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상약, 열 번의 호흡
4일 차
어머나 그래도 작심 3일을 지나고 4일 차다!
요가 수련을 하러 가고 있는 곳의 선생님께서, 온라인 <카카오 프로젝트 100>으로 100일 동안 10번의 호흡 명상을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참여하다가 나중에는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때는 왠지 모르게 선생님께 눈에 띄고 싶은 마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그런 마음 가지지 말아야지. 나에게 집중해야지. 이건 누군가한테 칭찬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고, 비우려고 명상을 하는 건데 명상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다니. 명상을 하는 건지, 남한테 칭찬받기 위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건지. 호흡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는 불편한 마음에 프로젝트를 점점 소홀히 하다가 나중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기억.
프로젝트는 완주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남은 것이 있다. 열 번의 호흡.
꼭 30분 정도의 시간이 허락될 때, 자리를 잡고 앉아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와 장소에서만 명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그저 열 번의 깊은 호흡에 집중하면서 현재에 있으려고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은 10초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도.
프로젝트 초반에 열심히 했던 열 번의 호흡은 나에게 언제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마음의 비상약처럼 쓸 수 있는, 유용한 명상법을 나에게 남겨주었다.
열 번 호흡하는 게 뭐가 어려워? 생각보다 열 번의 호흡을 할 동안,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작 10초? 충분히 호흡해도 20초도 안 되는 시간일 텐데, 그동안도 내 생각은 정말 가만히 있질 않는다. 정신없는 수업과 수업 사이에 잠깐, 10번의 호흡에 집중하려고 했을 때, 나는 한 번도 10번을 채워본 적이 없다.
대여섯 번만 해도 ‘얼른 다음 수업 준비해야 해, 지난 수업 때 뭐가 잘 안됐지? 이걸 바꿔야 하나.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어. 누가 왔는지 체크해야겠다.’
수많은 생각에 치여 나는 결국 10번의 호흡을 채우지 못하고, 번잡스러운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생각에 치이고, 끌려다니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열 번의 호흡을 해봐야겠다. 이번엔 진짜 10번을 할 거야. 하루 중 내 생각에게 10초의 휴식도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요즘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숨이 찰 때가 많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운동을 하다 보니 더더욱. 그런 순간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10초는 허락할 수 있어.’
나에게, 10초의 고요함과 여유는 기꺼이 허락할 수 있다는 마음. 깊게 마시고 내쉬는 숨에 집중한다. 방금 끝난 수업과 얼른 시작해야 하는 수업들을 잠시 내려놓는다. 그냥 멍 때리는 거랑은 조금 다른 과정이다. 열 번의 호흡에 온전히 집중하며 다른 생각은 지나가도록 두는 것. ‘아 생각하지 마!!’가 아니라 지나가도록, 내가 여기 현재의 숨에 다시 돌아오도록 기다려주는 것.
눈을 감고 이렇게 고요히 숨만 쉬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정감이 들었다. 마시는 숨, 내쉬는 숨. 그 소리와 공기의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호흡 안에서 나는 안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