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본부장의 출근강요(?) 문제 없을까?
신입사원 6명은 무사히 채용되었다...그런데...
제이쓴 팀장의 첫 신입사원 채용절차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미리 스티브 노무사의 조언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학자금 대출, 고향 등등'을 꼭 묻겠다던 윌리 본부장도 제이쓴 팀장이 채용절차법 위반 문제를 이야기 해주면서 자료를 주었더니 기세가 한풀 꺾였던 것이다.
"뭐, 나도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조심 합시다. 원, 참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어" 윌리 본부장은 넋두리를 해댔지만, 그걸로 끝이었고, 면접 때도 이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업무와 관련한 이야기만 오갔다.
제이쓴 팀장은 내심 다음 번에 HR 데이빗 팀장과 이야기 해서 '역량중심면접'제도를 꼭 도입해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면접의 기준점이 불분명하다보니 면접위원들이 직무중심으로 질문을 던지다가도 옆으로 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별 문제 없이 180명 중에 6명의 옥석을 가려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특히 제이쓴이 속한 영업2팀에 들어온 2명의 신입사원은 정말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치 15년 전 신입사원 시절의 제이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감격에 젖기도 했다.
'이 놈들 내가 한번 자~알 키워 봐야지'
같은 팀 잭슨 매니저도 후배들이 들어와서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는 듯 했다. 오랜만에 신입직원이 들어오니 긍정적이고 신선한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영업2팀, 가즈~아'
윌리본부장의 영업본부 팀장회의 호출, '앞으로 3달 동안은 출근시간 15분 전까지 출근하도록!'
HR팀에서는 그래도 신입직원이 대량(?)으로 들어왔으니 나름의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해 주었다.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4주간 영업현장 동석, 공장견학, 리포트 제출 등이었는데, 그래도 짜임새 있어 보였다. HR팀장 데이빗이 그냥 노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신입사원이 출근하던 오늘 아침 윌리 본부장이 본부 소속 영업팀 팀장 모두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점심 먹기 전에 불렀는데,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점심먹고 회의 좀 하면 안되나? 또 뭔 소리를 하려고...'
제이쓴 팀장은 회의가 예정된 소회의실로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갔다.
-윌리 본부장: 뉴비(new bee)들이 들어오니 그래도 활력이 도는데? 그말이야. 생각해보니 내가 대졸신입 공채 입사했던게 벌써 25년 전이더라고. 진짜 세상 다 내것 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지 몰라. ㅎㅎ 다들 어때요?
-제이쓴 팀장: 네, 본부장님,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건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영업2팀은 정말 대만족이고요. 특히 잭슨 매니저가 선배로 자리잡게 되니 건강한 텐션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팀장(영업1팀장): 저희도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 입니다. 그런데 저희 팀 막내였던 데보라 매니저가 좀 낯을 가리는 편인데, 신입사원 둘 다 남자직원이라 걱정이 된다고 하더군요. 워낙 오래 신입직원이 없었고, 나이차도 좀 있어서 부담을 좀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것 빼고는 아주 좋습니다. 긍적적인 부분이 더 많습니다.
-피터 팀장(영업2팀장): 네, 저희는 지금 유럽고객사 계약 건 때문에 노아 매니저가 유럽장기 출장 중이라서요 오늘 줌 회의는 한번 할거고, 제가 일단 직접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멘토링 한다 생각하고 해볼 생각이에요 ㅎㅎ
-윌리 본부장: OK, 좋아요. 오랜만에 신입채용이니 문제없이 잘 정착하도록 신경써줘요. 아, 그리고 내가 오늘 팀장님들을 부른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근태관련한 메세지를 좀 주고 싶어서에요. 아, 물론 지금 직원들 근태 문제가 있다는게 아니라 신입사원들 멘탈 트레이닝 차원에서 말하는 겁니다.
'멘탈 트레이닝? 윌리 본부장이 그런것도 할 줄 아나?' 제이쓴 팀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윌리 본부장: 내 생각에 새로운 직장에 들어와서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근태'라고 생각해요. 요즘 MZ세대 특성도 있고, 출근과 퇴근시간을 가볍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 특히나 우리 영업 쪽은 출근하지 않고, 바로 고객사로 가거나 외부 미팅을 가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신입사원들이 근태에 대한 엄격한 인식을 가지려면 초반 3달 동안은 좀 빡세게 근태관리를 해서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할 것 같다는 말이지.
-피터 팀장: 본부장님, 신입사원들 근태 체크를 잘 하라는 말씀인가요? 어차피 근태관리는 시스템으로 하고 출/퇴근 기록이 공유되고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윌리 본부장: 이봐요. 피터 팀장, 내가 그거 이야기할 거면 따로 부르지도 않았지. 생각의 폭을 좀 넓혀봐요. 내가 몇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신입사원 근태만 따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이런 차원이 아니라 이 참에 본부 전체의 건강한 텐션을 주는 방식으로 하자는 거지. 앞으로 3개월 정도는 전 직원들이 출근시간보다 15분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도록 하는 '15분 얼리 스타트' 캠페인을 하자는 거지. 어때요?
-팀장들: 네?...
-윌리 본부장: 신입이나 선배나 할 것 없이 조금 일찍 출근해서 업무준비도 하고, 하루 업무 스케쥴도 정리하자는 좋은 의미에요. 서로에게 윈윈아니겠어요? 사장님도 좋아하실테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사실 내가 신입때는 최소 30분 일찍 나왔어야 했어요. 뭐 나 꼰대는 아니니 그렇게 까지는 하기 싫고. 의견들 이야기해봐요. 본부 비용으로 그 기간 동안은 별다방 커피도 좀 사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크리스 팀장: 본부장님 그럼 15분 일찍 출근하고, 15분 일찍 퇴근하자는 말씀이신 거죠?
-윌리 본부장: 뭔 말이에요? 왜 퇴근을 일찍해요? 우리 회사 퇴근시간은 18시 아닙니까? 18시에 퇴근하면 되지? 내가 이야기한 캠페인 취지는 조금 일찍 준비해서 활력이 넘치는 개인과 조직이 되자는 취지니까.... 아니 꼭 그렇게 거래관계처럼 생각할 필요 있어요? 팀장이면 좀 의식수준을 높여서 생각을 해줘야죠. 팀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도 잘 설득해줘야하 할 사람이...
-크리스 팀장: 아...네...그래도...
-윌리 본부장: 아니, 됐고. 제이쓴 팀장,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팀장일 때 같이 몇 번 했던 경험있으니 이해되죠? 분위기 딱 달라지잖아. 이런 거 한번 하면 조직 긴장감도 쫙 올라가고, 직원들 마인드가 훨씬 좋아진다니까. 내가 이런 거 한 두번 하고 이야기하는게 아니에요. 윈윈이야. 윈윈!
-제이쓴 팀장: 본부장님, 취지는 이해하겠는데요. 그럼 15분 일찍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지각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나요? 당장 팀원들이 물어 볼 것 같아서요.
-윌리 본부장: 계약서에는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이건 본부 방침이니 따라달라고 이야기 해야지. 그러니까 대놓고 지각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15분 일찍 나오지 않는다면 협조적이지 않고, 태도가 안좋은 걸로 봐서 인사평가 때 역량점수를 낮게 받을 수 있거나 연차신청 때 원하는 날짜에 못가는 페널티가 있을 수 있다 뭐 이런 정도로 부드럽게 이야기해야지. 좀 시야를 넓혀서 접근해봐요. 창의적으로 좀...알겠어요? 내 경험상 그러면 거의 다 나오거든. 이렇게 해야 조직기강도 잡히고, 한 3개월하고 또 풀어주고 이럼 되잖아. 밀당식으로...그런거 유도리있게 하라고 팀장수당 주는거 아닙니까?
-제이쓴 팀장: 본부장님,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요. 저도 좀 확인해보겠습니다.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잠깐만요.
정말, '15분 얼리스타트' 캠페인을 해도 될까?
제이쓴 팀장은 소회의실에 다급하게 나와서 복도에서 스티브 노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안물어봐도 답이 명확한데, 그래도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심정으로...명확한 근거도 없으니...
-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야 이건 웬 날벼락이냐. 신입사원 데리고 즐겁게 일하려고 했더니, 윌리 본부장이 뜬금없이 '15분 얼리 스타트' 캠페인을 하자고 하네. 근태기강을 잡고 싶은거 같은데, 말이 캠페인이지 그냥 '15분 조기 출근명령'이야. 작명은 또 어떻게 했는지....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스티브 노무사: 윌리 본부장님의 법과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창의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 분 노동법 교육을 꼭 듣거나, 김복수 노무사라는 분이 쓴 '노동법 좀 아는 리더'라는 책 좀 읽어보라고 그래. 그거 명작이더라. 글자도 크고, 주제도 팀장들이 꼭 알아야 하는 핵심만 담아서 참 좋아. 여튼, 그럼 15분 전에 안나오거나 못나오면 지각처리를 하겠다는 거야?
-제이쓴 팀장: ㅎㅎ 그건 또 아니라네. 근로계약서에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공식적으로 지각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 그냥 인사평가 점수를 낮게 받을 수 있다거나 연차가 몰리는 경우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주래. 안할 수 없도록 하라는 거지. 지각 처리는 아니지만 결국 여러가지 페널티가 있는 거지. 그걸 알려주라는 거고...
-스티브 노무사: 혹시 시차출퇴근제 하는 건 아니야? 15분 일찍 출근하면, 15분 일찍 퇴근하는 그런 거 말이야.
-제이쓴 팀장: 노노. 내가 그런거면 묻지도 않는다. 나도 직장생활 짬밥이 몇 년인데...그냥 무조건 15분 일찍 나와서 앉아있으라는 거...나 80년대로 돌아간거 같아..
-스티브 노무사: 그럼 답이 딱 나오네. 이건 당연히 너 말대로 조기출근 명령이 되고, 15분 일찍 나와서 일하게 되면 15분 연장근로를 한거라고...비자발적인 지시가 되니까..
-제이쓴 팀장: 응, 그렇지? 예상했던 그대로구만...나의 불길한 예감이 빗나가질 않아....우리 윌리 본부장, 자꾸 왜 이러나 몰라. 자기 신입때는 30분 전 출근이 최소기준이었대나 뭐래나...혹시 윌리 본부장에게 전달해줄 근거 없을까? 이 양반이 또 근거이야기 하잖아.
-스티브 노무사: 있지, 왜 없겠냐? 너무나 당연한 걸 근거를 들이밀어야 하는 너가 안쓰러워서 내가 그냥 준다. 행정해석인데 카톡으로 보내줄께.
[스티브 카톡]
「시업시간 이전에 조기출근하도록 하여 시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임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인가 여부는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권리의무관계라면 근로시간에 해당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음(근기 01254-13305, 1988.8.30)」
-제이쓴 팀장: 야...매번 고맙다. 정리하면, 일단 직원이 자발적으로 일찍나오는게 아닌 이상 상사나 회사가 비자발적으로 조기출근을 요구하고, 불응 시 제재를 가하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거네. 그리고 지각이라고 부르지 않더라도, 윌리 본부장이 이야기한 평가나 연차 등 불이익 주는 건 제재라고 볼 수 있으니 '15분 얼리 스타트'는 걍 절대적으로 스탑해야겠네 ㅎㅎ
-스티브 노무사: 그래 얼른 가서 뜯어 말려. 그리고 연차를 무슨 우선순위를 줘 직원이 가고 싶을 때 가는 거지. 괜히 연차미부여나 직장내 괴롭힘 이슈로 불거질 수 있으니 잘 설득해봐. 난 그런걸 추천하고 싶어. 꼭 근태를 강조하고 싶으면, 엄한 '15분 얼리 스타트'제도, '출근 15분 전 출근엄수'방식은 하지 않기를...
-제이쓴 팀장: 그럼 대안은 없을까?
-스티브 노무사: 생각보다 간단해. 직원들에게 시업시간과 종업시간 개념을 정확히 알려주고, 시업시간은 사무실 정문 통과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근무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이니 시업시간에 정상적인 업무가 시작되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출근하라는 메세지를 주면되지. 이건 조기 출근 명령이 아니잖아.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자는 거지. 어때? 조직문화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지.
-제이쓴 팀장: 오, 정말 괜찮은데, 언제까지 일찍나오라는 메세지 없이도 정확히 본질을 잘 전달할 수 있겠는데? 알았어. 일단 회의 들어가서 윌리 본부장한테 다시 전달할께. 너가 여러 사람 살려주는구나. 고맙다
조기출근과 관련한 몇 가지 유의사항
상사나 회사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시업시간 전에 미리 출근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각처리를 하는 등 제재를 가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만약 근로자가 상사나 회사의 지시가 없음에도 시업시간 전에 출근한 직원이 있는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직원의 자발적 조기출근의 경우에도 상사가 시업시작 전 업무를 지시하게 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오히려 이런 방식보다는 시업시간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고, 시업시간에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될 수 있도록 출근준비를 해달라는 메세지를 주는 방식이 훨씬 부드럽고, 법률상 이슈도 없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