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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J Oct 10. 2024

'사직서 제출 후 변심,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한다면?

이미 제출한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연구개발 켈리 매니저, 사직서 제출하다


연구개발 팀원 켈리 책임매니저는 상반기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입사 7년차인 켈리 매니저는 올해 상반기 공석이었던 연구개발1팀장 제1순위 후보였는데, 1월 승진자 발표에서 탈락하더니 바로 경력직으로 새로운 팀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승진자 발표 전까지만 해도 켈리는 사실 형식적인 발표정도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임원이었던 에밀리를 통해 윗선에서 좋게 본다는 언질도 받았기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것...사실 작년 하반기에는 나름 외부 교육기관에서 3일짜리 리더십 강의도 수강하면서 완벽한 준비를 했다. 전임 팀장 벤자민이 작년 10월 갑작스레 이직을 하면서도 본인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팀 내에서도 연차나 나이를 보더라도 켈리가 되는게 거의 확실했는데, 켈리가 승진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팀원들에게도 다소 충격이었다.


새로운 팀장과의 관계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매우 불편했다. 나이는 켈리보다 어리지만 경력도 회사가 선망하는 글로벌 넘버원 기업 출신이고, 박사학위까지 보유해서 석사 경력인 켈리는 다소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상반기 내내 마음을 잡지 못하던 켈리는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얼마전 헤드헌터를 통해서 소개 받고 면접을 보았던 회사에서 거의 90%이상 입사결정이 되어가니 입사가능일정을 알려달라는 것도 영향을 주었다.


'그래, 이 회사는 굿바이다...' PC를 켜고, 사직서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본인은 10월 말일부로 회사를 사직하고자 합니다. 신속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클릭 몇 번으로 사직서 제출은 완료되었다..




니콜 팀장의 만류...그러나 켈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음 날 연구개발1팀장 니콜은 사직서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켈리에게 면담을 신청하였다. 얼굴은 아주 담담해 보였다.


-니콜 팀장: 켈리 매니저, 무슨 일 있어요? 갑작스레 사직서를 제출하시니 좀 당황스럽네요. 지금 6개월 남은 연구 프로젝트도 있는데, 제가 많이 좀 난감합니다. 지금 책임 레벨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 줄 사람이 켈리 밖에 없는 건 알잖아요?


-켈리 매니저: 네..제가 많이 지쳤어요. 7년 동안 쉼 없이 달라왔는데, 그냥 좀 쉬고 싶습니다. 여행도 좀 다니고 싶구요.


켈리는 순간 그냥 거짓말로 둘러댔다. 니콜 팀장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자존심 상했기 때문이다.


-니콜 팀장: 얼마 전 1:1 면담 때도 그런 내색을 안하셨잖아요? 이 회사에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고, 지금 프로젝트 마무리 잘 짓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셨구요. 너무 갑작스레 말씀하셔서 많이 혼란스러운대요?


-켈리 매니저: 사실 좀 지쳐 있었어요. 말씀을 자세히 드리지 않았을 뿐...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달 전에는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저도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부분은 많이 아쉽고, 또 죄송합니다.  


-니콜 팀장: 그렇군요...마음이 확고히 서신 것 같네요. 일단 알고는 있겠습니다. 필요하면 제가 면담을 추가로 요청할 수 도 있구요. 회사에 이미 사직서가 제출된 상황이니 본부장님에게도 보고를 드릴께요.


-켈리 매니저: 네, 알겠습니다. 1개월 정도 남았으니, 인수인계절차는 누구와 진행할까요? 티모시 매니저가 이 프로젝트를 저와 거의 모두 공유하고 있어. 그냥 티모시 매니저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진행할까요?


-니콜 팀장: 일단 확정된건 없으니 기다려 주세요.




켈리 매니저 후임 채용진행 그리고 켈리 매니저의 상황변화와 변심..


'저, 마음이 바뀌었어요. 계속 다녀야할 듯합니다ㅜㅜ'


생각보다 니콜 팀장은 켈리 매니저를 강하게 붙들지 않았다. 첫 면담때 형식적으로는 붙잡는 듯 했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았던 것...사실 해당 프로젝트는 티모시 매니저와 더블체제로 운영을 했기 때문에 큰 공백은 없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니콜 팀장은 켈리 매니저와의 관게에서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있던 터라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니콜팀장이 영입되던 시점에 R&D 본부장 에밀리도 새로 입사를 했었는데, 켈리 매니저의 사직에 여전히 아쉬움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니콜 팀장: 본부장님, 사실 켈리가 빠져도 업무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저랑 몇 개월 일하면서 손발이 그닥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이었는데요. 마침 잘된 것 같기도 해요. 그냥 후임을 바로 뽑는 걸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밀리 본부장: 그래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켈리 매니저가 팀장 승진 누락되고 나서 업무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동기부여하기도 쉽지 않고, 일단 그럼 후임을 뽑도록 하고 채용공고도 내시죠? 헤드헌터 통해도 될 것 같구요. 우리 회사 는 R&D 경력직은 금새 뽑히니까.


-니콜 팀장: 아, 네. HR 데이빗 팀장과 이야기해보고, 진행하도록 할께요. 일단 업무인수인계는 티모시 매니저에게 하라고 할까 생각중이에요.


그렇게 경력직 채용절차는 진행이 되었고, 15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사직예정일을 15일 정도 남긴 시점...켈리는 입사 예정인 A사의 임원과 이번 주 최종 면담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날 계약서도 쓰게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켈리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헤드헌터 K였다.


-헤드헌터 K: 켈리 맨니저님..안녕하세요...죄송한데, 입사진행 중인 회사에서 사정이 생겨 채용을 못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경영진이 바뀌면서 진행 중인 채용은 전면백지화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일단 가능하시면 다니고 계신 회사에서 포지션을 유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일이 거의 없는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ㅜㅜ


-켈리 매니저: 네? 무슨 날벼략 같은 일이죠? ㅠㅠ 지금 저희 팀장과 면담은 다 끝냈고, 회사 동료들도 제가 그만 두는 것으로 거의 알고 있어요. 퇴사기념 회식도 잡은 상황인데, 이러시면 어떻게 하나요?


정말 켈리 매니저의 상황이 난감해졌다. 켈리 매니저는 사실 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이 목적이지, 쉬는게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HR팀에 상황이 바뀌어서 계속근무하겠다고 말하고 싶은데...이거 어쩌지...큰일인데...' 켈리 매니저는 고민에 빠졌다. 그 때 지난번 회사 워크숍 때 만난 영업2팀 제이쓴 팀장이 생각났다. 학교선배였던 제이쓴이 노무사 친구와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담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상황이었다.  




켈리 매니저는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켈리 매니저: 제이쓴 팀장님, 저 이야기 들으셨죠? ㅜㅜ


-제이쓴 팀장: 켈리 반가워. 회사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언제야?


-켈리 매니저: 네, 근데, 사실 제가 이직하려던 회사에서 채용절차를 밟고 있었고, 거의 최종단계라 형식적인 임원면담만 남았었는데, 그 쪽에서 사정이 생겨 채용이 취소되서요. 완전히 낙동강 오리알 되게 생겼어요. 회사에 제출한 사직서 돌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이야기해도 될까요? 일단 이직한다는 건 비밀이에요. 회사에는 그냥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제이쓴 팀장: 엥? 그런일이 있었어? 글쎄, 아리송한데? 회사도 알고 있지 않아?


-켈리 매니저: 네, 사직서 제출하고, 팀장님이나 본부장님도 그냥 제가 그 일정대로 그만두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따로 별 말은 없으셨구요...아직 HR팀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준 건 없는 상황이구요. 팀장님 친구 노무사 있잖아요? 그 분한테 좀 물어봐주실 수 있을까요? 퇴직파티 일정까지 잡아놨는데 ㅜㅜ


-제이쓴 팀장: 그래, 알겠어. 내가 전화해보고 알려줄께!


이번에도 스티브 노무사를 찾게 되는 제이쓴 팀장이다.


-제이쓴 팀장: 스티브, 카톡 봤지? 어떤거 같아 켈리 매니저가 사직서 돌려달라고 해도 괜찮을까?


-스티브 노무사: 오늘 하루 종일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 켈리 매니저라는 분 좀 애매한 상황이 된 것 같네. 나도 아주 가끔 이런 류의 질문을 받긴 하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회사에서 사직서를 수리한다는 의사표시를 공식적으로 켈리에게 전달한 것은 아닌 것 같네. 맞어? 그냥 서로 그 사실을 공유하고 있을 뿐...


-제이쓴 팀장:  그런 것 같아. 다들 회사 그만두는 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사직서가 수리되었다는 의사표시를 한 건 아닌거 같아. 다들 알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 같기도 하고.


-스티브 노무사: 그런 경우라면 사직서 반환요청 가능성이 있겠는데? 사직서 양식도 사직서 수리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했잖아? '사직하고자 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이야.


판례에 비추어 보면 통상적으로 근로자의 일방적인 사직('해약의 고지' 방식, Ex.'0월 0일 그만둡니다.)은 의사표시가 회사에 도달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의 동의가 없는 한 사직서 반환요청이 불가능하다고 봐. 반면에 승낙을 필요로하는 청약형태의 사직('합의해지 쳥약' 방식, Ex.'0월 0일부로 사직하고자 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의 경우에는 회사이 승낙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근로자가 사직청약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거든.ㅣ


대법원 2001.1.5.선고, 998657판결

 [해약의 고지]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이고,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는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비록 민법 제660조 제3항 소정의 기간이 경과하기 이전이라 하여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


 대법원 1992.4.10.선고, 9142138판결

[합의해지의 청약]

"근로자가 사직원의 제출방법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구하고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승낙함으로써 당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 근로자는 사직원의 제출에 따른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확정적으로 근로관계 종료의 효과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 사직의 의사표시를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으며 다만, 근로계약 효과발생 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주는 등 신의측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바, 사직원을 제출한 후 퇴직효과 발생 전에 근로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종전의 사직원에 대한 면직처분은 무효이다."


-제이쓴 팀장: 그러니까 켈리 매니저는 합의해지 청약의 의사표시를 했는데, 회사가 켈리 매니저에게 공식적으로 승낙의 의사표시를 전하지 않은 거니 사직서 철회를 할 수 도 있겠는데? 맞지?


-스티브 노무사: 그런 셈이지. 사실관계만 맞다면 말이야.  


-제이쓴 팀장: 알았어. 고마워 역시 스티브다. 일단 켈리 한테 잘 설명해줄께. 복잡하하긴 복잡하다.


-스티브 노무사: 노무관리 쉬운게 없단다. 특히 근로관계종료는...수고해~




사직서 반환요청과 관련한 유의사항 몇 가지

'해약의 고지'방식 사직은 근로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이므로 회사에 사직의 의사표시가 도달하는 순간 근로관계 종료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회사의 동의없이는 근로자가 사직의사표시 철회를 할 수 없다.  

'합의해지 청약'방식 사직은 청약의 의사표시와 승낙의 의사표시가 모두 필요하고, 근로자가 사직 청약의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회사로부터 승낙의 의사표시가 도달하기 전까지는 사직의사표시를 자유로이 철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합의해지 청약'방식의 사직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경우 사직 수리 의사표시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적시에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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