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여행이 끝나고 나는 또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출근할 곳도 없고, 소속된 곳도 없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나를 찾을 사람도 없었다. 하루는 또 길게 늘어지기 시작하고, 텅 빈 하루가 시려워서 어쩔 줄 몰랐다. 보란 듯이 SNS에 사진을 전시해대는 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이었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이런 곳에 자기 행복을 전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라도 화풀이를 했다. 상담할 때 선생님이 나한테 면죄부를 줬다. 내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범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그 말을 방패 삼아 평소의 나라면 진짜 별로라고 생각하던 행동도 그냥 하기로 했다. 그 순간에 뭔가가 해소될 것 같기만 하다면.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전시하기 위해서라도 씻고, 화장을 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밖에 나갔다. 목적지 없이 나가 영화를 보거나, 전시를 구경하고 뭔가 깨달은 척을 해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러는 순간 내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뭐라도 했다. 글을 끄적거려서 그 사람의 흔적을 잡아 놓기도 하고, 그렇게 글을 써서 공모한 곳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대단하다고 얘기해줬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구멍 나버린 내 인생을 막아보려고 발버둥 친 것에 불과했다. 엄마랑 공연도 보러 가고, 맛집과 유명한 카페를 찾아 가보기도 하고, 취미 박스를 사서 놀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걱정 없이 편히 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팔자 좋게 놀 수 있는 배부른 시간이었다. 걱정 없이 즐겼으면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산들바람에도 온몸이 시려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내 힘으로는 막을 수도 없는 그 수많은 구멍들을 메꿔보려고 애를 썼다. 그냥 가만히 아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그 공허함을 견디지를 못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애를 쓰며 나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가까운 사람들이 걱정하게 만들었고, 누가 내 걱정을 하든 말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사정없이 몸을 떨어 댔다. 그때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안 했다. 내가 죽겠는데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마음고생을 하든, 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