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으면 만들 수 있는 내 마음의 공간
명상 14일 차
밤의 소리와 함께 10분의 마음 비우기
어떤 날은 가이드를 들으며 명상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 그런 날이면 방 베란다 창문을 열고 불을 끄고 소리를 듣는다. 밤의 소리. 풀벌레의 소리, 바람에 나뭇잎들이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아주 가끔은 큰 웃음 소리나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 소리를 그냥 듣는다.
‘아, 시끄러워 이 밤중에 이렇게 떠들다니 누구야 대체!’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소리가 나는 것뿐이다. 그 소리를 시끄럽고 기분 나쁜 소리로 만드는 것은 나의 판단.
판단하지 않는다면 ‘이런 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그 소리는 지나간다.
감정에 대해서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정말 화가 났구나, 기분이 나쁘구나, 마음이 상했구나. 그런 상태. 나의 그런 마음 상태를 온전히 바라봐주는 것. 감정은 손님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왔다가 가는 것이라는. 알지만 그 순간에는 죽을 것만 같은 것이 또 감정이라는 손님이다. 당시엔 죽을 것 같아서, 속이 답답해 터져 버릴 것 같아서 친구에게 비상벨을 울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뭣 때문이었더라 싶다. 그 감정이라는 친구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기보다는 그냥 거리를 두고 아 이렇게 생긴 감정이 내 마음의 집에 찾아왔구나 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 명상은 나에게 방청소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건들이 어지럽게 여기저기, 빈 공간도 없이 엉망진창인 상태의 방을, 하나하나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쓰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히 버려서 빈 공간을 만들고, 들어오기만 해도 쾌적하고 기분 좋은 내 방을 만드는 것. 그것이 명상이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무슨 생각이 돌아다니는지도 모르게 하루 종일 오만가지의 생각으로 어지러운 내 마음의 집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보내야 할 감정들은 보내주고, 지금 꼭 생각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고민들과, 바삐 돌아가는 세상사와 다른 사람들의 소식들을 벌컥벌컥 마셔대는 나의 눈과 손을 잠깐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의 공간은 언제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의 정신없는 틈에도, 자기 전 오늘 있던 일들로 마음이 어지러워 도통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을 때에도. 호흡에 집중하고, 현재로 돌아오는 연습을 통해서. 나는 정신없는 내 마음에 빈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내고, 그 공간은 가능성으로 채워진다. 사랑으로 채워질 때도 있고, 영감으로 채워질 때도 있고, 아이디어나, 실행력으로 채워질 때도 있다.
나는 요즘 공간을 만드는 일이 좋다. 내 방에도, 내 마음에도 빈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나는 현재에 있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좋은 손님이 나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