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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Sep 24. 2019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나이(1)

우리는 마음을 소통하며 살 수 밖에 없어.

나는 누구보다 즐거운 20대를 보냈다.

되돌아보니 20대가 즐거웠지만 그 즐거웠던 매 순간 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즐겁진 않았던 거 같은데, 추억은 지나고 나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니깐.


요즘은 '혼자'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나의 20대는 혼자보다는 '무리' '끼리' '그룹' '단체'에 익숙했다.

물론 나는 '혼자 또는 단체' 그런 것들에 개의치 않지만, 지금처럼 '당연한 혼자'는 그 시절에 조금은 낯선 단어였다.

그렇기에 20대에 많은 관계들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는 '혼자'도 익숙하지만 '혼자'하는 것들에 대해서 경계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군가와 많이 부대낄수록 성장하는 법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나의 성장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경험을 했던 시간이었음은 누구 못지않게 확신한다. 그것은 혼자로서 비롯된 것들보다 단체로서 비롯된 것들이 더 크게 작용했다.




늦은 일주일의 휴가 동안 나는 의도하지 않게 흥타령 학생부로 출전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댄스를 돕기로 했다. 흥타령은 나에게도 큰 감동을 준 축제였다. 거리퍼레이드와 부스 활동을 하면서 축제기간 내 마음껏 휘젓고 다녔던 경험이 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의롭게 돕겠다고 했다.



2013(왼), 2012(오) 흥타령 거리퍼레이드


나는 전공자가 아니고, '댄'자도 꺼내면 안 되는 사람이지만 웃기게도 예전에 댄스를 만들었었다.

물론 내가 댄스를 창작하고 구성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경험들이 많았기 때문에 댄스의 이해나 기획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난 예술적으로 느낌 있게 댄스를 소화하는 사람은 아니고, 출중한 끼가 있어서 댄스를 창작했던 사람도 아니었지만 댄스를 구상하는 내용 안에는 오로지 댄스만 있지 않았기에.

댄스의 컨셉과 내용을 구상하는 일들을 했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동작을 잡아주고 감정을 실어 넣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중고등학생인 만큼 쉬는 시간이 조금만 주어지면 금세 경로를 이탈하고 산만하게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게 어쩐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도 댄스를 만들 때 합숙을 하면서 댄스만을 생각하며 일을 진행하다 보면 마음이 상하는 일들이 정말 많다.

사람이라는 게 '아'라고 이야기했는데 '어'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많지 않나.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오해하지 않게 잘 풀어서 이야기해 주고 상대방이 느꼈던 마음을 나도 알게 되는 과정.

게다가, 집중해야 할 일 이외의 일들은 신경 쓰고 싶지 않기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마무리'만 잘하자.라는 생각으로 꾸욱 눌러 담았던 감정들까지.

신기하게 그런 감정들은 댄스 할 때 표정과 몸짓으로 그리고 그 댄스의 분위기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얽혀있던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몰랐던 마음을 서로에게 공유함으로써 나는 느끼지 못했고 넘겼던 마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다 보면 분명하게 '혼자'라는 게 정말이지 편한 방법이다.

내 말이 말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오해와 관계들로 인한 피로함은 '혼자'한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의욕이 넘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댄스는 함께하는 것이기에 혼자 동작이 완벽하다고 해서,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회피한다고 해서 절대 되지 않는다. 함께 하다 보면 다른 동작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다른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나 전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음은 참 신기하게 서로가 흘러가게 된다.

불편했던 마음도 조금 이야기하면 '어?' 하며 '생각보다 좋은데?'라며 너무 쉽게 바뀌게 된다. 무조건 불편하고 부정적이던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들도 마음을 흐르다 보면 '좋다'로 변할 수 있다.

난 그런 마음들을 배웠다. 그런 마음을 배우고 나니깐 사람을 대할 때 넉넉한 마음이 생긴다.


관계는 모두 서툴다. 어른이건 아이건.


다시 흥타령으로 돌아오자면 아이들의 마음이 예쁘다.

내가 댄스를 봐주러 온 날 청소를 하며 댄스 장소를 정리 정돈하던 것도, 간식을 사주니 며칠 아니 몇 주간 고맙다며 인사해준 것도. 예민하게 동작을 봐주면서도 음료수를 건네주는 것조차.

아이들도 나에게 배우는 것이 있겠지만, 나 또한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와 배움을 느낀다. 


다만, 그전에 내가 댄스 합숙을 했던 때와는 다르게 아이들의 마음은 가벼웠고 산만했으며 '집중' '조용' '내 말 들었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할 때면 지치기도 했다.

사실상 구분이 없는 시간이었다. 집중을 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러다 보니 상처 입은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날카롭게 이야기가 나가는 사건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모여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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