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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끼리 모이면 어떻게 될까? 어벤저스 기억 안 나?

스페인표 블랙코미디 <크레이지 컴페이션>

제목이 곧 내용이다. 잘난 것들의 조합은 100% 이상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까? 지구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잘난 조합의 캐릭터가 나오는 어벤저스도 캐릭터끼리 싸우고, 밀림의 왕은 사자뿐. 최고의 조합과 적절한 조합은 분명 다른 이야기라는 힌트를 준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나도, 스페인식 유머 코드는 어지간히 따라가기 힘들다. 영국식 개그, 미국식 개그는 조금씩 웃기는 포인트를 캐치할 수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 있는 관객들 마저도 반응이 꽤 엇갈렸다. 스크린이 던지는 개그에 열명 중 1명만 재미있게 웃는 상황이 이번 영화를 더 블랙코미디스럽게 만들었다. 블랙코미디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화려한 영화를 보고 나온 탓에, 과장되고 보그체스러운 글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우나 뻴리꿀라. 스페인어로 영화인가 보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장 좋은 단어들만 뽑아서 하나의 문장 만들어 내기 같은 느낌과 비슷하다. 개연성이나 연결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최고의 조합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묶은 것 정도 되겠다.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회사가 투자한 영화+명성 좋은 영화감독+거장 영화배우+스타 영화배우


호불호는 있겠지만, 이 영화가 과연 시장에서 성공에서 성공적으로 먹힐 것인가 아니면 대실패냐라는 부분은 쉽게 판단 내리긴 어려울 같다. 나는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솔직한 영화라서 좋았다. 그래도 진짜 재미있었는지 묻는다면 조금 못 미덥게 대답을 어물쩡거리고 싶다. 


감독이 짜 놓은 영화 속 가상 세계에서, 배우들이 그 캐릭터를 어떻게 녹여내는지 기획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세계관이 이런 식으로 구상하는 거구나 하는 확실한 인사이트가 이 영화에 있다. 영화감독은 자신이 짜놓은 세계관에 배우들을 투입시키고, 그 배경 속에서 감정선을 어떻게 가져갈지 세심하게 디렉팅 하는 과정도. 배우는 캐릭터를 자기인 것처럼 만들어야 하는 과정들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페넬로페 크루즈를 빼놓을 수 없다. 어쨌든 페넬로페 크루즈가 멱살 잡고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끌어간다.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게 이 배우의 캐릭터였다. 화면에 꽉 차게 클로즈업되는데도 전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화려한 비주얼에 압도됐다. 할리우드에 헬레나 본햄 카터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캐릭터를 살리는 데 최고의 치트키였다고 생각한다. 


야구선수 요기베라의 말이 평생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 속 줄거리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심지어 엔딩에서도 영화가 끝나지 않고 연속성을 가져간다는 힌트를 넌지시 던질 때 그럼 그렇지. 정도의 반응이 된다.


이 영화는 투자자의 영화 제작을 계기로 전개가 되는데 그 방식이 살짝.. 진짜 상업영화에서 보기에는 서투른? 엉성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나는 영화 평론가가 아닌데 개그콘서트의 코너에서도 진행해 주는 역할처럼 기능하는 게 어색해 보였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뽑아낸 제작자의 고생을 고작 별 다섯 개로 치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조금 아쉬웠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자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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