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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ns Nov 23. 2021

독일에서의 취업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도 어려운 취업...

어느덧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6년이 지났다. 2014년 베를린 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던 때가 벌써 6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베를린 공대를 졸업하기 6개월 전부터 나도 취업 준비를 했었다. 논문을 쓰면서 취업을 위한 설명회에 참여하고 어떻게 지원동기서를 쓰고 면접에서는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그런데 그렇게 배웠어도 졸업하고 난 이후에 취업은 쉽게 되지 않았고 200군데가 넘는 자리에 지원을 했지만 면접까지 간 건 손에 꼽을 적도로 적었다. 이번 글에선 독일에서 취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지원동기서

독일에서 회사 지원 시 작성하는 지원동기서에 회사가 정하는 특정한 문항은 보통 없다. 그러나 A4용지 한 장 분량의 지원동기서를 작성할 때 보통은 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 자리 이 회사를 지원한 동기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사실 어떤 순서 어떤 형태로 쓰는 건 작성자의 마음이지만 난 대학교에서 제공해준 취업준비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하여 지원동기서를 작성했다. 지원동기서에서 가장 먼저는 어떻게 이 자리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작성하는데 이때 어느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와 학업 중에 어떤 실무 경험을 쌓았었는지 작성하게 된다. 지원동기서의 내용 자체는 A4용지 기준으로 절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쓰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만약 인턴 경력을 작성한다면 당시 했던 모든 일을 작성하기보다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험들을 작성하고 만약 이직을 위한 지원이라면 대학 졸업 이후 어느 회사에서 어떤 직무로 경력을 쌓았었는지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직장 실무 경험 외에 경험한 사항들 중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내용만 적음으로 분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나를 잘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를 쓰는 것으로 지원 동기서를 마무리하게 된다. 나에 대해 쓸 때 그냥 막연히 ‚성실하고 정직하며 시간 약속을 잘 맞추는 사람‘이라는 형식적인 내용보다 지나온 시간 속에 누군가 나에 대해 평가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나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좋다.

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할 때 나는 보통 내가 한국 사람임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었다. 요즘 어떤 산업분야든 글로벌한 업무가 일반적이고 특히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많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 내가 한국 사람임을 이야기 함으로써 글로벌한 생각과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서 아시아 회사들과의 협업 시에 문화적 차이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사실 여러 군데 지원서를 넣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미 잡아놓은 지원동기서 틀에 회사를 바꾸고 직무에 맞는 경험들에 대한 서술만 바꿔 넣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늘 지원서를 제출하기 이전에는 꼭 꼼꼼히 지원동기서를 보고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취업을 위한 교육에서 모든 회사들이 지원서류 중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자세히 보는 것이 지원동기서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면접

독일에서는 보통 면접 2주 전에 면접으로 초대를 받는다. 아닌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늘 면접 날짜 2주 전에 면접 초대 메일을 받았다. 면접에 초대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시 한번 지원한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지원한 직무가 이 회사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들을 수행하는 직무 일지를 상상해보는 일이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정보는 외우고 직무와 관련해서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한 뒤 어떤 경험들을 면접에서 부각해 이야기할지를 정리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예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적고 중요한 포인트들을 외우면서 면접을 준비했는데 독일어로 진행되는 면접에서 대략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외워두지 않는다면 당일에 긴장감으로 인해 말을 더듬거나 어눌하게 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면접이 시작되고 주어지는 짧은 자기소개 시간에 나는 보통 독일에 언제 이주해 왔는지 그리고 어느 대학에서 어떤 학과를 졸업했는지를 이야기하고 학업 중에 경험한 부분들 인턴활동과 회사에서 썼던 졸업 논문 등의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원한 직무와 관련하여 내가 쌓았던 경력 그리고 내가 특별히 부각할 수 있는 업무능력이나 프로그램 스킬 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내가 왜 이 자리에 지원했는지 이 자리에 내가 왜 적합한 사람인지를 짧게 어필하면서 자기소개를 마무리했었다.

내 소개가 끝나고 나면 면접관으로 나온 사람들이 회사를 소개하고 부서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직무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 이후에는 면접관들의 폭풍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독일에서 면접을 보며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받아본 질문이 있다면 나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답변할 때 우선 장점에 대해서는 나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경험들을 같이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내 장점은 과업 간의 연관성을 잘 파악하고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어디에 도움을 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를 잘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답변하며 인턴을 하던 당시에 나를 담당하던 사람으로부터 이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평가는 실제 인턴을 마치고 받은 평가서에 문서화되어 쓰여 있기 때문에 잘 증명할 수 있었다.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단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데 내가 생각하는 단점을 이야기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개선시키고자 노력하는 지를 동시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의 단점은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내 안에서 완전히 완성되지 않으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이게 나의 단점이라 생각한 이유는 미팅을 마치고 간혹 나에게 왜 아무 말하지 않았느냐 묻는 동료가 있었고 그에게 사실 이런 생각이 있었지만 내가 볼 때 아직 완전한 것 같지 않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때 동료가 나에게 자기 생각엔 좋은 아이디어이고 그것이 혹 완전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그냥 내뱉음으로 그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조언을 들은 뒤 지금은 나에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때 그냥 이야기하려 노력하고 혹 내 안에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때에도 다른 이들과 내가 가진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내가 면접 준비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면접 마지막에 면접관이 질문이 있느냐고 물을 때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사항들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지금 현재 부서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대략 어떤 프로젝트인지, 지원한 직무를 잘 감당하기 위해 특별히 더 필요한 스킬은 무엇인지, 부서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때 이를 성공적인 결과로 판단하는지, 사원 급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면 이를 대처하는 부서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늘 친절하게 답변해주었고 더 나아가 내가 부서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때 내가 정말 지금 지원한 부서, 팀 그리고 그 직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준 것 같다.

독일 기업의 면접은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다. 보통 면접이라는 단어를 Vorstellungsgespräch(포어슈텔룽스게슈프레흐)라고 쓰고 이를 직역하면 서로를 소개하는 대화 자리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실제로 면접은 우선은 면접장에 도착하면 길은 잘 찾아왔는지 오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지난 며칠 뭐하며 지냈는지 등 조금 가벼운 대화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를 소개하고 회사는 회사를 소개하고 또 면접을 위해 나온 면접관들 역시도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된다. 압박 질문이라든지 지원자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보다는 지원자 개인에 대해 그리고 그가 경험한 것들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알고자 던지는 질문들이 대부분이고 면접관에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마지막에 나도 회사와 부서 그리고 직무에 대해 질문하고 질문의 시간이 끝나면 다시 조금은 편한 대화를 나누며 면접 이후에는 뭐할지 아니면 돌아오는 주말에는 뭘 할 건지 등 가벼운 대화를 통해 마무리된다. 면접의 자리에 경직되는 것은 지극히 보통이지만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경직되어있던 내 모습이 웃기다 싶을 정도로 면접의 분위기는 편안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편안한 분위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나에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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