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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J Sep 26. 2024

출근 30분 전, '팀장님, 저 오늘 연차쓸께요.'

출근당일 신청한 연차휴가, 문제없을까?


여행 유튜버와 매출의 상관관계...

갑자기 터진 잭팟  


올해 경기는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지만, 드디어 잭팟이 터졌다. 우리회사 부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제품이 우연히 구독자 300만 여행 유튜버가 운영하던 채널에 나왔는데, 물량 주문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정말 거짓말 처럼 2달 사이에 작년 한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주문이 쏟아 진 것이다. 크게 노력한 건 없지만, 이렇게도 매출이 터지는 걸 보면서 세상일 정말 알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은 물론 윌리 본부장은 입에 귀에 걸렸다. 특히나 윌리 본부장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벌써 목표 매출의 150% 달성이라면서 의기양양이다. 제이쓴 팀장 생각으로는 사실 여행 유튜버가 홍보를 다한 것 같은데, 정작 유세는 윌리 본부장이 부리고 있는 모양새가 씁쓸했다. '나도 저렇게 되려나?' 여튼 매출 실적이 좋으면 연말 성과급도 괜찮을 거고, 벌써부터 영업본부는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듯 하다.


물량이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나다 보니 각 부서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연장근로가 많다거나, 사람이 부족하다거나, 휴가를 못간다는 둥 여러 불만이 쏟아진다.


사실 제이쓴 팀장의 영업2팀도 바쁘긴 바쁘다. 윌리 본부장은 지난번 팀장 회의 때 연차휴가는 웬만하면 자제하자는 시그널(?)을 보냈다. 사실 휴가 못가는 정도까지는 아닌데, 텐션을 좀 주려는 것 같다.  




어느 날, 출근 30분 전 신입직원 카일 매니저로부터 카톡이 왔다.

'팀장님, 저 오늘 개인사정으로 연차 쓰겠습니다.' 


제이쓴의 영업2팀에 배치된 신입직원 카일 매니저는 입사 1개월이 좀 넘었는데, 제이쓴 팀장은 오늘 카일 매니저와 면담을 좀 할 생각이었다. 같이 물품배송을 위해서 대리점 방문도 좀 하고...


언제나 그랬듯 일찍 출근해서 하루를 정리하던 제이쓴 팀장..


그런데 카일 매니저로부터 카톡이 왔다. 출근 30분 전이었는데, 대개 팀원이 이쯤 연락을 하는 건이럴 땐 지각인 경우가 많았다. '짜식, 첫 지각인가? ㅎ' 가볍게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팀장님, 저 오늘 연차쓰겠습니다.'             


-제이쓴 팀장: '엥? 이거 뭐지? 뭔말이야? 연차? 가만보자. 입사하고 만 1개월이 지나긴 했으니 연차휴가 하루는 갈 수 있긴 할텐데, 출근 30분전에? 황당하네..'


제이쓴 팀장은 다소 격앙되어 곧장 전화를 걸었지만 카일 매니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제이쓴 팀장(카톡): '카일 매니저,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출근 직전에 그냥 카톡 보내고 연차쓰는 건 적절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전화 좀 줘요.'


카일 매니저 카톡에서 텍스트의 숫자1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제이쓴 팀장: '읽씹이다...와 세상에, 나도 이런 상황을 겪게 되다니....'


지난 번 영업1팀 크리스 팀장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소연 했을 때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나에게도 이런일이 벌어지다니...


회사 규정 상 연차휴가는 분명히 3일 전까지 신청해서 팀장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고, 정말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직원들은 이를 꼭 지키고 있었다. 거의 당연한 조직문화 내지 룰이라고 할까? 어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신입사원이 말이다.  


'오 마이 갓'


제이쓴 팀장은 일단 카일 매니저의 이런 행동도 기분이 나빴지만, 규정을 위반해서 승인도 받지 않고,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근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강을 잡기 위해서는 징계조치까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번 사사안을 두고 발생할 윌리 본부장의 극대노 모드가 긴장감을 더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가야하니 절친 스티브 노무사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카일 매니저의 결근처리와 징계조치, 문제 없을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나도 이런 일을 다 겪는다. 그냥 뉴스에서나 봤지. 어휴...카일 매니저 이 친구, 카톡도 읽씹이고, 전화도 안받아. 처음엔 신호는 가더니 이제는 아예 전화가 꺼져 있더라고...이 친구 당연히 결근처리 해도 될것이고, 징계까지 하고 싶은데 징계수위는 어느 정도면 될까?


-스티브 노무사: 그래, 마음이 아주 타들어가겠구만...근데 출근 후에 카톡을 준거야 아니면 출근 전에 카톡을 준거야?


-제이쓴 팀장: 내가 말했잖아. 출근 직전이야. 겨우 30분 전이었다고.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아무리 신입사원이라고 하지만...


-스티브 노무사: 그러면 오늘 그 친구 카일 매니저가 안나와서 큰 문제가 생긴게 있나?


-제이쓴 팀장: 아니 오늘 입사 한달정도 지났으니 개별적으로 면담도 좀 하고, 최근에 영업 물량 대리점에 전달해야 해서 같이 가려고 했지 OJT차원에서 말이야. 그거 다 못하게 되었으니 큰 문제 생긴거 아냐? 대리점이야 나 혼자 가긴 하겠지만, 대리점에는 신입사원 왔으니 같이 간다고까지 이야기했는데, 팀장 나혼자 가면 체면 구기는 거지 뭐야...여튼 징계는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까?


-스티브 노무사: 워워...흥분을 가라앉히고 일단 심호흡 좀 해봐. 미안한데, 그정도면 카일 매니저는 결근처리 할 수 없을 것 같아. 징계도 마찬가지고...어쩌냐..


-제이쓴 팀장: 뭔 말이야? 이 지경인데도 결근처리도 안되고 징계도 못한다고?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너 지금 나 열받게 하려고 장난치는 거지?


-스티브 노무사: ㅎㅎ 인마 나 진지해. 사실 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래. 이걸 약간 어려운 말로 '연차휴가 시기지정권'이라고 하는데, 근로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준다는 것 밖에는 다른 조건이 없어. 다만, 회사는 '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이 있는데,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어.(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제이쓴 팀장: 야, 근데 오늘 팀장인 나랑 면담도 해야하고, 대리점도 함께 가야하는데 이걸 다 못하니 막대한 지장이 있는거 아니냐고...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매출 대폭발 상황이라 영업사원 1명이 아쉬운 판이야. 다른 동료들 업무량도 늘어날 수 있잖아? 윌리 본부장도 지금 영업본부 휴가 사용에 대해서 엄청 예민해. 아마 윌리 본부장까지 이 사실 알면 다시 극대노 모드가 될 거야...ㅜㅜ 나 아마 달달 볶이게 될거라고. 이게 큰일이 아니고 뭐냐고!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판례를 보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쉽게 판단하지 않아. '사업장의 업무능률이나 성과가 평상시보다 현저하게 저하', '상당한 영업상의 불이익 등 초래'(서울행정법원 2016.8.19.선고, 2015구합73392 판결) 등의 표현을 쓰니까 말이야. 물론 기업의 규모, 업무량의 증대, 사용자의 대체 근무자 확보,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직원의 연차휴가 사용으로 남은 직원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일반적 가능성만으로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서울고등법원 2019.4.4.선고, 2018누57171판결)도 있어. 그래서 결근 처리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제이쓴 팀장: 아 놔...그거 꼭 나를 두고 판결문을 쓴거 같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거든...면담이야 다음에 하면되고, 대리점은 나 혼자 가도되고, 윌리 본부장은 원래 그런 사람이고... 웃퍼서 눈물이 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징계도 못하겠네? ㅎㅎ


-스티브 노무사: 맞어..징계는 쉽지 않을것 같고, 특별히 출근당일 연차를 쓸만한 상황이 없었다면 주의 조치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무엇보다 갑자기 휴가를 쓰게 된 이유가 뭔지 확인을 해봐야겠지? 아마 전화를 안받을 정도면 뭔가 개인사정이 심각한게 있거나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스트레스가 엄청 커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여러 이유가 있을테니. 먼저 흥분하고 추측하지 말고, 내일 출근하면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봐. 다만, 급박한 사유가 없었는데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문자보내고 연락을 않받는 방식으로 휴가를 쓰는 건 회사의 규정이나 조직의 룰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팀과 동료들에게 업무 수행상 지장을 준다는 점도 분명히 알려주고...물론 정말 본인이나 가족 등 급박한 사정이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면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제이쓴 팀장: 와...무슨 연차사용 가지고도 머리가 이렇게 아파야 하나? ㅜㅜ


-스티브 노무사: 지혜가 필요하지. 시기지정권, 시기변경권 이런 이야기만하고 있으면 문제해결이 잘 안될 거고. 근로자의 권리도 중요하고, 상호간의 존중과 협업 관점에서 업무수행이 잘되는 것도 중요함을 서로 공유하고, 회사 자체적으로 합리적 룰을 잘 만들고 지키도록 해야지. 물론 이번 처럼 룰이 깨지는 상황이 예외적으로 발생하지만 예외 상황에 너무 집중하지는 말자고. 이번 일도 잘 풀어봐. 힘내!




연차신청과 관련한 몇 가지 유의사항


연차휴가 신청과 관련하여 취업규칙 상 신청기준과 절차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그 이유와 목적을 공유한다.

당일 아침 연차 신청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나 대내외고객 대응, 동료와의 협업 등 관점을 고려하여 업무수행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시킨다.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이 직원에게 있지만 업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신청기준과 절차를 정하여 운영하게 됨을 알리고 조직문화 관점(존중과 협업)에서 준수 할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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