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ve J Nov 07. 2024

데릭 본부장의 쓴소리,
아만다 사원의 무단녹취

아만다 매니저의 무단녹취는 문제가 될까?

사업본부장 데릭은 쓴소리를 잘한다...


사업본부장 데릭은 조직 내에서는 소위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돌려말하는 것이 없다. 불편하거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그냥 직선으로 나간다. 틀린 말은 아니자만 말이 너무 건조하고 표정관리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도 꽤 많다. 특히나 같은 레벨이 아니라 데릭보다 직급이나 직책이 낮은 경우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불편해도 참는 한국정서(?)를 늘 못마땅해하는 데릭이었다. 


사업본부와 영업본부의 협업관계로 한달에 2번 이상은 데릭본부장을 만나는 제이쓴 팀장은 '여기는 한국인데, 당연히 한국정서가 있는거 아닌가? 본인도 토종 한국인이면서...'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데릭은 사업본부 실적을 해마다 경신하면서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이다. 국내파 공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일본어는 준네이티브 수준이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학습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대화법이나 공감능력을 좀 더 학습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이쓴 팀장만의 생각은 아닐터....


'그래도 실력과 실적이 말해주고 있으니...에휴...'




서무직원 아만다의 공개요구, '데릭 본부장님, 사과하십시요!'


사업본부에는 6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는 서무직원 아만다가 있다 그녀는 파견직원으로 사업본부장의 서류작성 업무 등 지원업무를 수행 중이다. 주변의 동료들은 아만다를 매우 조용하고 순종적인 동료로 알고 있었다. 워낙 말수가 적고, 조용히 자기 일을 묵묵히 하는 성격이다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사업본부에서 일하기 전에는 제이쓴 팀장이 속한 영업2팀에서 일을 했는데, 워낙 평판이 좋아 1년 근무 후 스카웃 되듯이 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었다. 데릭이 일잘한다고 소문이난 아만다를 강력히 요청을 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런데, 아만다가 사내게시판에 데릭 본부장을 향한 공개사과요청을 하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제이쓴 팀장은 1년간 아만다와 일을 하면서 그녀의 성품이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궁금한건 못참는 제이쓴 팀장은 우연히 9층 오픈 라운지에서 아만다를 만났다. 아만다는 표정이 좀 어두워 보였고, 제이쓴을 보고는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아만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점심 드신거죠?


-제이쓴 팀장: 어, 아만다. 식사 다 했지. 아만다도 다 먹은거 같네? 오랜만에 만났는데, 커피나 한잔 할까? 회사 앞에 오트라떼 맛있는 집이 생겼더라고. 


-아만다: 네, 팀장님. 안그래도 할말이 넘 많아요..


까페는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오트라떼는 정말 맛있었다.


-제이쓴 팀장: 무슨 일 있었어? 아만다가 그저께 공개사과요청 한 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거든. 데릭 본부장 말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는데...


-아만다: 어우...팀장님 말도 마세요. 데릭 본부장님이 저와 마주칠 때면 '아만다는 일도 잘하고, 똘똘한데,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지 그랬냐. 이렇게 좋은 회사에서 파견서무로 일하는게 얼마나 억울하냐. 어차피 정규직은 될 수 없는데, 무슨 즐거움으로 일하냐.' 라는 식의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칭찬인가 싶어 가만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웃으며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넘기니 정말 만날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는거에요.          


-제이쓴 팀장: 그래? 공개적으로 그렇게 해?


-아만다: 그게 그렇지도 않아요. 다른 사람 있을 땐 그런 말 하지도 않는데, 꼭 저랑 둘이 있는 상황이 되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일부러 그랬는지, 그냥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제가 정중하게 '저도 파견직원이지만 나름 일의 의미를 찾고 나름 즐겁게 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까지 드렸거든요?


-제이쓴 팀장: 그런데?


-아만다: 저보고 너무 형식적으로 정답같은 이야기안해도 된다고 하면서 '어차피 정규직과 파견직은 사회적인 계급처럼 굳어져 있으니 정규직이 부러울거다'는 거에요. 그리고 '학력이 좋으면 누가 파견직으로 오냐'고 하는데, 정말 너무 열받았어요.  


-제이쓴 팀장: 아만다가 그 정도로 열내는 거 처음보는데, 데릭 본부장도 참...공감 능력 떨어지는 건 잘 알지만...그런 이야기를 굳이 왜하는지 알 수가 없네. 공개사과요구 이후에 연락은 안왔어?  


-아만다: 바로 전화 오던데요? 자기가 사과할께. 뭐가 있냐고 되물었어요. 증거 있냐고요.ㅎㅎ 저 사실 더 열받았어요. 목소리가 아주 격앙되어 있었는데, 제가 대화 녹음한거 있다고 했더니 자기 동의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녹음하거 법률적으로 문제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민형사상 문제를 삼겠다', '징계를 하겠다'고 하네요. 자기 처남이 변호사라면서요. 어휴....저는 정말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걱정도 무지됐어요. 저는 이 분이 꼭 다른 사람 없을 때 그런 말을 해서 증거라도 남기자는 취지에서 녹음을 한 거고, 저 사실 회사 그만 둘 각오하고 공개사과요청을 한거에요. 어차피 이 회사에서 파견으로 6개월 정도 더 근무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안하면 제 뒤에 오는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을 것 같더라구요. 정말 기분이 안좋았구요.이제 미련도 없어요...


-제이쓴 팀장: 와...충분히 이해가 되네. 그런 일이 있었던 거구나. 데릭 본부장 성격으로는 가만 있지는 않을거야. 나도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아만다: 근데, 정말 대화할 때 상대방 동의 없이 무단 녹음하면 문제가 있는거에요? 인터넷 찾아보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문제없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민형사책임, 징계같은 용어를 들으니 불안하긴 하대요...  ㅜㅜ


-제이쓴 팀장: 나도 좀 헷갈리고, 궁금한데? 이럴 때는 늘 내 친구 스티브 노무사한테 도움을 구하고 있는데, 스티브 노무사에게 한번 물어보고 이야기 해줄께. 맘 편히 먹어, 쉽지는 않겠지만...정의는 승리한다는 걸 믿고 가야지.      




대화 상대방 목소리를 무단으로 녹음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걸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반갑다. 잘 지내지? 요즘 회사에서 이런 일도 생기네. 나는 뉴스나 드라마에서나 보고 듣는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사실 아만다 그 친구  내 밑에서 1년 동안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던 친구고 성품도 정말 좋은 직원이었거든. 파견직원이기는 하지만 정말 우리 정규직 보다 더 열심이 일을 잘했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억울하고 기분이 안좋을 것 같더라고, 도와주고 싶기도하고. 데릭 본부장과의 대화를 무단으로 녹취한게 실제로 있다는데, 데릭은 노발대발이래. '민형사책임을 묻겠다.', '징계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야. 정말 그래?      


-스티브 노무사: 참 안타깝네. 데릭 본부장님이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관련 강의라도 좀 수강하셔야 겠는데. 여튼 네가 물어 본거 중심으로 답을 해줄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당사자 대화를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되 하지만 개인의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고, 조직 내에서 무단 음성 녹음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경우 기업질서위반행위로 '징계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야해. 인터넷에서보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이 아니므로 동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미이고, 사실 손해배상청구 가능성과 조직에서의 징계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제이쓴 팀장: 그래? 혹시 정확한 근거 좀 알려 줄 수 있어?


-스티브 노무사: 그래, 판례가 있으니 이야기해줄께 


상대방 동의 없는 녹취 행위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대법원 2002.10.8.선고, 2002도123 판결)
『전기 통신에 해당하는 전화 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감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전화 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몰래 통화 내용을 녹음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지 아니한다.』


비밀녹음이 민사상 불법행위인지 여부

(수원지방법원 2013.8.22. 선고 2013나8981 판결)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해 녹취록을 작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헌법 제10조 제1항과 제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비밀녹음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1995.10.13 선고 95다184 판결)
동료직원들의 대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해 이를 토대로 진술서를 작성해 교부함으로써 그 진술서가 동료직원들에 대한 형사고소사건의 자료로 제출되도록 한 일련의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간에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의 화합을 해하는 것으로서 근무기강 확립과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제이쓴 팀장: 그럼 아만다 같은 경우는 당사자 대화녹음이니 일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닐 것 같은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거나 징계를 당할 수 있는거야? 


-스티브 노무사: 일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아만다가 무단녹음을 아무런 목적이 없거나 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정당하게 한 행위로 인정을 받는다면 손해배상청구나 징계도 문제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소위 말하는 위법성이 조각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지...물론 세부 사안에 따라 내 생각과는 다른 판단이 날 수 도 있겠지만...


-제이쓴 팀장: 그래..법도 지극히 상식적인 거니까..스티브 너의 해석에 일리가 있는 것 같네. 나도 참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아만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야겠네. 역시 스티브 노무사 네가 내 친구라서 참 든든하다. 


-스티브 노무사: 그래, 어떻게든 정의는 바로 잡혀야지. 내가 보기에도 아만다 그 친구 성실하고, 일반 정규직 보다 훨씬 성실하게 일하는데, 억울한 일이 있으면 곤란하지. 잘 이야기해주고, 힘내라 그래! 그리고 데릭 본부장 혹여나 잘못하면 '직장내괴롭힘'이슈로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도 전달해줬으면 하네. 참 안타까워. 




동의 없는 녹취나 녹음과 관련한 유의사항 몇 가지   

 당사자간 대화를 무단으로 녹취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단,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 상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는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수 있다.

정당한 목적 등이 없는 무단 녹취행위의 경우 기업질서 위반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무단녹음, #무단녹취, #무단녹취이슈
















                    

이전 13화 '그냥, 연차 내년에 몰아서 쓸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