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긴 연차를 내년에 몰빵한다는 잭슨 매니저, 괜츈한가?
팀의 에이스가 된 잭슨 매니저의 면담요청
경력으로 입사한 잭슨매니저는 초반 위태위태한 상황이 있었지만, 조직에 잘 자리잡았다. 알고보니 천천히 끓는 뚝배기같은 인재였다. 처음엔 좀 어설퍼보이고 마음에 안들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성품과 만개한 역량으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잭슨 매니저의 일이 너무 많아 걱정일 정도...
'그러고 보니 잭슨 매니저는 휴가를 거의 쓰질 않네..' 제이쓴 팀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요즘에 참 보기 드물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업무하는 걸 보고 있으면 다른 동료직원처럼 좀 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잭슨 매니저가 카톡을 보내왔다.
'팀장님^^ 커피한잔 괜찮으세요?'
설마 이 녀석도 이직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연차휴가를 내년에 쓰게 해달라고?'
-잭슨 매니저: 팀장님, 찰리 팀장님 떠나시고 좀 시무룩해 보이세요.
-제이쓴 팀장: 그런가? ㅎㅎ 티가 많이 났나봐. 나름 포커페이스 모드였는데..괜찮아 사는게 다 그렇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설마 이직? 아니지?
-잭슨 매니저: 아니에요. 저는 아직 이 회사를 떠날 맘이 없어요. 다른게 아니고 저 올해 발생한 연차 15일 하나도 안썼거든요.
-제이쓴 팀장: 그래, 잭슨 매니저는 휴가 참 안가더라. 묵혀서 뭐할려고?
-제니 매니저: 사실 내년이 저희 부부 결혼 10주년 인데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려고 해요. 준패키지로 묶여 있기는 하지만, 나름 배낭여행이죠.
-제이쓴 팀장: 그런데?
-제니 매니저: 혹시 올해 연차휴가를 5일 정도 내년으로 이월할 수 있을까해서요. 10주년 휴가를 좀 길게 가려면, 올해 연차를 좀 붙여쓰는게 어떨까 싶어서 고민해봤어요.
-제이쓴 팀장: 그러면 거의 한 달 가는거 아냐? 부럽네. 그래도 우리 회사가 장기휴가를 엄청 장려하는 분위기니까. 업무조정만 되면 부담은 안될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잭슨 매니저 같은 연차이월+장기휴가 케이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즉답을 못주겠는데?
-잭슨 매니저: 좀 독특한 사안이라 제가 인사팀에 바로 물어보기가 불편해서 그러는데, 팀장님 절친 스티브 노무사님에게 질문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ㅎㅎ 1차 정보만 있으면 그 다음은 인사팀에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이쓴 팀장: 나 이거 원...또 스티브 챤스...
잭슨 매니저의 연차휴가 이월 요청은 실행가능한 걸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내가 요즘 별의별 질문을 다 받아본다. 우리 에이스 잭슨 매니저 부탁이라 귀찮아도 좀 부탁해. 연차 내년에 쓰는거 되는거야, 안되는 거야?
-스티브 노무사: 어떻게 생각해? 이제 내가 질문을 좀 던져야겠다. 그냥 알려주면 재미도 없고..
-제이쓴 팀장: 아놔...걍 알려줘...안될 것도 없지 않아? 본인 휴가는 본인이 알아서 쓰는 거니까. 그 잭슨 매니저의 아이디어 정도는 억셉트(accept)가 되야지 일할 맛도 날거고...휴가는 좀 유연하게 쓰면 좋지 않겠어?
-스티브 노무사: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발생일로부터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이 기간 동안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사용권은 사라져. 만약 회사가 '사용촉진절차'를 거쳤다면 연차미사용수당 지급의무도 없겠지만, '사용촉진절차'가 없었다면 연차미사용수당 지급의무가 회사에 발생하게 되지.
-제이쓴 팀장: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사용촉진을 별도 하지는 않으니, 1년간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수당으로 받게 되는거네. 하긴 매년 1월 급여지급일에 전년도 연차미사용수당 정산해서 한꺼번에 주잖아. 쏠쏠하긴 한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그럼 잭슨 매니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안된다는 거야?
-스티브 노무사: 그건 아니고. 예외적으로 직원 개인과 연차이월사용과 관련한 합의를 하면 연차이월이 가능하긴해. 이 부분은 근로기준법에는 나와있지 않고, 행정해석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내용을 잘 읽어보라구.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연차유급휴가 이월 사용 가능여부
(근로조건지도과-`1046, 2009.2.20)
"휴가청구권이 소멸된 미사용휴가에 대해 금전보상 대신 이월하여 사용하도록 당사자간 합의는 가능하다 할 것이나,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할 것임."
-제이쓴 팀장: 그래 정리하면, 잭슨 매니저가 회사와 올해 연차 5일에 대한 이월합의를 하고, 내년에 붙여서 쓰면 되는거네?
-스티브 노무사: 그렇게 되는거지?
-제이쓴 팀장: 아...근데, 이거는 갑자기 떠올라서.. 근데 내년에 이월해서 쓰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쓰게 되면 어떻게 되냐?
-스티브 노무사: 보통은 이월합의를 할 때 사용기간을 정하게 되는데, 그 이월 사용기간이 종료되었는데도, 못 쓰게 되면 당연히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한다고 보아야지. 그건 위의 행정해석에서 언급되어 있단다.
-제이쓴 팀장: 그냥 이월합의는 말로하면 안될 것 같은데, 여러모로 복잡한게 많아보여서 말이야. 뭐 합의서라도 써야하나?
-스티브 노무사: 그게 정말 중요하지. '연차이월사용 합의서'를 작성해서 이월합의 내용을 명확히 해둬야 서로에게 좋은 거지. 쓰라는 법은 없지만 서두...하지만 난 연차이월합의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고, 추천하지도 않아. 왜냐하면 인사관리가 너무 복잡해 지거든. 그러니까 '이월합의 가능하지만 추천하지 않고 싶다'가 내 공식의견!
-제이쓴 팀장: 내가 매번 놀란다. 너 정말 설명잘한다잉. 쌩유. 오늘도 중요한거 배웠네. 그럼 또 보자고~
연차휴가 이월 관련 주의사항 몇 가지
미사용연차휴가 이월시 '이월 합의서'를 반드시 작성한다.(아래 양식 참조)
이월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월사용기간)을 너무 과도하게 장기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곤란하다.(회사가 직원에게 미사용수당 지급을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오해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임.)
직원이 합의된 이월사용기간 중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월사용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