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ns Nov 24. 2021

독일 대학교 이야기

2009년에 처음 독일로 유학을 가기 이전엔 사실 독일 대학교에 대해 아는 거라곤... 학비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2009년에 독일에 건너가 독일어를 공부하며 지원할 학교들을 찾으면서 독일 대학교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알고 경험한 독일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1. 대학교와 응용과학대학?

독일 유학을 위해 대학교를 알아보다 보면 각 도시의 이름을 가진 많은 Universität를 보게 된다. 우니 베어지탯 이라고 발음하여 읽는 이 Universität는 한국의 대학교 미국의 University와 같은 의미이다. 공과 대학의 경우 이 Universität앞에 Technische라는 말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도시 이름이 붙은 대학교 외에도 베를린에 Humboldt (훔볼트) Universität, 뮌헨에 Ludwig-Maximilian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Universität 등 사람의 이름이 붙은 대학교들도 많이 있다. Universität 외에 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학교 명칭이 바로 Fachhochschule이다. University of allplied science라고 하는 이 Fachhochschule는 사실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온 나에게는 처음에 전문대학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조금만 더 알아보면 Fachhochschule의 교육과정이나 학위가 대부분 Universität와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두 대학교 종류의 차이는 교육과정이나 학위에 있지 않다. Fachhochschule를 어떤 독일 생활 관련 포털사이트에서 응용과학대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난 뒤 지금은 Fachhochschule에 대해 묻는 사람에게 응용과학대학이라고 이야기하고 응용과학대학교가 무어냐고 물으면 학과 과정 중에 실무적인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대학교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느낌상 왠지 Universität를 졸업해야 독일에서 정식? 적으로 아니면 괜찮은 곳에서 유학했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나도 유학 준비할 때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독일 사회에서 이 둘의 구분 짓고 차별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볼 수 있고 오히려 Fachhochschule교육과정이 일반 Universität에서 배우는 교육과정보다 더 길고 심화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예로 내가 졸업한 베를린 공대 자동차 공학과 학부과정은 총 6학기 180학점으로 졸업한다. 그런데 독일 남부 Esslingen지역에 위치한 Fachhochschule Esslingen에 자동차 공학과 학부과정은 7학기 210학점으로 졸업한다.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이 두 대학의 종류를 통한 차별은 없고 실제 독일에 많은 회사들에 Fachhochschule와 Universität를 졸업한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 학비

독일 유학을 한 번이라도 준비해본 사람이 있다면 독일에 저렴한 학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우선 학비가 없다고도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학비라는 것은 있다. 다만 그 학비의 구성을 살펴보면 사실상 없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매 학기 내는 학비에는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학생회비, 그리고 교통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내가 유학했던 베를린 공과대학의 한 학기 학비는 내가 유학했던 2010년 당시 기준으로 한 학기에 250유로 정도였고 여기에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학생 교통티켓이 포함되어있다. 이 교통티켓만 있으면 6개월 학기 기간 동안 베를린 전역을 버스, 지하철, 트램과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무료로 다닐 수 있다. 지금 2021년 기준 베를린공대 한 학기 학비는 310유로라고 나오고 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할 때 우리나라 돈으로 42만 원 정도의 금액이다. 

내가 유학을 하던 시기에 한번 독일에서 정말 학비라는 것을 학생으로부터 걷을 계획을 세우고 법안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이때 독일 대학생들은 데모를 했고 많은 시민들도 반대했다. 고소득층으로 분류된 많은 사람들 역시도 자신들이 세금을 더 낼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 돈을 받지 말라는 소리를 내며 이 계획은 철회된 적이 있다. 그 이후 외국인 학생들의 비중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면서 과연 독일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인들의 대학교육까지도 지원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주제가 나오며 다시 학비에 대한 논쟁이 일었고 이때는 독일에 있는 각 주 정부 별로 서로 다른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금은 외국인들에 한해 학비를 받는 주들이 몇 군데 있다. 그 학비의 금액은 어느 주인지 어떤 학교 어떤 학과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500유로 (7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도입된 학비를 고려하더라도 독일 대학교의 학비는 한국이나 혹은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다. 


3. 대학 서열

독일에는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 세계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서열화시킨 결과에서 독일 대학교들이 몇몇 등장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독일 안에선 대학의 서열과 같은 리스트를 찾으면 찾을 수 있으나 실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대학교의 이름이 취업에 있어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취업에 있어서도 독일은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에 독일 외에 다른 나라에도 잘 알려진 대학교들이 독일의 좋은 대학교라 여겨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공대 분야에 뮌헨공대, 아헨공대 일반 종합대학 분야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베를린 자유대학교,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등... 실제로 이런 대학교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취업을 하는 데 있어 무조건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에서 공부하며 서열에 익숙한 나도 처음 독일에서 유학을 준비할 때 도대체 어느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 열심히 서열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찾은 건 독일에서 매년 정하는 Exzellenzuniversitäten (훌륭한? 대학교) 리스트 정도인데 이 리스트에 들어가는 대학은 매년 바뀌고 여러 기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외 대학과의 협력이 꼽힌다. 2021년 Exzellenzuniversitäten 에는 아헨공대, 베를린대학교 연합 (훔볼트 대학교, 자유 대학교, 베를린 공대, 샤리테 의과대학교), 본 대학교,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뮌헨 공과대학교, 콘스탄츠 대학교, 칼스루에 공과대학교,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 그리고 튀빙겐 대학교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이 대학교들을 졸업한 것이 독일 안에서 취업하는 데 있어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이전 04화 마지막 베를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