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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Apr 02. 2021

집중력 향상을 위한 '예열 시간'

능률이 최대치로 오르는 타이밍이 따로 있다?

한 가지 일에 푹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밤을 새워가며 몰입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집중하고 탄력 받기까지의 워밍업, 즉 '예열 시간'은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글을 쓸 때나 곡 작업을 할 때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즉, 무언가 표현하고 전달을 하는 콘텐츠 창작 활동을 할 때 종종 있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글을 작성하려고 우선 모니터와 키보드 앞에 앉아, 각종 메모 내용과 문서 파일을 열어두었다. 이 날 따라 유난히 한참 동안을 예열하고 있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요즘 꽂혀있는 곡을 쭉 감상한다. 블로그나 책으로 써 둔 나의 다른 글들을 읽으며 의욕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이래도 부족하면, 영감을 주고 동기부여가 되는 메시지의 영상을 보기도 한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몰입도에 불을 지피다 보니 금세 밤이 되었다. 잘 때가 되니까 이제야 집중이 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피곤하지만 이대로 잠들자니, 이 정도라도 탄력을 받은 게 아까웠다.

'그냥 자버리면, 내일 일어나서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하잖아.'

이 예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새벽 늦게까지라도 일을 붙들고 있었다. 쓰려는 핵심 포인트, 문장 일부 정리와 내용 배열까지는 개괄적으로 해놓고 취침했다.


다음 날, 잠을 별로 안 자서 엄청 피곤하긴 했지만 커피를 마셔가며 정신을 맑게 해 보았다. (요즘 이렇게 카페인의 힘으로 정신력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전날 밤에 불붙은 의지력을 갖고 어느 정도 해둔 게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작업 완성을 했다.

한 번 탄력 받기만 하면, 몇 시간 만에도 작업을 끝낼 수 있네? 이렇게 금방 할 거였으면서, 집중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그렇게 힘들었던가. 허무하면서 이 현상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했다. 어쨌든 마무리는 했으니 후련하다.





시작이 어렵다고? 처음부터 너무 잘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몰입하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던 것일까? 그 힌트는 '본격적으로'라는 덫에 있다. 마음 크게 먹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하려고 애를 쓴다. 집중력 향상을 위한 노동요를 틀어둔다든지, 의식적으로 집중하려는 노력을 한다.


밤이 되어서야 의욕과 에너지가 샘솟은 까닭은 무엇일까? 다들 잠들어야 비로소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집중이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주요 활동 시간인 낮이나 이른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실전의 시간이라고 의식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일필휘지로 글을 술술 써 내려가길, 어떤 작품을 한번에 착착 만들길 바라는 욕구가 크다. 재밌자고 시작한 일에도, 잘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강하게 갖는다. 그러면 오히려 그 일이 엄두가 안 나거나,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반면 밤에는, '오늘은 대강 윤곽만 잡아놓고 내일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하면 되겠군!' 하고 한층 가벼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부담이 없으니 낮과는 다르게 더욱 재미를 느끼고 의욕이 높아진다. 자야 하는데 몰입이 더 잘 된다는, 이런 아이러니함!



탄력 받아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하다 보니까 탄력 받는 것이다.


뭔가를 시작할 때,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너무 강하게 갖고 하려다 보면 오히려 몰입과 집중에 방해가 된다. 처음부터 거창하거나 대단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가볍고 단순하게, 작은 것부터 이어가고 진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고 있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사소한 문장을 적어보고, 별 것 아닌 듯한 소리를 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삘'받고 능률이 오르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뭔가를 한다고 할 때 목표로 하는 경지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사실, 의식적으로 마음먹고 하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편이, 오히려 더 쉽게 집중이 되는 것이다.



뇌의 신호가 몸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몸의 행동이 뇌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환경을 조성하여 내 마음과 정신이 완벽히 준비되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다. 예열하기 위해, 영감을 받을 만한 것을 보고 듣는 input만 오래 하고 있으면, '이제 내가 직접 뭔가 작업하고 만들어야지' 하는 output 모드로 전환하기도 어려워진다. 지금은 일단 그냥 편하게 적어나가고 만들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나의 몰입이 시작된다. 움직이다보면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뚝딱뚝딱 원활하게 진행해야겠다는 마음에서도 해방되는 것이 좋다. '창작과 개선을 서로 분리하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창작을 하는 와중에 '어, 이건 이렇게 고쳐야 할까?' 하는 편집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갖게 되면, 완벽주의와 강박 관념에 빠져 몰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나중에 수정하고 보완을 할지언정, 무엇을 만들든 지금은 일단 자유롭게 휘갈기자.




♬ 집중력 예열하며 무한재생했던 노래

 Yamamoto Sayaka(山本彩) 「Against」

질주감, 비트감, 박력, 파워풀함, 경쾌함! 좋아하는 요소가 다 들어있는 곡이다. 전간후주마다 일렉기타가 거침 없이 내지르는 옥타브 주선율을 들으면, 시원한 탄산수 들이킨 것 처럼 속이 뻥 뚫리고 개운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0a6aD_KGl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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