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를 뿌리 뽑기 위해 치료를 시작했고 그 치료 과정 중 자연스러운 각질의 탈락을 위해 피부에 화장 또는 보습을 하면 안 된다는 말에 그렇게 따른 지 안 한 지 두 달이 지나간다.
그런 치료의 과정을 겪으면서 아토피가 몸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이 정도를 언제까지 얼마나 지내야 하나 걱정이 많이 들었다.
나는 심각할 정도로 진물 이 나오고 두꺼운 각질이 나오는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의 증세가 너무 깊지 않아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이라 생각이 되지만, 여전히 피부에는 하얀 각질이 흩날리고 거칠거칠한 피부를 보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아토피는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아직 결론을 내리고 싶진 않다.
치료를 시작할 땐 몰랐는데 아토피 치료를 하면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역시나 화장이다.
예전에 로션 스킨을 챱챱 발라가며 매끈하게 지냈던 감사하던 일상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아져 버렸으니깐 너무 간절하다. 내가 자주자주 얼굴을 비춰보는 건 아니지만 맨 얼굴로 다니는 스스로를 은근하게 속으로는 신경 쓰여하고 있다는 건 나부터도 알고 있었다. 확실히 에너지가 달라졌달까.
얼굴이 칙칙하니 옷 입는 것도 칙칙하게 변하는 거 같고 스스로의 매력이 떨어지는 기분은 매일같이 든다.
한 번은 회식을 하는데 회사 상사가 '요즘 우울한 일 있니?' 하며 나에게 물었다. 사무실에서 만나면 표정이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 보여서 말 꺼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들 '회사에서 웃을 일이 뭐가 있겠느냐'하며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우울해 보이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웃을 수 없는 회사에서 아토피라는 병 때문에 더 웃을 수 없이 다녔던 나를 생각했다.
나 스스로 외면적으로 아무렇지 않다고 최면 걸듯 이야기 하지만 내 내면에는 걱정과 근심이 한가득이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깐.
아토피 치료를 하면서 영양제에 대한 나름의 공부(?)를 하였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약'빨로 버틴다 라는 이야기를 할 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병을 지니고 병이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무엇이든 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양도 영양이지만, 아토피 치료가 잘 되지 않은 건 몸에 있는 독소를 잘 배출하지 못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산균과 청국장환을 챙겨 먹기 시작했고, 좀 더 나아가 비타민과 양배추 환까지 먹기 시작했다.
영양제를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은 '이게 효과가 있나?'싶을 정도로 내 몸에 반응이 오지 않았다. 확실하게 약을 먹기 이전보다 원활한 장 활동을 경험은 했지만 시큰둥 한 반응으로 대처했다.
그런 생각이 들더래도 약발 잘 받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꾸준하게 신경 써가며 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 흘러서 피부를 보니 약간의 맑아진 느낌을 느꼈다. 각질도 두텁게 올라오기보다는 더 세세하게 올라오고, 붉은 피부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간 무시했단 약 빨을 받아서 나았다고 나는 여기고 싶다. 그것 빼고는 나에게 큰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과자나 초콜릿 같은 간식거리들로 인해서 내 피부가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심하면 젤리나 초콜릿류를 먹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최근 2주간 자연스럽게 간식류를 안 먹게 되면서 피부는 더 호전이 되는 것을 느꼈다.
어떤 병이든 나으려면 좋은 약을 쓰는 것도 맞지만, 우리 몸이 약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난날 무턱대고 약만 섭취하며 나의 식습관을 고치지 않았는데 최근 2주 사이에 호전되는 피부를 보며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가 된다'라는 말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물론 좋아지는만큼 나빠지는 순간들도 또 마주하겠지만, 까슬까슬하게 만져지는 피부 사이로 보들보들 각질이 없는 피부도 만져지니 좋아진다! 하는 긍정이 조금씩 올라온다.
언제까지 이 아토피와의 사투를 계속해야 할는지 답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하나씩 내 습관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이 병을 완치하고 싶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는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