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세 교정의 코어로 시작된다!
뭘 하든 코어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시작부터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나는 필라테스 강사지만 거북목이 엄청 심한 사람이었다.
그냥 처음 본 사람이 ‘목 너무 아프지 않으세요?’라고 할 정도로.
거북목 교정에 가장 대표적인 운동이 침대에 엎드려 뒤통수를 천장 방향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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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중력에 저항하며 거북목이 아닌 상태를 만들어내고, 버티는 것이다.
처음에 이거 하다가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내 머리가 삼십 킬로 쌀가마니 정도는 되는 것 같은 느낌.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맞나?’
필라테스 강사를 준비하면서 내 몸에 대해서도, 골격과 올바른 근육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강사가 엄청 심한 거북목이면 무슨 신뢰감을 줄 수 있겠나 싶어서 교정 운동을 열심히 했다.
너무 힘들었다. 교정 운동만 하면 이삼일은 목 어깨를 지나 등 전체가 다 뻐근한 느낌이 지속되어서 나는 점점 교정 운동을 소홀히 했다.
그렇게 잊고 살던 어느 날, 문득 거북목 교정 운동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들리는 것이다?
당신이 무슨 목적으로 운동을 하든 코어부터 만들고 시작해야 한다
사실 필라테스 수업을 하는 동안은 내가 운동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세가 오히려 안 좋아진다.
허리를 숙이고 회원님들 자세 잡아주느라고 목과 허리는 더 나가고, 잘못된 자세를 보여주다가 허리가 삐끗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어째서 쉬워진 걸까?
코어가 강해져서 그런 거였다.
수업 전에 할 동작들을 미리 해보고, 시범을 보여주고, 프로그램을 짜면서 해보았던 필라테스 동작들과
(필라테스는 어떤 동작이든 코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수련 기간 동안 매일 했던 코어운동들이 내 코어를 단단하게 다져주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 글을 봤다.
코어가 없어서 코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코어가 없어서 코어 운동을 못해
그래서 코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코어가 없어서 코어 운동을 못해
라는 코어 운동의 딜레마.
코어 운동의 기본은 버티는 것이다.
내가 팔다리를 움직일 때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힘.
그 버티는 과정에서 코어는 단단해지고 흔들림을 감당해내면서 내 몸 중심의 안정성을 잡아준다.
전에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목이 말라 컵을 집어 올리려고 하는 순간에도 코어는 쓰인다.
어깨 팔 손목에 있는 근육이 힘을 내기도 전에 코어가 먼저 힘을 내는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여기서 코어의 힘이 부족하다면?
어깨나 팔이나 손목에서 그만큼 무리를 하겠지.
그게 축적되다 보면 가장 가져다 쓰기 쉬운 승모근의 과사용으로 인해 마시지를 며칠만 안 받아도 어깨가 뭉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해본 거북목 교정 운동도 나도 모르게 단련되어왔던 코어가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었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교정 운동의 주춧돌은 사실 코어다.
근데 거북목을 교정하러 온 사람한테 ‘일단 코어 운동부터 합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얼른 장바구니에 있는 것을 결제해서 배송받으려는 사람한테
일단 회원가입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민 임을 인증하는 걸로 시작하여
각종 신상정보와 쇼핑 취향을 빈틈없이 먼저 입력하라는 것만큼이나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해야지 뭐.
평생 쓸 몸인데,
내가 팔다리를 움직이며 일상생활을 할 동안
내 몸에 있는 코어가 힘이 하나도 없어서 안정성을 잡아주지도 못하고,
내 몸은 내가 느끼지 못하는 동안 사정없이 흔들린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넘어져버리게 둘 수는 없으니
그 균형을 잡기 위해 다시 내 사지 관절에 있는 근육들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무리를, 무리를 해대다가
어느 순간에는 버티다 못해 근육통으로, 디스크로 터져 나오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러니 무엇을 하려든 간에 당신은 코어 운동을 해야 한다.
자기 전에 누워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장 핸드폰을 내려놓고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두 팔은 앞으로 나란히 천장을 향하고,
다리는 한 다리씩 들어 올려 ㄱ자를 만들고,
(엉덩이 위 무릎, 무릎보다 뒤꿈치가 낮지 않게)
허벅지 안에 주먹 하나가 들어간 정도의 간격을 만들어 놓고.
30초만 흔들리지 않고 버텨보자.
등을 대고 누워있는데도 팔다리를 들고 버티는 게 그렇게 힘들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흔들리겠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그 순간에 당신의 코어는 활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계속한다면 점점 더 튼튼해질 것이다.
이쯤 되면 그래서 대체 거북목 교정 운동은 언제 나오는 거냐고 물어보는 독자분들 있으실 것 같다.
다음 편에는 진짜! 효과적인! 거북목 교정 운동에 대해 글을 쓰겠다.
더 이상 잔소리가 앞서면 아무래도 “그냥 됬다마!” 하고 내버려 둘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상의 순간에서 잡은 글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별게 아닐 수도, 별거 일수도 있는.
한방에 해결해주는 마법약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도, 다이어트도, 사랑도, 내 일상의 평온함도.
-<소복한 햇살> 프롤로그 중
최서연 | 세 번째 독립출판물 | 사진 에세이 <소복한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