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고 넘어가 보자.
A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입장을 보입니다.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A는 "야 이거 ㅁㅁ에서 만든 거네 역시 가장 오래된 역사만큼 맛있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비슷한 성격을 가진 B는 "A님 거기보다 ㅇㅇ이 훨씬 오래된 것 모르셨어요?"라고 반박합니다. "아닌데 내가 알기론 ㅁㅁ에서 1999년에 처음 시작한 거야", "아휴 답답하네..." B가 답했습니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지식 배틀입니다. (심지어 지식도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검색을 통해 승패를 가리 더라도 이미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처음 꽝 부딪혔을 때 "그런가?"하고 끝내버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지는 것 같고 앞으로 무시당할 것 같은 상황이 싫어서 쉬이 못 넘어갑니다. 이 상황에 내 자존심이 걸린 것처럼 싸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항상 맞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항상 맞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도 우리가 이미 지식이 많다고 인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래 보이는 것이지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틀린 것이 분명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용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는 당연히 지기 싫어합니다.
나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한 지식 배틀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위해 대답과 입장을 유보하세요. 이 사회는 내가 어느 편인지 선택하라는 강요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폰이냐, 좌파냐 우파냐, 네 편이냐 내 편이냐. 하지만 꼭 한쪽 편에 서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이 서질 않는다면 어느 정도 중간에 서 있어도 됩니다.
그렇게 중간에 서 있다가 특정한 입장이 나의 입장과 같다면 충분한 동의를 표현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그렇게 신중하고 자연스럽게 선택된 입장은 나의 성향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말은 굳이 특정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나의 생활과 행동에서 내 입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을 위해 급하게 선택된 입장은 나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 맞는 입장을 위해 나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지키기기 위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행동과 비슷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그 입장을 포기하게 되고 나는 말을 바꾼 사람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사람을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급한일은 많지 않습니다. 나를 파악하기 쉬우려고 자기의 편의를 위해 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폭력에 휘둘리지 마세요. 잘못된 선택이 나의 입장이 돼버려서 정말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세요. 급하게 선택된 당신이 아닌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만들어져 가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