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워진 불꽃

성금요일에 이루어진 기도

by After lunch


바닥 타일이 붙고, 천정 도배가 마무리되고, 주방가구가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준공일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을 번갈아 보며, 하루하루 체크리스트를 지워나간다.

한 달 전, 외부 펜스가 철거되며 건물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런데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알루미늄 시트의 빈틈, 벽 이음재 땜질 자국, 내 눈에만 보이는 삐뚤어진 옹벽 라인, 마감 전인 장식벽 천장의 견출면도….

마치, 오른쪽 눈썹 화장만 끝내고 부랴부랴 중학생 딸 등교 전에 아침상을 차리러 나온 아내의 얼굴처럼 어딘가 덜 완성된 모습이다.


그런 시점에,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가 잔뜩 격양된 막내였다.

“차장님… 불난 것 같습니다. 시커먼 연기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화를 끊고, 400미터 떨어진 현장으로 달렸다. 연기 기둥은 검게 솟아올라, 몇 세대가 통째로 타버린 것처럼 보였다. 멀리 펌프카가 보이고, 웅성거리는 사람들로 현장 주변이 빽빽했다.


‘하나님… 제발… 세대 내부만이라도 타지 않게 해주십시오. 준공이 코앞입니다. 회복할 수 있는 시간만 주십시오.


소리 없는 기도가 터져 나왔다. 달려가는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가슴은 점점 더 쪼여들었다. 다행히 소방관들은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불은 초기에 진압됐고, 피해는 20㎡ 정도의 제주석이 그을리고 내부 단열재 일부가 녹아내린 정도에 그쳤다.


KakaoTalk_20200411_220301192.jpg 용접 공종의 관리책임자(좌), 소방관들(우)


화재 감시자가 있었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 불’이었다. 외부 석재 속 단열재에 불꽃이 스며들면, 겉은 멀쩡해 보여도 서서히 타들어 간다. 30~40분이 지나야 연기가 드러나고, 그때쯤이면 이미 번져 있게 된다.
나는 예전에 다른 현장에서, 이와 거의 같은 원인으로 훨씬 큰 화재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차라는 함정은 막을 수 없었다. 용접 불티 비산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소화기를 비치하고, 하부에 화재 감시자를 배치했어도… 앞발코니로 작업이 넘어가면 감시자도 건물 반대편으로 이동해 버린다. 그 사이, 불은 석재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숨을 쉬며 타오른다. 그날처럼.


생각해 보면, 이건 마치 ‘가리워진 불꽃’ 같다. 겉으론 잠잠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이미 뜨겁게 번지고 있는 불.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이 그렇고, 사람 마음 속의 분노나 서운함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그날은 다행이었다. 소방서가 가까이 있었고, 경비 아저씨가 신속하게 신고해 주셨다. 불은 세대로 번지지 않았고, 피해도 최소였다.


나는 문득, 급히 달려가며 했던 그 기도를 떠올렸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실 때, 성전 휘장이 찢어졌던 그 시간. 우리나라 시간으로 2020년 4월 10일, 성금요일 오후 3시.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 기도는 열려 있었던 것일까.


“저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의 불꽃은 금방 꺼졌다. 그러나 나는 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혹은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불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꽃을 찾고, 막아내는 것이 내 일이자, 내 기도의 이유라는 것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비스업... 그 끝을 알 수 없는 괴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