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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May 18. 2023

갈비뼈를 늘릴까요, 복부를 늘릴까요?

흉곽 호흡과 복식 호흡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필라테스 호흡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시죠. 흉곽 호흡, 혹은 3D 호흡이라고도 불리는 필라테스의 호흡은 일반적인 호흡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 걸까요? 전에도 필라테스 호흡과 그 효과에 대해서도 글을 한번 썼었는데요. 이번에는 호흡법 중에서 흔히 알고 계시는 복식 호흡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호흡을 어떨 때 하는 것이 유리할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 전 글을 읽고 오시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


<필라테스 강사의 단호박 조언> 매거진 "필라테스 호흡만 해도 뱃살이 빠집니다" 




일단 호흡이 인체에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일단 호흡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내 온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전달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이겠죠. 신체의 모든 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대사를 통해 생긴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할 텐데요.


신체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의 폐는 흉강, 즉 갈비뼈의 공간에 꽉 채워 맞게 되어있습니다. 수많은 폐포들이 쪼글쪼글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그 많은 표면적을 통해 효과적인 가스 교환을 가능하게 하죠.


호흡, 즉 가스 교환을 효과적으로 일으키기 위해서는 흉부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갈비뼈의 용적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큰 도움될 텐데요, 이 흉곽 호흡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흔히 알고 있는 복식 호흡에 대해서


복식 호흡은 복부 근육을 늘어나게 해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들숨에서 횡격막의 하강을 강조하는 호흡법입니다. 복부의 용적을 늘려서, 즉 배를 빵빵하게 만들어서 숨을 채우고, 내쉴 때 배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숨을 내뱉는 방식의 호흡입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들이마시면서 횡격막이 수축하고, 횡격막이 수축하면 복부를 아래로 밀게 됩니다.


여기서 횡격막의 움직임이 헷갈리기 쉬운데요, 횡격막은 원래 위쪽으로 볼록한 돔 형태로, 수축을 하면 오히려 아래로 내려와 평평한 형태가 됩니다. 그렇게 복부 장기들을 아래로 밀어내게 되죠. 그렇게 복강이 넓어져 복부의 팽창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요.


이 호흡법에서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기 쉬운 복부 근육을 사용해서, 움직임이 크게 확실히 느껴지기 때문에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비교적 쉽게 관찰하며 인지하고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복부 근육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줄이면서 이너코어에 해당하는 복횡근에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자극을 주게 되고, 동시에 복부를 수축하며 횡격막의 효과적인 움직임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필라테스 호흡은 뭐가 다르죠?


이와는 다르게 필라테스 호흡은 숨을 갈비뼈의 용적을 늘려서 숨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더 자세히는 갈비뼈의 3D호흡, 흉곽이 모든 방향으로 늘어나고, 줄어들며 호흡에 개입하고, 복부는 가벼운 수축을 유지한 상태로 하는 호흡입니다. 복부의 가벼운 수축을 유지하게 되면 횡격막이 수축하며 복부를 아래로 밀면서 복벽이 밀려 나오게 돼요. 단단한 나무 박스 안에서 풍선을 가득 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단단하게 안쪽을 잡아주는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저항을 동시에 만들게 되죠. 그렇게 내 코어에 강력한 안정성을 제공하는 복압이 지속적으로 유지된 최적의 상태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복벽을 느낄 수 있는 필라테스 호흡, 코어 운동에 대한 참고 글

저는 배에 힘을 줬는데 왜 더 빵빵해지죠? 



폐포를 다 펼치면 테니스 코트 정도의 면적이 되는 것 알고 계세요? 필라테스의 흉곽 호흡은 갈비뼈의 용적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그 폐포들을 잘 펼쳐서 산소가 효과적으로 흡수/교환될 수 있도록 하고, 다시 이 용적을 줄이게 되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몸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게 합니다.


갈비뼈의 용적을 늘려 몸통 안쪽의 부피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압력이 줄어들면서 몸통 바깥쪽에 있는 공기를 효과적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되고요, 반대로 흉곽의 용적을 줄이면 몸통 안쪽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몸통 안 쪽에 있던 이산화탄소들이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몸통 바깥쪽으로 효과적으로 배출되는 것입니다.



어떤 호흡이 더 좋은 거죠?


꼭 어떤 호흡이 더 좋고, 어떤 호흡을 해야 된다! 는 것은 아니에요. 각 호흡법마다 가져갈 수 있는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움직임과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최적의 전략을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다만 폐가 들어있는 갈비뼈의 용적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폐포들로 하여금 효과적인 가스 교환을 이끌어내며 호흡의 본래 목적에 충실함과 동시에, 복부 즉 이너 코어 근육들을 가벼운 수축을 유지하는 필라테스의 호흡은 몸통의 중심인 코어의 안정화를 유지하며 운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물론 잘 쓰지 않던 갈비뼈 사이사이의 근육들을 써야 하는 어려움과 익숙하지 않은 호흡에 도전하고 습득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요)


이는 몸의 보호와 효과적인 가동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의 인체는 어느 부분에서 확실하게 안정성을 제공해 주어야 그 안정화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건강한 형태의 가동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필라테스 호흡의 혜택은요?


제가 필라테스 강사로 5년간 회원님들께 이 호흡을 가르치고 알려드린 결과 그 효과는 엄청납니다.


1. 딴딴하게 굳어있던 등근육의 이완을 유도합니다. 과하게 늘어나서 신장성 긴장을 하고 있는 굽은 등에 대해서도, 반대로 갈비뼈가 지나치게 앞으로 튀어나와 등 뒤의 근육이 오히려 좁아져 있는 체형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습니다. 제 길이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짧아져 있는 형태의 긴장된 등 근육에 흉곽 호흡은 적절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근육의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굳어버린 근육들은 스트레칭 쫙쫙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호흡을 통한 등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이끌어내서 굽은 등과 딱딱하게 굳어버린 등을 푸는데도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2. 긴장하고 있던 어깨와 목의 긴장이 내려갑니다. 올바른 호흡 패턴으로 어깨와 목 쇄골 주변에 긴장하고 있는 근육들이 편안해집니다. 이 호흡근들은 사실 2차 호흡근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힘쓰고 호흡을 주도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호흡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근육들이 굳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어깨 목 주변의 근육들이 이 일을 대신 가져가하게 되면서 항상 긴장하고 피로도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이 역할을 갈비뼈 주변의 근육들과 이너코어 근육들로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보조근 들은 '더 이상 내가 무리해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를 알게 되면서 쓸데없는 긴장이 많이 내려가게 됩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불안하지 마세요! 예민하지 마세요!"라고 한다고 해서 긴장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내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는 믿음이 충분히 생겨야 자연스레 긴장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죠. 우리의 몸도 그렇습니다.



3. 이너 코어 근육들의 효과적인 활성화, 내 몸통의 자세를 바르게 잡아줍니다. (이전 글에 쓴 것처럼 뱃살도 줄어듭니다!) 이너 코어 근육들은 겉에 있는 근육처럼 바짝 쪼이고, 엄청 딴딴해지지도 않고, 근육통 빡! 이런 근육이 아닙니다. 이 속근육들은 어떤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일으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만 몸통을 접는 윗몸 일으키기로 단련할 수 있는 복직근과 같은 겉에 있는 근육들과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몸통의 가장 안쪽에서 몸통을 작게 조여주는 근육들이기 때문에 호흡을 통한 조절, 지속되는 수축을 통해서 활성화가 더 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 복부를 빵빵하게 내민 상태에서 플랭크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것도 다른 방식으로 복부의 힘을 쓴 거 긴 한데요, 복부를 빵빵하게 내민 방식으로 힘을 준다면 허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힘을 쓰기는 어렵겠죠. 우리의 몸통 중심을 복대처럼 감싸주는 근육들이 일정한 힘을 유지하며 내 허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전략이 허리의 안정성을 지키는 데는 더 효과적입니다.


덧붙여 허리가 유독 아픈 날 호흡에 집중하며 복부 사방을 감싸주는 힘을 쓰는 것만으로도 허리의 부담이 줄어들고 통증도 덜하게 됩니다. 저도 생리통이 심해서 허리가 아픈 날에는 이런 방법을 쓰기도 해요.



4. 스트레스 감소와 혈압 저하. 올바른 패턴의 호흡을 한다면 가져갈 수 있는 전반적인 효과에 해당되기도 하는데요, 실제 제가 개인 레슨을 진행하는 회원님들 중에 필라테스를 하고 고혈압 질환이 완화되신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병원에서 이제 고혈압 약을 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을 때 함께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나도 모르게 나를 제한하고 있는 힘이나, 통증, 질환에서 벗어나면 그만큼 자유롭게 이전과는 다른 것들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 회원님은 요즘 등산이나, 산책 모임 등 야외 활동을 많이 즐기면서 지내고 계십니다:)


이렇게 호흡을 제대로 하게 되면 집중력 증진, 혈액 순환 및 호흡 패턴의 개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저하시키는 효과도 있죠.



5. 코로 들이마시는 숨은 감염을 막고, 코의 수용기들을 자극해 산화질소를 활발하게 합니다. 또한 이 산화질소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면 폐포의 표면을 증가시켜서 더 많은 산소가 효율적으로 흡수되게 하고, 호흡률을 느려지게 하며 전체적인 폐 용량의 개선, 순환과 혈액 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레벨도 증가시킵니다.



너무 필라테스 호흡의 찬양같이 느껴지시나요? 제가 실제로 경험한 효과들을 이보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필라테스 호흡은 너무 어려운데요!


이렇게 많은 혜택을 가지고 있는 필라테스 호흡이 의식적으로 연습이 되고, 그 근육들이 잘 활성화되어 제 역할을 한다면, 결국은 무의식적인 호흡에서도 이런 적절한 힘들이 쓰이게 됩니다. 


근골격계에 붙어있는 근육들은 수의근,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들입니다. 내가 생각으로 팔을 뻗고 싶으면 뻗을 수 있는 근육이라는 거죠. 반대로 장기와 내장에 붙어있는 근육들은 불수의근입니다.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고, 장 운동을 촉진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런데 호흡근들은 장기에 붙어있는 근육 중에 유일하게 수의근이기도 하고, 불수의근이기도 한 근육이에요. 내 의지로 조절할 수도 있고, 내가 의식하지 않을 때도 무의식적이고 규칙적으로, 더 정확히는 습관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근육들이죠. 그래서 필라테스에서는 단지 흉곽 호흡만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흉곽 호흡을 기반으로 강제적 호흡, 능동적 호흡, 수동적 호흡, 스타카토 호흡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호흡을 연습하고, 이에 따른 속근육들의 활성화, 다양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근육들의 사용을 이끌어내고 최적화하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됩니다. 뇌에도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연습해 나가는 과정이죠.


이 과정을 통해서 내 몸속의 구석구석에 있는 근육들이 깨어나고, 그 근육들과 뇌에 새로운 연결이 생기면서 뇌에는 내 몸에 대한 좀 더 정확하고 깨끗한 지도가 그려지게 됩니다. 내비게이션처럼요. 내 뇌에는 내 몸에 대한 지도가 있고, 그 지도가 깨끗하고 내 의지대로 조절해서 정확히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정확도가 더해질수록 내 몸은 더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힘을 쓰고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호흡에 도전해 보세요. 새로운 내 몸의 움직임과 호흡 패턴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오는 혜택들을 많이 누리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필라테스 덕후 같았던 필라테스 강사 최서연 드림:)





p.s 내용이 도저히 줄여지지 않아서 너무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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