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이랑 비교하지 않고 나를 좋아할 수 없을까

발표는 여전히 무서워

by 최서연



5일 차


명상 가이드 : 숨 쉬는 고래/거울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연습






발표를 앞두고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직업이라 발표에 대한 공포는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익숙한 장소에서, 나에게 부여된 강사라는 역할 설정 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을 하지만. 그 울타리 밖으로 나온 나는 여전히 발표를 두려워하고 있다. 발표가 무섭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 수도 없이 연습하는 것?


나는 발표와 면접에 엄청난 울렁증이 있었다. 잘 알고 있는 약점이라 발표와 면접을 철저히 준비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지만, 그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준비하면 할수록 더 떨렸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잘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아야 마땅하니까, 완벽하게 하는 게 당연하니까.


연습 말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먼저 발표를 한 사람들이 나보다 좀 못하면 내가 덜 떨리고,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아니면 내가 발표를 할 때 사람들이 호응을 많이 해주면 덜 떨리겠다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완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의 실수를 하더라도, 그냥 나 자체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사랑해줄 수는 없을까?


어느 순간에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믿었다가도, 이런 사소한 사건에서도 덜덜 떨며 나를 온전히 지지할 수가 없는 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지지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호응과는 상관없이 내가 나를 응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대체 어떻게 해야 그게 된다는 걸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깨달았다가도, 거품처럼 사라지기 쉽다. 살아가는 데에는 작고 사소한, 아주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매 순간마다 가장 의심하기 쉬운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명상은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나와 눈 마주치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기. 하루 종일 내 얼굴을 거울로 볼 때가 얼마나 많았는데, 이렇게 눈을 맞추고 보는 내 얼굴은 새삼 낯설었다.


그리고 나에게 미소를 보내주려고 (약간은 억지로) 웃어 보이다가, 나 힘내라고 명상을 켜고 거울을 보고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내 모습이 순간 웃기기도 하고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에 내가 진짜 웃는 걸 봤다. 웃었는데도 웃지 않은 것 같은 눈이 아니라, 활짝 웃은 게 아닌데도 분명 웃음이 흘러나오는 눈과 얼굴.




의도하지 않은 태어남,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내 인생, 그 속에서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고, 그 모습을 봐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나를 제대로 보려고 했다. 피부에 뭐 났네, 턱선이 조금만 고르면 좋을 텐데, 매일 거울을 보면서 했던 판단과 평가를 내려놓고, 열심히 살아와서 여기서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나를 봐주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