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치를 외면할 때 기업은 독재국가가 된다.

건설인의 인문학적 성찰 에세이

by After lunch


직장에서 세력싸움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어찌 되었건 간에 직장에서 떠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정치는 이루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따위를 논하는 게 아니다. 그저 세력 다툼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내 권력자들 간의 세력 다툼이나, 고참과 후배 간의 역학 관계, 혹은 생각이 다른 집단 간의 미묘한 기 싸움 같은 것들 말이다.


입사 전, 어떤 사회생활도 경험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회사에서 정치적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었다.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그러할 것이다. 타고난 처세가들이 간혹 존재한다고 하지만, 필자는 정치나 처세에 있어 타고나는 사람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아이들도 적어도 4~7년 정도는 세월이 흘러야 경험적으로 인지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은가? 하물며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 성인들이, 각 개인의 눈물과 기쁨, 실망과 희열로 점철된 사회적 학습 없이 어떻게, 야망과 정의 그리고 꿈이 실현되고 삶의 기반이 되는 직장이란 무대에 오를 수 있겠는가? 직장 내 처세와 정치는 결국 생존을 위한 학습의 영역이다.


잠깐 언급했지만, 직장에서 세력 다툼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어찌 되었건 간에 직장에서 떠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니,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라인일까? 출처: Getty Image


승진을 하고 싶고, 좀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의 라인(Line)에 서고 싶고, 같은 직급 간에 경쟁을 해서 이기고 싶고, 더 좋은 인사평가를 받고 싶고... 이 모든 이유들은 곧 직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이 직장에 미련이 없다고 치면, 사내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누가 나를 괴롭히든, 편애하든, 평가하든, 비난하든, 모함하든 간에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가면 된다.


단지 더 잘하고 싶고, 기왕이면 인정받고 싶고, 웬만하면 누군가에게 오해 사기 싫고, 누구와도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그걸 왜 '두려움'으로 치부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라. 그런 바람 뒤에 존재하는 건,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회사 잘리면 안 되잖아…’라는 근원적인 두려움이다.


‘난 그런 생각 안 하는데…’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아직 가치관을 뒤흔드는 첨예한 정치적 움직임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곧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직장 생활의 본질이 생존과 연관된다면, 정치적 움직임은 언제든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존재와 성과는 그를 둘러싼 국가라는 시스템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다. 내가 살고 있는 국가의 모든 일에 정치는 관여되어 있다. 나랑 관계없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 개인주의적인 일이다.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직장도 마찬가지인데, 관심이 있든 없든 정치는 행해진다. 좀 아니꼽더라도, 좀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대충 흘러가는 분위기는 알아야 하고, 그래서, 썩은 동아줄을 잡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도움은 못 받더라도 미움은 사지 말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작성하던 필자도 결국 그 '대기업이라는 나라'를 스스로 떠났습니다. 잠깐의 '자유로운 시민' 생활을 꿈꿨지만, 쓴웃음과 함께 지금은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이라는 '또 다른 나라'에 입사해 있는 상태입니다.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직장이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셈입니다.


결국, 그 나라에서 살아가려면...

특히, 대기업이란 나라는 평생토록 오직 한 집안이 세습하며 다스리는 독재국가와도 같고, 그 계열사들은 독재자 집안에 기생하는 탐관오리가 배치된 작은 마을과 흡사하다. 애국열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부디, 식민시대의 매국노처럼, 가족 친척 친구 팔아먹는 나쁜 놈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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