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짜릿함
DANO의 마케터 ‘체대언니’였던 임혜인 님이 DANO에 있을 당시 인터뷰한 영상에서, 가장 빠져있는 운동이 바로 '러닝'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마냥 달리기만 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힘들고 숨차기만 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공원 같은 데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봐도 저 운동이 재밌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러닝 괜찮을 듯?’하는 느낌이 왔다.
외출 한 번 하려면, 뭔가 주섬주섬 챙기고 확인하느라 자꾸 빠듯하게 나가게 된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6분이 걸리는데 이 날도 이렇게 미적거리다 나갔다. 잡아타야 하는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이 어느덧 5분밖에 안 남았다. 횡단보도 신호 대기 최대 3분을 고려하면 안 뛸 수가 없었다. 정류장을 향해 열심히 뛰어갔다.
예전엔 달려가는 동안 힘들어서 달리다가 곧 다시 걸었는데, 이때는 정류장 앞 횡단보도까지 안 쉬고 쭉 달렸다. 달리면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힘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인간이 맹수에게 쫓기게 되면 코르티졸이 분비되어 초인적인 능력이 나오듯이, 위기와 극한의 순간에는 평소보다 에너지가 더 뿜어져 나오는 게 이런 건가? 평소에 스쿼트도 하고 요즘은 중둔근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번 제주도에서는 지미봉을 이틀 연속 등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발달시킨 하체 근육이 드디어 힘을 발휘하나 보다!
이 정도면, 러닝이란 것도 도전해 볼 만한데? 그동안 달리기에는 아무런 즐거움도 의미도 없다고 여겼는데, 처음으로 달리기가 흥미롭다고 느꼈다. 그래도 역시 그저 달리는 건 팔다리의 단순 반복 동작일 뿐이라 재미가 덜하니까, 목적지나 목표를 두어보았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지하철역까지 안 쉬고 달리기(달리면 대략 5~7분 나오려나)를 우선 목표 수준으로 잡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루트는 집 근처 8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산책로를 달려 작은 카페까지 가서 아이스 디카페인 두유 라떼를 포장해서 마시면서 오는 것으로 했다. 왜 아이스 디카페인 두유 라떼냐고 하면, 이것도 사연이 있다.
지난겨울에 필라테스 강습받으러 다닐 때, 수업 후 근처 카페에 가서 아이스 디카페인 두유 라떼를 포장해왔다. 한 모금 쭉 들이켜자마자, 엄청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개운했다. 그 순간이 워낙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 덕분에, 나를 밖에 나가 달리게 만들 꽤 매력적인 구실이 생겼다. 그게 바로 ‘운동 후 아이스 라떼’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뒤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상상에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힘이 났다.
일단은 늘 하던 대로 기상 운동으로 '눈뜨스→폼롤러→유산소' 루틴을 마치고, 그 상태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갔다. 현관을 나서면서부터 가볍게 뛰었다. 계획대로 산책로로 진입했다. 안 쉬고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해봤더니 2분 정도였다. 2분 동안 계속 달리고, 1분 동안 걷고, 다시 2분을 달렸더니 카페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무리하지 않고 러닝에 익숙해질 수 있는 선을 찾은 것이다.
오랜만에 온 이 카페가 이 날 따라 더욱 반가웠다. 일단 러닝을 잘 마쳤다는 것에 뿌듯했고, 운동 후의 나에게 주는 선물인 아이스 디카페인 두유 라떼를 앞둔 설렘으로 가득했다. 지난겨울의 필라테스 후 마셨던 그 맛 그대로였다. 특히, 두유가 어찌나 고소했는지, 죠리퐁 라떼 먹는 기분이었다. 운동 후 먹고 마시는 모든 게 꿀맛이라지만 이 라떼가 그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지미봉에 이틀 연속 올라갔다 와서 당근주스를 마셨을 때의 기분 같기도 했다.
이후에도 며칠에 한 번씩은 러닝을 하러 나갔다.
어떤 날은 집 근처 큰 슈퍼를 목적지로 해서 달렸다. 도보로는 약 10분 거리였다. 이날은 원래 별생각 없이 달리기 시작한 건데, 달리다 보니 계속할만했다. 쉬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리는 데에 성공했다. 안 쉬고 5분 정도 달렸더니 도착했다.
'오, 성공하다니! 정말 이게 되네?'
스스로 정한 러닝 첫 목표를 달성했다는 그 성취감과 자아효능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했다. 사람들이 '러닝, 러닝'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후로도 이 '쉬지 않고 5분 달리기'를 충분히 해내었다. 다음엔 같은 거리를 좀 더 빠르게 달리거나(근력), 쉬지 않고 달리는 시간을 늘리는 것(근지구력)이 목표이다.
기상 후에는 일단 신체활동을 한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오전 스트레칭은 반드시 지키는 루틴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밖으로 잠깐만이라도 나가서 달리고 오면, 눈 뜬 직후의 무기력하고 의욕 없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역시 힘차게 움직이고 땀 흘리고 나니까,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가뿐하다. 성취감과 뿌듯함에 오늘을 살아갈 새로운 활력과 의욕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