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절대 안 돼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친구들이 말했다. (여기서 친구들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쌍둥이 자매기 때문이다)
그 말의 시작은 이러했다.
우리는 20대 후반의 결혼을 바라는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오랜 연애를 끝내고 결혼하는 친구의 예식장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어렸을 적부터 안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결혼식장에서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이리저리 주거니 받다가 주제는 결혼이 나왔다. 어떤 이야기가 시작되어서 그 이야기로 발전되었는지 가늠이 잡히지 않지만, 어찌 됐건 그중 오빠가 있는 쌍둥이 자매에게 친구가 '너네 오빠한테 내가 시집가면 어쩔래?'라는 그 말에 쌍둥이 동생은 '절대 안 돼!'를 외쳤다고 한다.
그땐 농담이었고, 그땐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만났어?'라고 물으면 부모님은 '중매'라고 대답을 했다.
어른의 세대에는 그것이 당연했다. 흔한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SNS가 난무하거나 동아리나 워라밸을 중요시했던 세대가 아녔으니깐 가벼운 소개팅이 아니라- '목적이 있는 선' 즉 결혼과 직결되는 만남이라는 의미가 더 컸던 시대였다.
21세기에는 어떨까? 과거보다는 확률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매'와'선'은 존재한다.
하지만 약간의 의구심이 커지긴 했지. '왜 때문에 선을?'이라는.
자유로운 연애와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들이 충분하게 있음에도 목적 있게 선으로만 향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희귀 케이스라 묻곤 한다. (일반적인 나의 주변)
선이 나쁜 것도 아니지만 요즘 세대스럽지 않은 관계니깐.
절대 안 돼 친구와 그 말을 외친 오빠가 선을 봤다.
불과 결혼식에서 얼굴 보고 절대안돼를 외치고 1-2주 후였다. 친구끼리 사돈이 된다는 말에 우리 친구들끼리는 너무 놀랬다. 우리가 이만큼 놀랬는데 절대 안 돼! 를 외친 두 쌍둥이 자매는 어땠을까.
나는 그 소리를 듣고 크게 벌어진 입을 틀어막았다. 고등학교 때부터도 웃겼던 우리는 어떻게 또 우리 안에서 이런 인연이 생겼다는 게 놀라웠다.
양가의 승낙과 축복 속에 결혼식이 진행이 되었다.
상견례장에서 만만치 않은 친구의 어머님을 보았다는 이야기와 결혼 당사자 친구의 어머니가 쌍둥이 언니에게 학교 다닐 때도 부탁했는데 앞으로는 평생을 부탁하게 생겼다면서 한시름 놓은 말을 하셨다는 이야기.
가족이 되니 어울리지 않을 거 같던 두 친구가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따뜻했다.
앞으로의 모습들이 더 기대가 되고 더 즐거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결정되고 친구는 부랴부랴 우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시간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부산은 여전히 비슷한 듯하면서 달라져 있었다. 나처럼.
광안리에서 바다를 잠깐 보다가 단짝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웃다가 즐거운 시간들 가득이었다.
약속한 1시에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서면 고깃집을 찾아 헤매었는데 고기가 비싸니 주전부리를 먹어서 위장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돼지런하게 여러 가지를 맛보자는... 아니 골목길 그 떡볶이가 맛있어 보여서...) 떡볶이와 튀김을 한껏 사서 그곳에 있는 관광하는 사람들처럼 먹으며 걷는데 길이 맞닿는 거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우리는 반가워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친구를 보면 시간이 흐른 줄 모르는 거 같다.
어쩜 그렇게 똑같던지,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 있고 남아있으니깐.
결혼 당사자와 쌍둥이 언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나까지 넷이서 점심을 함께했다.
오전에는 결혼 당사자와 언니가 웨딩박람회를 둘이서 같이 갔다 왔다는 말에 친구끼리 가족이 된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결혼 당사자 친구의 얼굴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고등학교 때도 물론 그랬겠지만 그때는 그런 이미지가 아녔기에 이제야 그 친구의 이미지를 하나씩 발견했다. 친구를 만나니 기막힌 인연을 이야기 안 할 수가 없었다.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귀여운 서운함도 토로하는 친구를 보며 '얘가 결혼을 하겠나'싶으면서 웃겼다. (아가씨가 옆에 있단 걸 모른 채로.. 주절주절 떠들 때마다 우리는 어찌나 즐겁던지)
친구는 결혼을 결정하고 제일 먼저 얼굴이 떠오른 사람은 '절대 안 돼!!'를 외친 쌍둥이 동생(작은아가씨)이었다고 했다. 그 말에 우리는 다 웃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수긍했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친구는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간간히 보는 친구는 '애들아 나도 좀 만나줘'하며 여전히 귀엽게 서운함을 토로한다.
볼 때마다 알라딘의 자스민 혹은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지닌 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친구는 언제나 일찍 결혼하길 소망하고 고대했는데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니 안정적이고 좋아 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은 참 웃기고 여전하게 우리 사이에서 화자 되는 이야기 이기도 했고.
아이를 기다리는, 조카를 기다리는 두 명의 친구를 둔 덕분에 그때의 시간들을 회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