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영향으로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주말인데, 배우 김혜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중 블랙 미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호기심에 시청하게 됐다.
일단 블랙 미러라는 의미는 핸드폰의 화면이 꺼졌을 때의 검은 화면을 의미한다. 그 검은 화면 위로 자신의 얼굴을 비춘 적이 있지 않나. 기술과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그런 의미로 큰 타이틀을 지은 듯하다.
시즌1의 1화부터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심리적으로 압박해오는 내용을 좋아하는데 블랙 미러 매 회가 인간이 좋은 방향으로 개발한 기술이 결국 인간의 삶을 잠식시키는 내용을 보면서 너무 짜릿하고 즐거웠다. 기술에 압도당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큰 블록버스터가 아니더래도, 귀신이 나오거나 사람을 죽이는 스릴러나 호러영화가 아니더래도 보고 나면 정신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 들었다.
[스포가 있어야 오늘의 브런치는 완성이 되기에. 스포주의]
그중, 시즌3의 3화. 닥치고 춤춰라의 내용을 보게 되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에서든 주장함 없이 사는 주인공의 노트북이 해킹당했다. 일반적으로 해킹이면 내 심리를 압박하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는데, 주인공이 자위하는 영상이 해커들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에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해커들이 하라는 대로 따랐다.
해커가 어느 위치까지 몇분안에 가라. 라고 말하는데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가 잘 드러나서 나까지 쫄깃해졌다. 난 주인공을 응원하는 입장이였고 가! 가!! 빨리가!! 하며 응원했다.
한 남자가 왔는데 그는 해커가 아니였고, 그도 해커에게 농락당하는 사람이었다.
주인공에게 임무를 전달하는 사람은 '난 네게 이걸 전해줬고, 난 해방됐어!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풀려날 거야'라며 안도하고 떠났다.
해커들이 하란대로 주인공도 받은 물건을 어떤 남자에게 전달했는데 자신의 임무가 끝난 줄 알았는데 남자와 함께 임무를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남자와 해커가 말한 장소로 동행하게 되는데, 남자와 주인공은 은행을 털어야 했다.
면허증이 없는 주인공이 총을 들고 은행으로 들어가고 돈을 훔쳐 나온다. 이때 진짜 가관인 건 두려워서 오줌 질질.... 심리적인 압박이 나에게까지 밀려들어왔고, 대체 자위한 걸로 약점을 잡아 이렇게까지 하는 해커들이 짜증 날 지경이었다. 돈을 훔쳐서 나오고 둘은 해커가 말한 장소로 갔다.
주인공은 숲속으로 향하고, 운전한 남자는 차를 불태워 집으로 돌아간다.
그 숲에 또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주인공이 오자 드론을 띄우고, 상금을 가져 와냐며 묻는다.
해커들이 그걸 드론을 통해 본다. 먼저 온 남자는 그들이 우리 둘이 싸워야 한다고 말했고 네가 가져온 돈은 상금인거 같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언제까지? 라고 묻는데 피 터지게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라는 답이 온다.
너무 괴로워서 미칠듯한 주인공과 자신이 주인공과 싸우면 풀려나겠거니 하며 준비 하는 남자는 주인공에게 물었다.
-What they get you for? 그들에게 뭘 걸렸나?
-I just looked at some photos. I just looked at one or two photos.
난 단지 몇 개의 사진을, 한두 개의 사진을 본 것뿐이었어.
-Yeah. I just looked at pictures too. 나도 그랬지.
How young were they? In the pictures? 얼마나 어린애였어?
How young? Yeah. 얼마나 어렸는데
탁- 뭔가가 뇌에서 끊어졌다. 이 말 듣기 전까지 난 주인공을 두둔했고 해커들 미친놈들이다 욕했는데, 저 이야기 듣고 와... 개새끼들 당해도 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커들은 애초부터 그들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의 성욕 도구에 이용당한 것처럼, 그들은 해커들에게 온종일 농락당했고, 자신은 해커들이 하라는 대로 했기에 안도감에 집으로 돌아가지만 집에서 가족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주인공 엄마는'너 어떻게 그 어린애를 보고 그럴 수 있냐고. 어린애였어!!!'라고 말하는데 아들에 대한 분노가 스며있었다. 피 철철 흘리는 주인공의 얼굴을 뒤로한 채 끝난다. 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소아성애자에 대한 내용을 다룬 기가 막히게 반전이 있는 내용에 나는 박수를 쳤다.
이 시리즈를 보고 난 뒤, N번방에 대한 이슈가 화두에 올랐다. 이 내용과 N번방 내용이 많이 다르지 않음을 생각했다.
(블랙미러에는 이와 같은 내용들이 진짜 많은데 꼭 꼭 보길 추천한다. 너무나 뼈 때리는 내용들이 많아서 정말 많은 여운과 생각이 들게 한다)
N번방 주도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는데, 밝혀진 범죄자의 얼굴은 너무 평범해서 소름 돋았다.
내가 너무 악당을 악당처럼 묘사해놓은 영상매체들에 길들여져서 악당은 악당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여겼던 걸까. 지극히 평범하게 내 주변에서 살아갈 거 같은 얼굴을 한 채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난 요즘의 이런 상황들을 보면 내가 참 무탈하게 잘 자라왔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받은 상처가 나에게까지 간접적으로 느껴져 온다.
이제껏 상처받은 여성에 대해서 화는 났고 응원은 했지만 와닿진 않았다. 근데, 미성년자까지 유린해가면서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는 N번방 안의 수많은 사람들은 너무 증오스럽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용해서 성욕을 해소한다는 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미성년자에 대한, 소아성애자 성범죄에 대한 내용을 서구권 못지않게 더! 강하고 힘들게! 만들었으면 너무나 좋겠다.
뿐만아니라 자신을 성상품화로 내놓는 사람들도 교육했으면 좋겠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잘 이끌어서 사회로 내 보낼 수 있는 기관들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가 딸을 낳고 '우리 아이는 위험한 세상에서 덜 상처를 받은 아이구나'라며 안도감을 내쉬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유치원이나 학교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을 노심초사하지 않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믿는 것을 사람 사이에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능욕방이라는 것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구 난 제발, 성범죄자들이 '아 실수로 걸렸네'가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성욕구를 못 참는다, 본능이 더 크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스스로가 짐승이라는 소리지? 왜 사실관계를 체크하지 못하는거야? 이건 편가르기의 싸움이 아니다. N번방에 목적을 가지고 방관하던 사람들은 벌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잘못된 걸 알았으면서 왜 잘못을 할까? 안 걸릴 줄 알았겠지. 운이 좋지 않아서 친구들 수 많은 사람 중 나 혼자 멍청하게 걸렸다 라는 생각을 했겠지. 나쁜 것들이 주는 짜릿한 기분이 더 좋았던 거겠지. 이게 그 결과야.
분명한 건 텔레그램 방을 들어간다는 건 오픈챗처럼 쉽사리 들락날락 거리는 곳이 아니다. 경로를 받아서 입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입장한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어떤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래도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그 상황을 방관했다. 마치 놀이를 즐겨보듯. 그리고 그건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임에도 그들은 호응했다.
범인의 얼굴이 지극히 평범했고, 대학교 시절에 우수한 성적이었다고 한다. 봉사를 하며, 남을 위한 글을 기고까지 하는 교우관계는 어떨지 몰라도 스스로의 세계를 확립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런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을 어지럽고 머리가 지끈거리게 만든다.
봄볕이 드는 오늘, 봄이 오지 않은 거 같다. 마음과 정신이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과거완료형이 되겠고, 수많은 사람이 용의 선상에 올라 누구의 죄 중이 크고 작고를 따지느라 진을 빼놓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더 이상 방관하는 사람들이 다수의 뒤에서 익명이라는 이점을 노려서 '휴, 난 이번에 살았다'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사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블랙미러에서 피해자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나쁜 놈이 나쁜놈을 농락, 응징한다.
나쁜놈들은 본인들이 소비한 소아성애물을 생각하지 않은채 본인 살기에 급급해서 발버둥친다. 반전을 맞이하면서 돌을 던져야 할 대상이 바뀐다.
그들은 알까. 그들이 쉽사리 소비하는 성 행동으로 인해 한 인격의 인생이 무수히 많은 타인으로부터 의미도 찾을 수 없이 망가져 버린다.
내 인생 아니니깐 쉽게 소비하는 그 행동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또한,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본능 또한 지배 할 수 있는 이성적인 인간임을 직시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