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팀장 찰리, 다른 회사 이직이 결정되었는데, 위약금을 물으라니
연구개발2팀장 찰리와의 저녁식사, 그리고 그의 이직결심
대표이사 교체와 줄을 잇는 핵심인재들의 퇴사로 조직이 뒤숭숭하다.
'우리 회사도 40년 역사의 저력이 있으니 잘 넘어갈거야. 이 정도 위기 쯤이야..'
제이쓴 팀장은 혼자 속으로 마음을 다 잡았다. 오히려 이런 위기의 때에 회사에 대하 애사심이 더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 주 금요일 구내식당에서 마주쳤던 연구개발2팀장 찰리 팀장은 얼굴이 어두웠는데, 이번 주 월요일 카톡이 왔었다.
'제이쓴, 목요일 저녁에 밥이나 먹을까? 내가 살께.'
사실 찰리는 입사동기라 지난 15년 동안 미운정, 고운정이 다들었다. 전공도 다르고 조직에서 하는 일도 완전 다르지만,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말이 잘 통해서 매우 친하게 지냈다. 아내와 아이들도 이모, 삼촌하며 서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무슨 일이지? 이 녀석도 퇴사? 하아... 일단 만나는 봐야지..'
찰리팀장의 이직고민,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전직금지약정'
오랜만에 회사를 벗어나서 성수역 근처로 왔다. 요즘 성수동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고 하는데, 분위기도 전환하고, 새로운 메뉴도 찾아볼겸 해서 한군데를 수소문 했다.
-찰리 팀장: 야, 제이쓴, 너 이런 감각이 있었냐? ㅎㅎ 그런데 우리 같은 아재 둘이서 이런 힙한데를 와도 되는건가?
-제이쓴 팀장: 너는 왜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거야. 그냥 우리가 편하고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지. ㅎㅎ 우리가 좀 아재긴 하지만.. 왜 불렀어? 설마 그만두려고? 이직쓰나미에 너도 확 휩쓸렸니?
-찰리 팀장: 짜식...옛날이나 지금이나 촉이 살아있는 거는 여전하네. 우리 회사랑 비슷한 유사업종이고 규모는 좀 작은 회사인데, 얼마 전에 오퍼가 왔어 본부장 자리라는 거야. 사실 그 회사 성장세를 보니 엄청나더라고. 우리 회사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완전히 침체기 잖아...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고, 한번 더 큰 조직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뭐 연봉도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고...우리 회사에는 미안하지만..팀장하다 그냥 명퇴같은거 하느니 도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우리 나이에 거의 마지막 기회 아니겠냐?
-제이쓴 팀장: 그렇구나. 점점 외로워지는 구나. 회사에서 괜찮다고 평가받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떠나네. 뭐 다들 작정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지난 주에는 노아 매니저가 이직한다고 상담을 하더니 이번에는 찰리 너 마저...
-찰리 팀장: 근데 말이야. 한 가지 걱정되는게 있어. 우리 연구개발팀은 입사할 때 '전직금지약정서'라는 걸 쓰거든. 거기 보면 '퇴사 후에 국내/외의 동종 또는 유사 업체 일체에 5년간 이직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거. 근로계약서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고...약정을 위반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무시무시한 문구도 있고 말이야. 이게 너무 신경쓰여서 요 며칠 잠도 안오더라고...아니 투잡도 뛰는 세상인데, 퇴사하고 내 맘대로 이직도 못한다는게 넘 이해가 안되는거야...우리도 자유민주 대한민국인데, '직업선택의 자유' 이런거 있지 않아?
-제이쓴 팀장: 그거 물어보려고 만나자고 했구만? 사실 우리 영업팀도 그런거 쓰긴 해. 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경쟁업체 대놓고 입사하는 친구들도 많아. 회사도 별다른 조치가 없던데? 그래도 네 이야기 듣고 보니 뭐가 찜찜하긴하다.
-찰리 팀장: 네 친구 그 누구냐? 스... 그래 스티브 노무사 있잖아. 이 참에 좀 물어봐주면 좋겠는데...우리 끼리 토론해봐야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제이쓴 팀장: 그렇지? ㅎㅎ 알았어 잠깐만... 요즘에 내가 전화를 뜸하게 해서 날 전화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찰리 팀장: 그래, 그래..
찰리 팀장의 '전직금지약정', 어떤 이슈가 있을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바쁘지? 전화 안받아서 카톡 보내놨는데, 읽어봤어?
-스티브 노무사: 응, 대충 봤어. ㅎㅎ 찰리 팀장이 그렇게 절친이야?
-제이쓴 팀장: 응, 입사동기인데, 거의 너랑 맞먹을 정도로 친해. 담에 시간되면 한번 같이 만나자고. 진짜 괜찮은 녀석이거든. 암튼 전직금지약정인가 뭔가 그거 효력이 있긴 한 거야? 우리 영업 쪽에서도 그거 싸인하고 입사하는데, 애들이 신경도 안쓰고 동종 유사업체 정도가 아니라 경쟁업체로도 막 이직하거든? 회사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말이야...찰리 팀장도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이직하면 되는거 아냐? 이런거 그냥 순 형식적인거 같어. 우리들 겁이나 주려고 말이야.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워~워~. 이런거 물어볼 때마다 내가 늘 이야기 하는거 있잖아. 뭐였지? 한번 따라해볼까? ㅎ
-제이쓴 팀장: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 ㅎㅎ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나 급하니까 일단 결론부터 설명해주라.
-스티브 노무사: 일단 '전직금지약정'을 법원에서는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유효성 판단을 해. 왜냐하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는 조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러한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한지 여부는 1)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전직금지 기간 적정성, 3) 전직금지 대상의 범위, 4)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 지급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게 되지.
-제이쓴 팀장: 아이구 또 나왔다. 그놈의 '종합적 판단'...그럼 찰리 팀장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거야? 어우...답답해라...
-스티브 노무사: 일단 찰리는 연구개발팀장이니 1) '보호할 만한 회사의 이익'에 해당하는 중요한 연구개발 관련 정보가 있을 것 같아. 그런데 2) 전직금지 기간이 5년으로 설정되어 있는 건 너무 과도하게 보이기도 해. 예를 들어, 만약 찰리 팀장이 가진 정보가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1~2년 이면 입수하거나 개발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5년은 너무 과도하지. 그리고 3) 전직금지 대상 범위를 '국내외 동종 또는 유사업체 일체'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는데, 이 부분도 좀 우려가 되네. 그럼 이 회사 밖에는 다닐 수가 없다는 건데, 퇴사하면 굶어 죽으라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4)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도 전혀 없다며? 통상적으로 전직금지약정 기간을 정보확산 수준을 고려해서 적정하게 설정하고 그 기간에 상응하는 수준의 연봉을 전직금지약정의 대가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으로 보면 너네 회사 전직금지약정은 유효성 인정이 어려울 수 도 있을 것 같다.
-제이쓴 팀장: 그래? 그럼 문제 없다고, 찰리 팀장에게 알려줘?
-스티브 노무사: 그런데, 이건 나의 의견이고, 이런 경우는 결국 회사가 소송을 하면 대응을 해야하고, 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봐야 시시비비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과정 상에 매우 피곤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형사적으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문제를 삼을 수도 있고 말이야.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 부정 사례
(대법원 2010.3.11.선고 2009다82244 판결)
「이 사건 각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피고의 위와 같은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제이쓴 팀장: 아...간단한게 아니구나. 그래도 일단 찰리 팀장에게 유리한 면이 있네. 우리 회사 전진금지약정은 금지기간이 5년으로 길고, 전직금지 대상 범위도 너무 넓고, 전직금지약정에 따른 대가지급도 없으니... 이 정도 참고해서 의사결정하라고 해야겠네.
-스티브 노무사: 그래 맞어..회사랑 퇴직과 관련한 원만한 합의를 잘했으면 좋겠네. 그 분의 건승을 빈다.
-제이쓴 팀장: 역시 스티브 노무사, 내 친구지만 너무 멋있고 든든하다. ㅎㅎ 고마워.
스티브 노무사가 알려주는 전직금지약정 관련 주의사항 몇 가지
전직금지약정은 헌법 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침해하늦 조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유효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전직으로 인하여 침해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나 정보가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따라서 무턱대고 의미없는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전직금지 기간과 전직금지 범위의 합리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전직금지 약정의 대가로서 적절한 금품 지급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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