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해외여행을 간다는 직원, 괜찮은 걸까?
윌리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영업본부는 아직도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 하는 것에 대해 좀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윌리 본부장은 대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가끔 회식자리에서나 티타임 때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편함을 구구절절 호소할 때가 많았다.
제이쓴 팀장이 아끼는 후배 필립 매니저는 영업2팀 소속이다. 매우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였던 필립 매니저는 최근 1년짜리 육아휴직을 신청해서 사용 중 이다. 필립 매니저는 신청단계에서 윌리 본부장과 불편함도 좀 있었지만 당당하게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우리 영업본부 1호 남자직원 육아휴직, 역사적 사건이었다.
필립 매니저의 육아휴직 신청과 승인과정을 지켜보면서 매우 안타까워하고, 격려를 제일 많이 해준 사람이 바로 제이쓴 팀장이다.
사실 제이쓴 팀장은 영업1팀장이고, 필립 매니저는 2팀 팀원이라 업무적으로는 대면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필립 매니저 입사 때부터 서로 말이 잘 통했고, 같은 영업본부에 속해 있지만 오히려 둘은 같은 팀이 아니다보니 더 편하게 형동생처럼 지낼 수 있어 꽤 친한 사이가 되었다.
필립 매니저는 자기 직속상사인 영업2팀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장 나와 커피를 한잔하자고 하기도 했고, 주말에는 종종 골프를 같이 치러가거나 야구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다. 6개월 전 필립 매니저가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나서는 친한 친구가 없는 듯한 느낌도 들어 참 아쉬웠다. 아기가 2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손이 많이 가서 시간내기가 더 힘든 것 같았다. 그래도 가끔 통화를 해보면 곧잘 육아대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제이쓴 팀장은 필립 매니저와 오랜만에 안부차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열심히 육아 중인 필립 매니저에게 밥이라도 사줄까하는 마음이었다.
-제이쓴 팀장: 필립,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어? 인스타 보니 아주 전문 육아대디가 되었던데? 할만해? '육아는 모두 나에게 맡겨라' 컨셉 이던데?
-필립 매니저: 아이고, 팀장님, 아시잖아요. 진짜 힘들어요. 제가 맞벌이 하면서 저희 장모님께 맡길 때는 잘 몰랐던 고충을 팍팍느끼고 있습니다. 이거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육아는 정말 그 자체로 존경받아야할 일인 것 같아요.
-제이쓴 팀장: 힘들어 보이니 내가 밥이라도 한번 사주면 좋겠는데, 다음 주에 시간돼? 오랜만에 회사 근처에서 보면 어때?
-필립 매니저: 어흑 ㅠㅠ, 어떻게 하죠? 이번주 금요일부터 2주 동안 아내와 유럽여행 가기로 했어요. 아마 유럽여행 다녀와서 만날 수 있을 듯 해요.
-제이쓴 팀장: 오? 그래? 애기가 2살이라 아직 어린데, 2주 동안 유럽여행을 갈 수 있겠어? 힘들것 같은데....? 아무리 강철 육아대디라지만...ㅎ
-필립 매니저: 아... 그게....장모님이 여행기간 중에 아기를 봐주기로 하셨어요. ㅎ 아내도 좀 쉬고 싶다면서 둘만 오붓하게 가자고 해서요. 저도 완전 동의했죠. ㅋㅋ
-제이쓴 팀장: 신혼여행의 재림인가? 부럽다 ㅎㅎ 그런데, 육아휴직 중에 해외여행을 가도 되나? 육아휴직은 육아를 목적으로 해야하는 거 아닌가? 예전에 얼핏 들은 바로는 이런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아서 말이야.
-필립 매니저: 정말요? 근데 육아휴직이랑, 해외여행이란 무슨 관계죠? ㅠㅠ 정말 그렇다면 큰일인데요.. 여행이 임박해서 취소하면... 엄청난 위약금을...
-제이쓴 팀장: 진정하고, 정확히 한번 알아봐 줄께. 내 절친 스티브 노무사 알지? ㅎㅎ 이번에도 친구찬스를 좀 써봐야 겠네. 바로 카톡줄께.
-필립 매니저: 네, 팀장님...ㅜㅜ...제발...
이번에도 스티브 노무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아는 노무사가 그 녀석 밖에 없으니 ㅎㅎ 인터넷 포털에 여러가지 글이 있지만, 전문가에게 바로 물어보는게 제일 정확하고 빠르다.
-제이쓴 팀장: 스티브 노무사, 우리 영업본부 친한 후배가 있는데 육아휴직 중이야. 그 녀석이 육아휴직 중에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 뭔가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내가 너한테 확인하고 알려준다고 했어. 녀석이 화들짝 놀라서 큰일난거 아니냐고 하는데, 나도 괜실히 미안해지더라고 혹시 육아휴직 중에 해외여행 가는거 문제 없어?
-스티브 노무사: 제이쓴, 왜 너 마음대로 친구찬스를 쓰고 그래? 요즘 나한테 자판기 음료수 뽑듯이 질문을 던지네? 앙?
-제이쓴 팀장: 어우, 내가 웬만하면 안물어볼텐데, 정말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야. 만약에 문제 있으면 여행 취소해야하는데, 위약금이 얼마야... 좀 도와주라~
-스티브 노무사: 내 맘 또 약해지네. 후배를 위한다니까.... 일단 육아휴직은 그야 말로 '자녀의 양육'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야.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제14조)에도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고 영유아의 양육에도 기여하지 않게 된 경우'를 육아휴직의 종료사유로 규정하고 있거든.
-제이쓴 팀장: 어? 그렇다면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 가면 문제가 없는 거네?
-스티브 노무사: 짜식 그래도 내 친구라고 이해력이 높네. 일단 너무 앞서가지 말고, Case를 2가지 정도로 나눠서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Case1은 육아휴직 중 자녀를 동반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동거하고, 양육한다'는 관점에서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할 수 있어. 간단하지? 그러니까 자녀를 데리고 해외여행 가는건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Case2는 육아휴직 중 자녀를 동반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가 될거야. 필립 매니저가 여기에 해당하잖아. 필립 매니저가 장모님께 아기를 맡기고 여행가면 2주간은 동거하지 않게되니까 문제가 될 수 도 있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
하지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여성고용정책과-2102, 2016.6.28)은 자녀를 동반하지 않는 15~20일 정도의 해외여행처럼 비교적 단기간이고, 사회적으로 용인할 만한 정도의 것이라면 괜찮다고 판단내리고 있어.
-제이쓴 팀장: 어? 그럼 필립 매니저는 자녀를 동반하지 않지만, 2주정도 아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해외여행 가는건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겠네? 내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할 수 있겠는데? ㅎㅎ
-스티브 노무사: 그래, 내 생각에도 그 정도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다만, 그런 여행이 너무 잦으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지.
-제이쓴 팀장: 그렇겠네. 근데 육아휴직 중 자녀를 동반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는거야? 별 문제 없지 않나?
-스티브 노무사: 무엇보다 육아휴직 급여 부정수급 이슈가 제일 크다고 봐야지. 육아휴직 기간 중 무급이기 때문에 회사로 부터 임금을 지급받지 않지만,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잖아. 그런데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데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다면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거지. 물론 고용노동부가 15~20일 정도의 단기간 해외여행은 자녀를 동반하지 않아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거지만.
-제이쓴 팀장: 야, 역시! 오늘도 스티브 노무사, 명쾌하구만!! 좋았어~! 난 이제 우리 필립 매니저한테 전화한통 해야겠다. 내가 괜한 말을 해가지고 필립 매니저 아주 긴장 백배상태거든... 스티브 노무사, 땡큐, 고마워~ 다음에 또 찬스 쓸께 ㅎㅎ
육아휴직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이므로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육아휴직 중 자녀와 동반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육아휴직 중 자녀를 동반히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자녀 양육'이라는 목적에 위배될 여지가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여성고용정책과-2102, 2016.6.28)에서는 육아휴직 중 자녀를 동반하지 않고 15~20일정도의 단기간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단, 육아휴직 중 해외여행이 너무 잦거나 너무 긴 경우라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