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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만 책에서 건진 귀한 문장들

바다가 좋아서 고른 <바다의 철학>은 쉽지 않은 책

책이 무척 예뻤다. 파랑과 바다를 좋아하는 편이라 무조건 이 주제만 나오면 고른다. 바로 읽게 된다. 이번에는 어려운 주제여도 철학 책을 선택했다. 좋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3분의 2를 읽다 말고 포기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어렵다. 이 글도 미완성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40p. 탈레스와 특히 아낙시만드로스가 인간과 물은 물질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주장했다면 헤라클레이토스와 그 후계자들은 정신적인 결합까지 읽어 냈다. 변화하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물에 빗댄 그림과 상상을 생각의 도구로 쓰게 마련이다. 인간 세계의 변화, 곧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포착하려는 노력도 마찬가지다. 사조의 흐름, 유행의 파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정치 변혁, 피난민의 물결에서 보듯 이런 모든 표현은 물과 바다를 비유한 것이다.


당연하게 꺼내는 말들의 어원을 찾다보면 물과 바다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 우리도 모르게 문학적으로 물의 흐름에 대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62p. 바다라는 자연이 소유를 거부하듯, 자연은 모든 민족이 교역을 위해 바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그로티우스는 썼다.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교통로 없이는 어떤 국가도 번성할 수 없다. 인류 전체도 교역 없이는 번성할 수 없다. 자연이 그 은혜를 민족마다 서로 다르게 베풀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는 차고 넘쳐 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바로 그래서 민족들은 서로 교류해야 한다. 인류는 가진 것을 서로 교환하는 교역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교역은 저마자 다른 민족을 함께 이끄는 신의 질서다. 멀리 떨어진 나라끼리 교역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다와 바람이다. (중략) 자연이 정해 준 대로 바다가 인류의 공동재산으로 남아 사유재산이 없는 근원적 상태를 보존한다면, 법을 무시하고 멋대로 구는 자유란 있을 수 없다.


국가와 영토 개념이 확실해진 지금은 바다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해 놓았다. 그 영역 안에서 잡힌 물고기든,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은 다른 나와와 수입, 수출을 통해 가치 교환을 하는 경제생활이 필수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다의 바람’이었다는 표현이 꽤 근사하게 들린다.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를 인간 나름대로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부가적으로 가치를 발생시키면서 풍족하게 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게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82p. 하늘과 바다 사이를 더가는 배 처럼 어떤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갈 기회를 제공하며 생각해 볼 광활한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또 있을까! 배에는 모든 것이 생각에 날개를 달아 주어 저 탁 트인 하늘로 날아오르게 하는구나! 바람에 펄럭이는 돛, 쉼 없이 흔들리는 배, 철썩이는 파도 소리, 하늘을 유유히 떠도는 구름, 철썩이는 파도 소리, 하늘을 유유히 떠도는 구름,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한히 펼쳐진 하늘! 땅에서라면 나는 좁디좁은 상황 안에 갇혀 죽은 생각이나 붙들고 씨름했겠지.
늘 똑같은 일과를 되풀이해야만 하는 단조로운 직업은 생각을 좁히고 우리를 무디게 만든다. “이렇게 사는 인생은 얼마나 왜소하고 보잘 것 없는가. 늘 되풀이되는 명예, 존중, 희망, 두려움, 미움, 혐오, 사랑, 우정, 배우고 싶은 열망, 작업, 판에 박은 취미는 정신을 협소하게 만드는 구나. 습관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나아가면 우리는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얻는다. 교양은 익숙한 궤도에서 벗어나 습관, 굳은 땅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볼 것을 요구한다. 헤르더의 여행기에 기록된 바다의 자유는 생각과 느낌의 자유이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교양의 중요한 토대이기도 하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지!

안타깝게도 이 책은 너무 어려워서 겨우 겨우 읽은 곳을 짚고 또 짚어야지만 소화할 수 있었다. 과감히 내려놓기로 한 책이어도 소중한 문장은 꼭 기억하고자 브런치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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