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과 복직...그 심오한 이슈
승승장구 마케팅팀장 에릭의 갑작스런 육아휴직...
마케팅 팀장 에릭은 회사에서 근무한지 14년 정도되는 베테랑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딱 10년만에 팀장이 되기까지 엄청난 인정을 받으며 성장했던 친구다.
제이쓴 팀장도 늘 '저 친구는 임원은 따논 당상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말이다.
에릭이 팀장을 4년 정도 하고있던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너무 지쳤다면서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스쳐지나가듯 한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 지칠만도 하지. 퍼포먼스는 좋지만, 거의 본인을 갈아넣는 느낌으로 일했으니까...' 제이쓴은 씁쓸한 한 숨을 내쉬었다. 토요일은 막론하고 일요일에도 평일처럼 회사에 나오는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정말 일 하나만큼은 똑부러지고, 경영진은 늘 에릭의 보고나 결과물에 대만족 대만족이었다.
그런 에릭이 육아휴직을 가다니....
에릭과 마케팅본부장 브루노의 심각한 갈등
사실 1년 전 마케팅본부장 브루노가 부임하고 나서 에릭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워졌었다. 예전 본부장이었던 알렉스는 에릭이 사원이던 시절 팀장이었는데, 손발이 척척맞는 관계였다. 에릭이 팀장이 되고, 브루노가 본부장이 되고 난 이후에는 더 좋았다. 그런데 알렉스가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하고, 브루노가 경력직으로 입사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져 버렸던 것이다. 에릭은 제이쓴과 성격이 잘 맞아 가끔 밥도 같이 먹는 사이였는데, 하소연을 엄청 많이 했었다.
-에릭 팀장: 아, 정말 브루노 그 사람 내가 감당이 안된다니까
-제이쓴 팀장: 왜? 인상은 둥글둥글하니 사람 좋은 아저씨 처럼 보이던데? 엄청 젠틀하고, 좋은 사람 들어왔다 생각했는데 아냐?
-에릭 팀장: 와, 진짜 이거 오해가 많다니까.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너가 생각하는 모습인데, 나랑 단둘이 있으면 사람이 좀 이상한거 같아. 내가 무슨 보고를 하면, '근거가 뭐냐',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냐', '예전에 일하던 방식으로만 일하는 이유가 뭐냐', '시대에 뒤떨어진다', '팀원을 통솔하지 못하는것 같다.' 이런 식이라니까. 근데 팀원들 있으면 그냥 천사표 아저씨에요.
-제이쓴 팀장: 그거 사실이라면 진짜 너 힘들겠는데? 브루노 부임한지 한 11개월 정도 됐지?
-에릭 팀장: 그래, 딱 한달 허니문 기간이었고, 그 다음 열달 내내 이렇게 들들 볶이고 있다니까. 업무적인 거니 이유와 명분은 있는거다 보니 내가 뭔 대응을 못하겠어. 틀린말은 없거든...아직 날 못믿는거 같아. 정말 알렉스 본부장님이 넘 그립다...근데 너무 힘들어. 몸이 힘든거는 내가 참겠고, 주말에 나오는 것도 상관없는데, 사람사이에 문제가 생기니까 진짜...나 7kg이나 빠진거 알아? 운동도 안하는데...
-제이쓴 팀장: 심각한데, 어쩔셈이야?
-에릭 팀장: 나 육아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 정말 쉬고 싶어서 그래. 이 상황을 벗어나는게 내 유일한 목표야...
-제이쓴 팀장: 너 그렇게 승승장구하면서 왔는데, 괜찮겠어? 1년 쉬는 거면 타격이 좀 클텐데?
-에릭 팀장: 맞아. 걱정도 되는데, 회사에서는 나를 잘 배려 해줄거라 생각해. 이렇게 나를 갈아 넣으면서 헌신했고, 아웃풋도 괜찮았으니 육아휴직 1년 정도 간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회사가 아쉽겠지. 인사팀에 데이빗이나 찾아가야겠다. 절차도 좀 물어보고..
-제이쓴 팀장: 그래...육아휴직도 하나의 방법은 되겠지...
에릭팀장의 육아휴직 종료와 다가오는 복직,
그런데 팀장이 아니고 팀원이라고?
참...시간이 빨리간다. 특히 남의 시간은 돌아보면 1년, 돌아보면 2년 이렇게 통으로 가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면 그렇게 느낄테지만...에릭 팀장의 육아휴직 1년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에릭이 육아휴직을 가고, 7개월 쯤 팀장이 공석이었는데, 새로운 경력직 직원으로 오스틴이 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했다.
'엥? 5개월 뒤에 에릭이 복귀할텐데, 왜 굳이 지금 팀장을 뽑지?' 제이쓴은 느낌이 이상했다. 왜 살다보면 오는 촉이 있지 않는가? 차가운 이 느낌...심상치 않다.
복직을 1주일 앞두고 에릭으로 부터 카톡이 왔다. '제이쓴 전화 가능해?'
에릭에게 전화를 돌렸다.
-제이쓴 팀장: 에릭 팀장, 잘 지냈어? 야, 1년 금방간다. 너도 좀 찌뿌등하겠는데? 얼른 와서 마케팅 팀장의 포포몬쓰를 보여줘야지? ㅎㅎ
-에릭 팀장: 그게 말이야...나..어제...팀원으로 복직발령받았어...메일이 왔더라고..분명히 '팀원'으로 되어 있었어. 작년에 그만 둔 딜런 매니저가 하던 디지털마케팅이랑 데이터분석업무담당으로...
-제이쓴 팀장: 뭐? 그럼 팀장에서 담당으로 내려가는거네? 와...그럴 수 가 있나? 어쩐지 중간에 오스틴을 팀장으로 뽑는게 이상하다 했는데...
-에릭 팀장: 브루노랑 잠깐 통화 했는데, 팀장이 이미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마침 딜런 매니저가 그만둬서 자리가 공석이니 그걸 맡아줬으면 한다고...어차피 연봉은 기존과 동일하니 큰 문제는 없다면서 말이야...그러고는 별말없이 전화 끊었어. 아주 용건만 간단히 이야기하더라고, 나 미드보는 줄 알았어...연봉은 맞춰준다네. 근데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혹시 너 친구 스티브 노무사 있잖아. 이 상황이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물어 봐줄 수 있어?
-제이쓴 팀장: 그래, 물어보는거야 어렵지 않지...앞으로 좀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니 내가 걱정이지...일단 좀 기다려봐 내가 전화하고 알려줄게.
에릭 팀장의 팀원복귀는 문제가 없는 걸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이런 일도 생기네. 에릭 팀장이 팀원으로 복귀하는 거 문제 없는 거야?
-스티브 노무사: 요즘 팀장이나 그 이상 레벨의 직책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이슈가 꽤 발생하고 있는 것 같아. 마케팅본부장 브루노의 주장도 근거가 전혀 없는건 아니거든. 남녀고용평등법을 보면,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야.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육아휴직)
③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제2항의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제이쓴 팀장: 그러면, 연봉만 기존처럼 맞춰주면 '육아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라도 상관 없는거네?
-스티브 노무사: 그렇게 해석할 수 도 있지. 그러니 브루노가 자신있게 이야기 하느 이유가 여기 있는거지.
-제이쓴 팀장: 아...그럼...그냥 에릭은 군말없이 팀원으로 복직해야하는 거네?
-스티브 노무사: 잠깐 ㅎㅎ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례 중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과 제4항을 연계하여 해석한 것이 있어서 이야기 해주고 싶어.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과 연봉수준 같으니까 다른 직무를 부여해도 문제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깨졌다는 거야.
대법원 2022.6.30선고, 2017두76005 판결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을 전후하여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하므로, 육아휴직 복귀 후 맡게 될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 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하며, 동법 제19조 제4항에 따른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대신 부여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그 직무가 육아휴직 전 업무보다 불리한 직무가 어니어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제이쓴 팀장: 그러니까 그냥 단순히 육아휴직 전후의 임금 수준만을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네? 브루노 본부장의 논리가 약해지는 거구만..
-스티브 노무사: 오~ 똑똑한데? 그렇지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께. 판례에 따르면 에릭이 육아휴직 전에 담당했던 팀장업무와 비교할 때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 업무의 성격,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서 불이익이 있는지, 에릭 팀장을 디지털마케팅과 데이터분석 담당으로 부여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기존에 에릭이 누리던 업무상 또는 생활상 불이익이 박탈되었는지 여부, 회사가 에릭에게 기존 팀장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거야.
-제이쓴 팀장: 와, 그 무서운 '종합적으로' ㅎㅎ 근데 내가 알기로는 디지털마케팅이랑 데이터 분석은 정말 팀 막내가 하는 직무들이거든? 그리고 연봉은 맞춰주지만 팀원으로 복직하면 팀장수당은 못받는다고 하고...그 밖에 팀장이 누리는 혜택은 다 사라지는 거지. 그렇다면 뭔가 부당한 조치라고 볼 여지도 있겠는데? 와 중요한 거 알았네. 고마워. 에릭이랑 이야기 좀 해봐야겠어.
-스티브 노무사: 그래, 꼭 팀장 발령이 안되서 불가피하다면, 회사가 책임있게 얼마나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최대한 필요한 조치를 공정한 절차를 거쳐 했는지 여부를 따져보면 되겠지. 잘 해결되길.
육아휴직 후 복직 시 유의사항 몇 가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을 단순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즉,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부여가 어려운 경우,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면 되므로 연봉수준만 동일하면 수행하는 직무가 크게 달라도 상관없다는 단편적인 접근을 하여서는 안된다.
회사가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에게 휴직 건과 같은 업무가 아니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그하는 직무'를 대신 부여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그 직무가 육아휴직 전 업무보다 불리한 직무가 아니어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가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즉,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과 제4항을 함께 고려하되, 육아휴직 전에 담당했던 업무와 비교할 때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 업무의 성격,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서 불이익이 있는지, 해당 직무를 부여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 또는 생활상 불이익이 박탈되었는지 여부, 회사가 기존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실질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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