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두고 싶은 순간이

꼭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은 아니었어

by 최서연


안녕


보내주는 이야기가 모두 마침 요즘에 느끼거나 생각하고 있었던 주제라서 너무 반갑고 신기하다!


계획이 많아지면 불안해진다는 것도, 차라리 아무것도 없을 때 평온해진다는 것도.


기분이 한동안 좋지 않거나 무기력해지면 하는 것들이 있는데 아침에 감사 일기 쓰기! 저녁에는 나에게 칭찬일기 쓰기!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따릉이 타고 한강길을 따라 남산에 다녀오기로 했었어. 벚꽃이 한창 피어있던 주말이었는데, 그다음 주에 비 소식이 있어서 그 일요일이 아마 올해의 마지막 벚꽃이었던 것 같아.


나는 경기도에 살아서 항상 일찍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빨리 왔고,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아서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어. 난 늦어서 허둥대거나 가는 길에 초조하게 시계를 계속 보거나 배차 시간을 찾는 행동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시계를 보지 않고 느적느적 가도 늦지 않을 만큼 일찍 출발하는 편이야. 일찍 도착하면 근처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하고, 햇볕을 맞으면서 약속 시간을 기다려.


그날도 애매하게 남아버린 시간보다 허둥대지 않고 여유롭게 도착한 것이 참 좋더라고. 아침 일찍이라 카페가 열었을까 했는데 다행히 또 한 카페가 문이 열려있었어. 커피 마시면서 커피 냄새 맡고 온전히 그 시간에 있을 수 있었던 그 한 시간이 엄청 좋았다? 감사하게 생각하면 감사할 것들이 참 많은 걸 알면서도 잘 까먹어.


요즘 자주 듣는 명상 채널의 명상을 들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꽤 많다는 것과, 또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졌어.




한강을 따라 남산 쪽으로 가서 따릉이를 세워놓고 걸어 올라가기로 했어. 햇볕 좋은 날 커피를 들고, 길을 걸어가며 별거 아닌 얘기로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


언젠가 뭘 보다가 그냥 뭐 없이 커피 들고 친구들이랑 같이 길가면서 떠들고 웃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날이 딱 그런 순간이었어. 벚꽃은 잠깐이지만 그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




ps. 명상 채널 들으면서 메모한 것


감사일기/샤워 명상/아침 확언(아무 감흥이 없어도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올 만큼)/물 예쁘게 먹기(고마워 사랑해 얘기하고)/거울 볼 때마다 나한테 웃어주기/사랑하는 마음 표현하기/짧은 요가/“지금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일이 뭘까?”하고 생각해보기 절대 망상이 아니구나!!!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네:) 이 기분 좋음에 계속 머물러야지/바디랭귀지-자세/현존하기 자체가 명상/분별하지 않기/화초 키워보기/스마트폰 없이 산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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