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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도 갈등도 가끔은 나쁘지 않아

어제 저녁 엄마랑 싸우고

by 돌멩

싸움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서 서로는 감정이 상한다. 오해다. 싸우자고 시작한 말이 아니었으니.

감정이 격해지고 의도하지 않은 상처주는 말들을 무기로 휘두른다.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이란 없다. 나에게 아프게 꽂히는 말들을 그냥 맞고 있을 수 없다.

더 아픈 말들로 막아내고 상대를 찌른다.


폭주하는 둘은 다행히도 옆 사람들에 의해서 떨어져 잠시 휴전한다.

격한 감정이 조금 가라앉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거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닌데...

그리고 이 싸움은, 그에게 찔렸다고 생각했던 말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사람이니까.

다 괜찮다.


감정이 격해지는것을 잘 다룰 줄 알아야하는게 중요하지만.

평소에 차갑게 가라앉아 잊고 있었던 진짜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하는 내 밑바닥을 다 드러내기도 하는 그

싸움이 주는 좋은 선물도 있지 않은가 싶다. 진심이 그 어떤 부끄러움에도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게 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오히려 숨겨져 있던 내가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드러나게된다는 것.


사랑하는가?

사랑한다 그와 나 사이에 생긴 어떤 오해나 상처도 다 필요 없을 만큼

혹은 아니 나는 사실 너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 계기는 더 쉽게 두 갈래의 길을 주겠지 더이상 우리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길을헤매고 있지 않을 수 있게 방향을 명확히 알려줄 수도 있겠지.

싸움을 통해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솔직한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 그리고 그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경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서로는 더욱 깊어진다. 성장하고 단단해 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갈등의 상황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고 피하지 않으려고.

이 핑계로 오랜만에 꼭 껴안은 그의 품이 참 좋았다.

뭐 그냥 평소에 더 많이 사랑한다고 감사한다고 전하고 안아주면 안되냐, 너?

병주고 약주는거도 아니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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