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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Jan 28. 2020

최근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질문을 받았다. 최근의 관심사.


여자들의 수다의 주제는 너무나 다양하다. 맺고 끊음 없이 흐름을 탄다. 한 직원이 명품에 대해서 이야길 했다. 회사에서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카페에서 모여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관심사라는 주제가 나왔다. 결국 그 질문은 사생활을 많이 오픈하지 않는 나에게까지 이어졌다.

'호리바 씨의 최대의 관심사는 뭐예요?'라고 물어오길래 잠깐 고민을 하다가 '저는 저요'라고 대답을 했다.

신선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받고 나는 잠깐 동안 어떤 답변을 해야 하지?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둔다는 것에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도 했고, 최근에 내가 관심을 두는 것들에 대해서 사적인 영역을 이야기한다는 게 나는 별로 좋은 회사생활이 아닌 거 같아 그저 두리뭉실하게 '나'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나 말고 그 자리에 있던 직원들도 하나씩 스스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했다. 그중 한 직원도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다고 이야길 했는데, 내가 말한 '나'와는 다른 의미라고 이야길 했다. '나'인데 무엇이 다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호리바 씨는 지적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인 거고, A 씨는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인 거네'라고 둘 다 정의를 내려주었다.


간간히 직원들이 나에게 말한다. '호리바 씨는 꾸미지 않고 다니는 거 같아'라고. 나는 많이 꾸미고 조금 꾸미 고의 의미보다 남들처럼 만큼은 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에 못 미치는 그들의 기준에 '크게 꾸미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에 그들은 수긍했다. 관심사에 대한 답을 내놓고 난 뒤, 왜인지 내가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외모적인 부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을 했는데 주변에서 '아직 20대인데 외모에 관심이 없어?'라는 반응이 이었으니깐.


나는 화려하게 치장을 하지 않았지만, 눈에 띄게 스타일을 신경 쓰며 회사를 다닌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쌩얼로 아침에 출근을 한적도 없다. 어떤 기준에서 나의 미적인 부분이 미달되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 채 그들의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말들을 들으니 어제 올리브영 가서 신상 립스틱을 둘러보며 구입한 나 자신, 시내를 나가면 늘 귀걸이를 쟁여오는 나 자신이 생각됐다. 


누구의 삶도 정답이 없는데 누구의 기준이나 생각도 정답은 아닌데

넘겨 들으면 들을 수 있는 말임에도 20대에 외모적으로 관심이 없다는 그 말들이 나에게 갑자기 크게 와 닿았다. 20대. 젊은 날. 청춘.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나이이다. 그래서 어딜 가든 20대는 각광받는다. 그러나 나는 현재의 그룹에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야를 가지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배경적인 지식을 고려하지 않고, 그들의 눈에 보인 든 단면적인 부분에 기준에서 못 미친다고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의 스타일은 굉장히 단조롭다. 슬랙스에 셔츠를 입고 출근한다. 아침에 옷장에서 오늘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하는 고민이 들지 않게 벗고 다녔으면 좋겠지만... 옷 입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나의 스타일에 불만은 없다. 가끔은 이렇게 단조롭게 옷을 입고 다니는 내가 지루할 때가 있다. 또, 매일 똑같이 슬랙스와 셔츠의 조합인데 옷장에 왜 그렇게 입을 옷이 없는 걸까?

그래서 나는 주변에 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잘 알고, 가지고 있는 옷을 믹스매치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간혹 나에게 어떤 스타일을 추천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도전하려 하면, '이 옷을 입으면 상체가 도드라져 보여' '이 색은 나한테 안 어울려' '나는 쿨톤이야'라는 변명들로 그 도전들을 무산시킨다.


미니멀 라이프를 선언한 근 1년. 때론 실패를 해서 소비욕이 급 상승 했을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미니멀라이프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 많은것을 내려두고 비워두는 삶을 살았다. 내가 가진 것에 100프로를 누리지 못할걸 알기에 옷을 사는 것, 화장품을 사는 것, 신발을 사는 것에 대한 행위들이 다 의미가 없고 부질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옷을 살 때도 유행에 합류하는 옷을 구매하기보다 클래식한 기본 템들을 생각하며 구매한다.

게다가, 난 직장인이다. 이건 놀러 갈 때, 이건 어디 갈 때, 이건 뭐 할 때, 하면서 사재기할 시간도, 그런 옷을 입고 돌아다닐 시간도 부족하다.


옷장에 쓸데없이 화려한 패턴의 옷들은 나에게 과분하게 느껴진다. 나의 일주일의 절반이 넘는 시간은 회사, 그리고 저녁시간은 운동.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옷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며 구매욕을 줄이게 되었다.

화장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명카피에 이끌려 나도 한때 미묘한 차이를 선보이는 섀도들, 립 컬러 들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입술이 수십 개가 아니지 않나. 입술은 하나인데, 그렇다고 하루 동안 매 시간마다 입술색을 바꿔가는 입술 쇼를 보여줄 순 없지 않나. 그래서 과감히 나에게 어울리는 색깔만 맞춰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그렇다고 탈코르셋은 정말 아니다.

나는 나에게 관심이 많다.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경우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여자들과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대화들 속에서 공감하고 알게 되는

어찌 됐건, 관심사에 대해서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느껴지니 마음에서 흔들렸다. 삶의 정답은 없는데 어떤 말들에 휘둘리며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스스로도 별로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익숙한 일상을 살다 보니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평균을 내고 그 평균만 보고 좁은 시야에서 맞다, 다르다를 생각해서 그렇다.

어쨌든 나의 관심사는 그저 나라는 사람이다. 큰 주제에서는 '나'이지만 나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카테고리가 많기에 어느것에 얼마만큼 중점을 두는지 그때마다 다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데 여자라서 그렇다. 그렇지 않다. 이렇게도 정의할 수 없다. 나 같은 여자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여자들도 있으니깐. 외적인 것, 내적인 것도 모두 충족하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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