명령을 했는데도 우리의 엉덩이는 이 명령을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쓴 지 오래되어 신경을 통해 제대로 전달이 안된 건지, 전달은 받았는데 힘이 없어서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지도를 명료하게 그려나가는 것 또한 필라테스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몸에 대한 지도가 우리의 뇌에 정확하고 명료하게 그려져 있다면, 우리는 필요한 움직임을 위한 근육들을 정확히 동원해서 움직일 수 있겠죠. 내가 쓰려고 생각하지도 않은 앞 허벅지가 자꾸만 딴딴해지거나, 괜히 쓰이지 않아도 될 어깨를 으쓱해서 뭉치게 만들거나 하는 보상작용들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내비게이션에 지도가 정확하게 그려져 있다면 괜히 길을 헤매면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두 번째, 우리는 뼈를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뼈에 붙어있는 근육들을 동원해서 나의 뼈를 움직입니다. 뼈에 가까이 붙어있는 근육들은 관절의 미세한 움직임들을 조절하고, 자세를 유지해요. 큰 힘이 필요한건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해서 지구력이 좋습니다. 겉에 있는 근육들은 크기가 크고 힘도 세서 큰 힘을 내면서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죠. 이 근육들은 힘은 세지만 지구력이 약하죠. 그런데 속에 있는 근육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해서 겉에 있는 근육들이 자기 업무도 아닌 자세 유지를 위해 하루 종일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겉에 있는 큰근육들은 지구력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뭉치고, 통증이 오게 됩니다. 게다가 뼈에 가까이 있는 근육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관절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미세 조정을 해주지 못하고 어디선가 뚝뚝 소리가 나고 찝히는 느낌이 나게 되죠.


결국 각각의 근육들은 자기가 해야 하는 역할과 움직임, 힘을 정확히 인지하고, 학습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면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근육들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근육들을 동원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되고 이것이 필라테스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운동이죠?



필라테스는 특정 타깃 머슬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근육들을 동원하여 여러 가지 동작들을 잘 수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움직임을 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의 특수성을 넓혀나가는 것이죠. 물론, 모든 것은 코어를 기반으로 해서요! 코어를 기반으로 각 관절과 근육이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역할을 한다면, 특정 근육이 뭉치거나 아픈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항상 무리하며 뭉쳐서 딴딴하고 아프기까지 했던 우리의 목과 어깨, 등, 앞 허벅지와 종아리들은 더 이상 무리하지도, 아프지도 않게 됩니다. 그리고 올바른 패턴으로 운동하면서 근육들이 제 길이에 있을 수 있도록 만들면 체형은 올바른 상태가 될 거고요. 당연히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찝히는 느낌이 들지도 않겠죠.



일상적인 보행과 선 자세, 적절한 운동만으로도 엉덩이 근육은 충분히 유지되겠지요. 우리가 평생 멈춰있을 것이 아니라면, 계속 걷고, 계단을 오르고,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지 않으며 버티고 있을 테니까요. 그때마다 코어와 엉덩이 근육들이 적절한 역할을 해준다면 약화되지도 않을 거고, 그 대신 무리를 해야 하는 근육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필라테스를 하면 자세교정도 되고, 재활 치료로도 하고, 아팠던 목과 허리와 어깨가 아프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뇌에 지도를 잘 그려가면서, 각 근육들의 역할과 정확한 근육을 동원한 상태에서, 강화는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그 강화한 근육은 또 나의 일상생활과 여러 가지 움직임을 도와줄 수 있게 연결됩니다. 그러면 매일 작정하고 엉덩이만 조지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한 엉덩이 근육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운동과 일상생활의 움직임, 나아가서는 내 삶의 질까지, 모두 서로 선순환을 이루면서 건강하게 운동을 해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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