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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Jan 06. 2023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______.)

난 성인군자가 아니래서. 죄도 보이고, 사람도 보이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발생하게 될까? 나는 나의 행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A는 사람을 통솔하고 전체적인 시야를 가져야 하는 위치에 발령받았다.

그 위치의 사람들을 몇 번 겪어본 나는 그들의 패턴이 동일하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뭐든 열심히 하려 해서 가끔은 아랫사람들이 버거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그 태도가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사람은 그렇게 부족하면서 함께 나아간다고 여겼으니까.


하지만 A는 달랐다. 무엇이 달랐냐면 경험도 없으면서 위치로 사람을 눌렀다. 보다 못한 내가 몇 번 방향을 알려주었지만 그때뿐이었고 나중에는 그 마저도 무시되었다.

또 이전의 사람들과 달랐던 점은 책임감의 결여였다.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마무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졌다.

책임뿐만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일은 팀원들에게 신뢰감을 형성하게 하는데 오히려 예방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 '시행착오' '연습'이라며 합리화하는 모습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몇 번이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을 해주었지만 이제껏 말빨로 져본 적이 없다던 A는 늘 나의 말들에 져서 속으로 분노했고 그마저도 더 이상 듣기도 지기도 싫어 말도 안 되는 말들을 표출하면서 되려 성질을 내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포기했고 등 돌렸다. 분명 A는 자신이 부족하고 어리숙한 사람인 걸 안다. 그걸 알기에 '저는 부족한 사람이더라고요'라며 시인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A의 행동은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러다 보니 사람이 신뢰가 쌓여야 하는 판임에도 자꾸 신뢰가 벗겨지고 게다가 조력해야할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 차 기피하게 되었다. 나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을 해줘도 입으로만 반성할 뿐 형식적인 오답노트만 입으로 시인하는 그 모습에 치가 떨렸다.




'혹시 내가 이상한게 아닐까?'


그리고 최근 나는 다시 A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일을 하면서 역시나 부딪히는 모습들이 많았다. A와 일을 하면서 A에 대한 태도가 감정적으로만 여기게 되는 게 아닌지 여겨져 정리를 해본다.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진행자와 총괄자의 부재.

-분명 A는 총괄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자꾸 산으로 산으로. 그래서 시간만 낭비.


자꾸 팀원들에게 다수의 의견에 대한 의견을 또 묻고 결정짓지 못하는 상태.

-리더는 결정을 최소화해주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의견을 들어보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경험도 방법도 모르는 팀원들이 많은 팀 안에서 선택의 폭만 늘어놓는다면 일은 진행이 되지 않는다. 늘 '어떻게 할까요?' '어떤 게 나아요?' '어떻게 생각해요?'라며 본인이 결정해야 할 상황에 본인의 결정은 피하는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다.


너희 일

-자고로 어떤 일은 가속도가 붙어 재미가 있고, 어떤 일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 있다. 전혀 진전이 없다고 그 일이 안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맡은 일이 원하는 대로 반짝였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A는 자신이 총괄을 맡았지만 진부한 일에 대해 이건 '너희의 일이야‘ 라고 말했고, 참다 참다못한 난 그 말에 나는 폭발했다. 다행히 그날 폭발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팀 내 곳곳에서 폭발의 소리가 빗발쳤다. 손 떼겠다는 팀원들도 있었다.

'너희의 일'이라는 그 말에 대해서 나는 우리의 일인데 리더가 마음을 어딘가에 빼앗겨 내팽개치는 사태에 경솔하다 여겼다. 게다가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쉽사리 짓밟는 태도가 가장 큰 분노의 이유였다.

그게 방아쇠였던지 난 지난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쌓였던 말들을 다다다다 쏟아냈다.




A를 통해서 리더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적어도 리더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기는데 어떤 일이든 책임을 가질 것. 다른 하나는 팀원의 마음을 생각할 것.

어렵지 않으면서도 어렵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이라도 최대한 채우려 노력하다 보면 팀원들이 안다. 저 사람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은 우리가 채우면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주는 책임과 팀원에 대한 배려는 그가 아무리 부족한 리더여도 꽤 괜찮은 리더로 팀원들은 수용하게 된다.


어쨌든 그 사건 이후에 팀원들은 A에 대해 신뢰를 완전하게 잃었다.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굉장히 오랜시간이 걸리겠지만 A가 떠날때까지 내게 신뢰감을 주는 이로 남진 않았다. (A의 이미지가 미화되진 않았다)


이런 결론을 짓고 싶지 않지만 대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저 나는 내 할 말은 다 했으니 더 이상의 불쾌한 감정을 지니진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많이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비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날도 회의의 내용이 에베레스트 산으로 흘러가버렸다. 이건 아닌데...라고 속으로 곱씹었지만 A와 부딪히고 싶지 않아 입에 자물쇠를 묵직하게 채우고 내 시간을 죽여가며 있었는데 한 어린 친구가 '시간낭비 하는 거 같아요.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할 일이 많은데 제 일은 언제 하나요?'라며 그날 회의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아... 굉장히 부끄럽다'였다. A는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 A의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닐지언정 회의를 하는 와중에 자물쇠를 채우고 회의에 참여'만'했던 내 모습에 반성하게 되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 사회적인 경험이 적을 것 같던 친구들이라 여겼는데 자신보다 어른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이야기하는 어린 친구를 마주하니 어쩐지 나는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분발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 일은 A를 미워하면서도 A에게 고마운 점이었다. A가 선두에서 멍청하게 굴지 않았다면 나는 어린 사람들은 생각이 없다, 주관이 없다고 여겼을 테니까. 모두가 수긍하는 이 상황에서 나만 비뚠 시선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을 종식시키지 못했을 테니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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