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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나폴리 일기 06

by 돌멩

나폴리에서의 이주가 지났고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나는 포기를 외쳤던 그 성당을 다시 찾아 걸어 올라갔다.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해 그저 기억을 더듬어 걸어 올라가니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찾아낸 작은 골목 그리고 작은 성당 사인을 찾아냈다. 아쉽게도 성당 문은 닫혔다. 하지만 그렇게도 좋았다. 찾아온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이탈리아 남부 바닷가 작은 마을의 노란색 벽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오래된 철장 대문을 가진 작은 성당. 다음에 다시 또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걸어오려고 장소는 기억 속에만 남겨두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도 또 이렇게 걸어서 찾아오려고.


믿음이 있고 확신이 있으면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되어있는 것 같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내 감을 믿으며 씩씩하게 가보기를 나와 젊은 시간 속의 우리들을 응원했다.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아도 , 방향을 모르고 걸어도, 계획이 없고 목적이 없는 곳에서 이리저리 걷어도 되는 이 자유로움 때문에, 어떠한 불확실성에서 때때로 가야 할 방향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하고 요상한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이렇게나 긴 인생의 여행이라는 선물을 받았으니 특히 젊은 날의 우리는 더 감사하며 이리저리 천천히 걸어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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