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실패를 겪는 거야!
참 신기하게도 5일 차인 오늘도 내가 가지고 있는 화두를 꼭 집어서 물어보네.
나의 올해 목표는 실행 착오를 많이 겪기였어.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까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어 하더라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서 또 쌓고 쌓아가는 일.
근데 그러다 보니까 내가 못하는 것, 낯선 것을 하는 게 많이 두려워지더라고. 내가 서투르고 어색해하고 잘 못하는 모습을 누가 보는 게 싫다,라고만 생각했다가 왜 싫을까를 생각해보니까 그 밑에는 수치스럽다는 기분이 있었어.
수치스럽다니. 되게 힘든 감정이었을 거 같아. 내가 내 친구였다면 말이야. 그 감정을 혼자 어디 말도 못 하고,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서 잘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 혼자서 계속 연습하고, 되뇌고, 수없이 실패했을 테니까.
이제 실패하기 싫어. 상처받기도 싫어. 누가 보는 것도 싫어. 그런 마음들이 나를 혼자로 만든 것 같아. 진짜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똑같잖아. 처음 하고 낯설어서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내 책에도 써놓고선.
잘하는 게 생기니까 더 이상 못하는 모습을 보기가 싫었나 봐. 새로운 것, 내가 특히나 어려워하는 것에 도전하기 무섭고 피하고 싶고. 내가 잘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무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을 딛고 실행 착오를 많이 겪는 게 나의 올해 목표였어.
근데 사실 일이든, 취미든,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건 관계야.
나는 사실 ‘티저’라는 필라테스 동작을 잘 못 해. 필라테스 강사인데, 필라테스의 꽃이라고도 하는 그 동작이 나한테는 굉장히 힘겹고 억지스러워.
동작을 조금 설명하자면 몸통을 반으로 접으면서 균형도 잡고, 코어와 파워하우스를 기반으로 전신의 근육들이 적절히 잘 쓰여야 하는 동작이야.
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다른 동작할 때는 높은 레벨로 다 하면서 유독 이거 할 때는 딴사람 같다고 하셨던 날이었어. 레슨 끝나고 카페에서 나는 왜 고관절 접는 동작이 잘 안 될까 생각해봤어. 다른 동작은 다 잘하면서 이건 왜 유독 못할까 생각하다 보니 그게 꼭 마음 같더라고. 내 마음도 이것저것 다 잘하는 것 같으면서 유독 못하고 겁내는 부분들이 있거든.
필라테스 하면서 몸과 마음이 작동하는 게 참 닮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코어를 기반으로 해서 팔다리를 기능적으로 잘 움직이는 것. 운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움직임도 특정 근육이 엄청 긴장해서 무리해서 해내는 게 아니라, 적절한 근육들이 쓰이면서 기능적으로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
그래서 몸의 작동에 마음을 빗대어 생각해봤어. 그게 마음이라면 코어는 내 자존감 같아. 코어에 힘이 있으면 어떤 동작을 하더라도 덜 힘들게 할 수 있어. 코어가 그만큼 받쳐주고 있으니까. 마음도 그런 것 같더라고. 자존감이 건강하게 성장되어 있으면 누구와 관계를 맺든, 실패를 경험하든, 성공을 경험하든, 이별이나 아픔을 경험하든, 건강하게 다시 돌아올 수 있잖아. 어떤 상황에서 유독 경직되고 긴장해서 쓸데없는 힘을 쓰거나 잘못된 움직임을 하면서 부상을 입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 내가 티저를 못하는 게 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는 거랑 같다면, 이걸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봤어.
일단 마음의 코어 근육인 자존감이 있어야겠다. 그리고 고관절을 접으려고 하면 과하게 경직되고 긴장해서 너무 많은 힘을 써버려서 도리어 움직임이 잘 안 되는 것을 해결해야겠다.
근데 어떤 근육에서 유독 긴장을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거든. 마음으로 치면 방어기제 같은 거겠다. 어떤 관절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거나, 도와줘야 하는 다른 근육들이 힘이 너무 부족하거나,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래. 그 이유를 차근차근 해결해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니까 막 탓할 필요는 없어. 넌 왜 이게 안되냐고.
아참 그리고 또 하나, 사실 나의 근육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나의 어떤 경험 때문에(아마 아픈 경험이겠지?) 특정 자세가 되면 유독 긴장하고 경직되는 경우도 있어. 그런 경우에는 ‘네가 이 동작을 해도 다치지 않아, 충분히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어떤 동작을 해도 안전해.’라는 걸 나의 근육과 뇌에 계속 알려줘야 해.
뇌는 나의 경험으로 인해 기능적 및 구조적 변형이 일어나거든. 같은 방법으로 긍정적 성장도 가능하고, 부정적 성장도 가능해. 이걸 신경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너무 복잡한 이야기였나?
여하튼, 이렇게 몸에 빗대어서 내가 관계를 어려워하면서 긴장하고 경직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마음의 코어 근육인 자존감을 내가 잘 키워줘야겠다. 그리고 관계를 맺으려는 힘과, 또 그 관계 안에서 나를 지키려는 힘이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겠다는 것. 그래서 관계가 깊어진다고 해서, 그 관계가 끝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내가 무너지고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알려줘야겠지. 어떤 경험을 하든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내 마음이 알 수 있도록.
특정 동작이 안된다고 해서 그것만 맨날 연습하는 것보다는 나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계속해보는 것이 결국 그 동작을 할 수 있게 만들거든.
내 마음도 그렇게 관계 속에서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나가야 할 텐데. 사실 목표만 정해놓고 겁내고 경직되어 있던 적이 더 많아.
용기를 내서, 충분한 실패를 겪자. 결국은 내가 너무 무서워하지 않고, 경직되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움직임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말이야.
우리는 잘 겪어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