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는 건 얼마나 정확할까

오늘은 왠지 그냥 걷고 싶다

by 최서연



6일 차


가이드를 들으며 명상/마인드풀 자존감 회복 명상


오늘은 왠지 그냥 걷고 싶어서(가을 하늘과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예전에 경험한 동적 명상에 대한 글로 대신합니다.





제주로 여행 가서 명상 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다. 명상 센터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종종 명상을 해왔는데, ‘동적 명상’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동적 명상은 눈을 감고 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땅에서 올라오는 진동에 의해 저절로 내 몸이 흔들리는 것처럼 진동을 일으키고, 그 진동에 몸을 싣고 움직이다가, 이후에는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움직이는 것이다. 춤을 춰도 되고, 뛰거나 점프를 해도 된다. 그냥 내 마음이, 아니 마음이나 생각이 움직이기도 전에 내 몸이 움직이고 싶은 대로, 어떤 움직임이든 ‘허용’하는 것이다.

동적 명상을 처음 경험해보고 마음이 너무 들떠서 방에 돌아와서도 두근거리던 마음이 생각난다. 내가 한 번이라도, 남의눈을 의식하지 않고 아니, 나도 의식하지 않고, 내 몸이 움직여보고 싶은 대로 어떤 움직임이든 허용해 준 적이 있었나? 적어도 내 기억이 닿는 시절에는 없었다. 정말 자유로워진 느낌. 자유로운 것에서도 벗어나서 아무것도 없는 나를 느꼈다.

그 벅차던 중에 잊을 수 없던 감각은, 눈을 감은 그 순간에 내가 엄청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내가 평소에 보는 시야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은 탓에 보이는 건 없었지만.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내 존재를 추론해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천장까지 닿는 장롱이 나보다 조금 크니까 나는 저 장롱보다는 작은 키이겠구나.’ 같은. 생각해보면 내 눈은 사실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를 향하고 있다. 외부에 보이는 것에 비추어 나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울마저도 ‘비추어’ 보는 것이니까.

심지어 나는 내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보지 못할 것이다. 어딘가에 비친 추정치의 모습을 보면서 그게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거울에, 유리창에, 스마트폰에 비추는 나의 모습에 엄청난 간극이 있을 때마다 혼란에 빠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는 것에, 아니 보이는 것에 엄청 의존하고 있다.

두 발을 빈틈없이 딱 붙이고 서있어 보자. 그게 뭐가 어려워? 근데 거기서 눈을 감아보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정없이 흔들릴 것이다.




너는 너 스스로 균형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아니, 넌 밖에서 보이는 것들에 생각보다 많이 기대고 있어.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는 거야.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인정받는 건 누구보다 기뻐하고, 남이 칭찬하는 말에 너무 기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힘들 때는 가장 먼저 꺼내어보면서.



눈을 감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이는 것들에, 들리는 것들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비추는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를 볼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남이랑 비교하지 않고 나를 좋아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