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도 안 아파지고요, 목과 어깨도 가벼워집니다
제가 필라테스 수업을 하다 보면 잘 따라와 주시는 회원님도 계시지만, 또 그렇지 않은 분들도 당연히 계시는데요. 모든 동작을 다 하지는 못하시더라도 어중간하게라도 따라와 주시고, 호흡하면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얻어가시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잘하는 회원님이든, 맘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회원님이든 입을 모아 이야기하시는 내용인데요, “뱃살이 쏙 들어갔다, 허리가 안 아프다, 목 어깨 통증이 많이 줄고 시원해졌다.”
필라테스 호흡은 어떤 것이길래 이런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걸까요?
호흡의 기본
호흡의 기본적인 원리를 살펴보면 숨을 마실 때는 대기에 있는 산소를 몸속으로 들어오게끔 하고, 숨을 내쉴 때는 몸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과정입니다.
숨을 마실 때 갈비뼈가 크게 확장되고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흉곽, 즉 가슴우리 공간이 넓어지고 압력이 낮아지게 됩니다. 바깥에 있는 산소가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죠. 숨을 내쉴 때는 갈비뼈가 다시 작아지면서 횡격막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위로 올라옴), 가슴우리 공간이 작아지면서 압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같은 원리로 몸속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몸통의 바깥쪽으로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원리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효과적으로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기 위해서는 가슴우리 공간의 적극적인 부피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좋을 텐데요. 그러기 위해 중요한 근육들을 따져보면, 횡격막과 늑간근, 복부 근육이 될 겁니다.
1. 횡격막은 위아래로 잘 움직이며 흉곽의 용적을 조절해주어야 할 것이고요
2. 늑간근은 갈비뼈를 크게 확장시켰다가 제자리로 잘 돌아오는 역할을 잘해줘야겠죠. 이때 갈비뼈나 윗가슴이 너무 위와 앞쪽으로 들리면서 허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허리에도 무리가 가고, 사실 흉곽의 용적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러한 호흡 패턴은 호흡근의 보조근인 사각근이나 흉쇄유돌근이 과활성화 되게 만들고, 이는 목과 어깨의 긴장,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또한 복부 근육의 적절한 수축은 날숨시에 횡격막을 밀어 올려 잘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복부가 수축하면 복부 내 압력이 증가하며 복벽이 생기고, 코어가 불안정하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죠.
이런 호흡 패턴이 필라테스에서 강조하는 흉곽 호흡(또는 측면 호흡, 늑간근 호흡)입니다.
그럼 필라테스 호흡은 어떻게 하나요?
필라테스 호흡은 기본적으로 코로 마시고 입으로 깊게 내쉽니다.
코로 숨을 마셔볼까요. 내가 들이마시는 숨을 갈비뼈로, 풍선 채우듯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고 상상하면서 마셔봅니다. 이때 갈비가 그냥 앞이나 위로 들리면서 어깨가 으쓱하는 등의 보상작용이 생기지 않게요!
*보상작용: 어떤 동작을 수행할 때 올바른 근육이 아닌 다른 근육의 참여나 다른 신체의 움직임으로 동작을 대신 일으키는 것.
중요한 것은 넓어지는 방향이 양 옆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뒤쪽으로도 조금씩 확장해 보는 것인데요. 여기서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갈비뼈를 한번 살펴볼까요.
사진을 보면 내 복장뼈에 붙어있는 늑골의 1번부터 7번은 많이 움직일 수 없는 구조가 맞습니다. 이 부분을 과도하게 부풀리려고 하다 보면 어깨만 으쓱하거나 앞가슴만 긴장해서 위로 올라오게 되겠죠. 그러니까 늑골 1-7번은 생각보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 늑골 8,9,10,11,12번, 즉 하각을 위주로 옆쪽으로 조금 부풀린다고 상상해보세요. 마치 양동이에 옆에 달려있는, 내려가 있는 손잡이를 살짝 들어 올리듯이 말이에요!
앞쪽이 아니라 옆과 뒤로 살짝 넓어진다고 생각하면서 들이마십니다. 다만 책상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거나, 굽은 등을 가진 체형에서는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 갈비뼈 하각 주변 근육들이 타이트해져 있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래서 잘 움직이기 힘든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뒤쪽은 이미 늘어나 있는 체형이기 때문에, 쉽게 늘어나는 뒷면보다는 측면을 확장하려는 방향으로 호흡을 해보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생각보다 갈비의 움직임이 크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너무 열심히 마시면서 흉적을 과하게 넓히려고 하다 보면 우리가 집중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주 호흡근보다 보조 호흡근 들인 목과 어깨 주변의 근육들이 잘못 긴장해서 모든 움직임을 해내려고 애쓰게 되고, 결국 보 조근들이 과활성화 되어있기 때문에 주 호흡근 들은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우리 몸의 건강한 움직임은 조별과제 같은 것입니다. 또는 회사처럼요, 누군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너무 열심히 많이 마시려고 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보상작용이 없는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바닥을 목 아래쪽에 엑스자로 올려놓고, 목 어깨가 긴장하지 않는지 확인하면서 호흡해보세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목과 어깨가 긴장한다면요!? 호흡을 너무 크게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럴 때는 호흡을 차라리 줄이는 게 좋습니다. 마실 때는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갈비의 옆면과 뒷면을 정말 1mm 정도만 늘려본다 생각하고 마셔보세요. 손을 목과 어깨 주변에 올려놓고 목 어깨가 긴장하지 않을 만큼만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해도 목 어깨 주변의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면 양치질할 때를 상상해보세요. 칫솔이 목안 깊숙이 들어간 순간 웨에에ㅔ~하게 되는 것을 해보면 목과 어깨의 긴장이 순간적으로 풀어지면서 갈비뼈와 복부 근육이 척추 쪽으로 딱 달라붙게 됩니다. (이 방법은 날숨의 상태이긴 합니다) 아무리 해도 목 어깨 부근의 긴장이 안 풀리는 분들은 이렇게 순간적으로라도 목 어깨의 이완 상태를 느껴보세요! 이것도 경험과 패턴의 누적이기 때문에 목과 어깨 주변 근육들은 그 과긴장 상태가 정상인 줄로만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힘을 풀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가 않죠. 목 어깨 긴장을 이완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목과 어깨 주변을 정말 아래로 쓸어내리듯이 충분히 이완되어 편안한 상태를 근육들도, 나의 뇌에게도 인지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너네 그렇게 애쓰고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자, 목 어깨의 긴장을 풀고 숨을 들이마셨다면 이제 내쉬어 볼까요.
날숨에서는 횡격막이 올라오면서 가슴 공간을 작게 만들어주어야 우리 몸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배출해낼 수 있겠죠? 이때 복부 근육의 수축을 이끌어 낸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횡격막이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복부 근육은 빵빵해지면서 힘을 쓸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횡격막을 효과적으로 밀어 올려주지 못할 거예요, 복부 겉에 있는 복직근(식스팩)보다는, 복부 근육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복대처럼 내 복부를 사방에서 가로결로 감싸고 있는 복횡근을 사용해볼 거예요.
이 깊은 심부근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복부 앞에서 바늘이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쏙 넣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 바늘이 옆에서도 바늘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면서 후~ 내뱉어 보세요. 후~ 하고 내뱉었을 때 튜브에서 바람을 빼낸 것처럼, 복부둘레가 1센티라도 작아질 수 있게끔. 몸통의 가장 안쪽에서 작게 조여주는 근육들이 바로 복횡근입니다. 그러면 복부 내에서도 공간이 작아져서, 압력이 높아지며 복벽이 생기고 코어가 흔들리지 않게 복압이 생길 수 있게 되겠죠?
이렇게 호흡하면 호흡만으로도 이너 코어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근육인 복횡근과 횡격막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필라테스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갈비뼈와 허리, 코어의 제 역할을 찾아주게 됩니다. 그래서 허리 통증과 뱃살도 정말 많이 줄어들 거고요! 주 호흡근들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동안, 대신 과로하고 있었던 보조 호흡근들이 이완되면서 목과 어깨도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1분 정도 만이라도 호흡을 연습해보세요. 그게 경험과 습관이 되어서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다른 운동을 할 때에도 훨씬 효과적인 운동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