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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Jun 25. 2019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2

MBC radio 별이 빛나는 밤에 편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의 스태프를 만난 것은 잡지사 마케터 시절, 브랜드 기사를 기획하면서다. 65호 주제로 라디오를 선정한 뒤, 우리는 ‘라디오’라는 단어를 가장 잘 이야기해줄 수 있는 브랜드는 어디일까 고민했다. 보통은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기 위한 기획 회의에서 여러 브랜드가 후보에 오른다. 그런 뒤 의견이 좁혀지는 브랜드 한 곳을 선정하여 섭외를 하고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65호 브랜드 기획 회의에서는 팀원 대부분이 별밤을 그 후보로 언급했다.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빠르게 브랜드 기사의 주인공으로 섭외를 할 수 있었다.


별밤을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켜켜이’다. 별밤 신성훈 PD가 우리와 가진 두 번의 만남에서 자주 사용한 단어다. 기사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미팅에서 그는 1969년 1대 별밤지기(DJ)인 오남열부터 켜켜이 쌓아져 내려온 이 프로그램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브랜드가 50년 동안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별밤은 브랜드 특성상 스태프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들이 별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졌다.



<별 같은 존재, 그들이 50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


1. 단단한 조직력


처음 만난 미팅 자리에서 신성훈 PD는 영화 예고편처럼 별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때 그가 언급한 말 중에 ‘구성원의 합’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매일매일 방송을 해야 하는 그들은 DJ나 PD, 작가, 엔지니어 등 각각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구성원이 한데 모였을 때의 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그 조직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무리 뛰어난 구성원이 있어도 손발이 맞지 않으면 방송 사고가 나고 만다.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구성원의 합을 원활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유로 ‘솔직함’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요. 누군가 자리를 떠나거나 다시 채울 때, 이 자리가 왜 바뀌는지 이 사람이 왜 필요하고, 이 사람이 왜 나갔는지, 모든 부분을 다 이야기해줍니다."


실제로 별밤 팀은 모든 의견을 함께 의논하여 기사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고, 자료를 전달해줬다. 기사 기획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PD, 작가, DJ인 B1A4 산들과 그의 매니저까지 모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했고, 모아진 의견으로 하나의 기획안을 완성했다. 보통은 브랜드의 대표격인 분들이 나와 기획안에 대해서 에디터들과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반해, 별밤은 달랐다.

별밤 구성원들이 실제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얼핏 보면 놀이를 하는 건지, 방송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PD와 DJ는 즐기면서 방송을 했고, 작가들은 신청 사연과 DJ 멘트를 자유롭게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 저러다 방송사고 나지!’라고 우려를 했지만 그건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합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가꾼 별밤 팀은 그날 멋지게 또 하나의 라디오 방송을 마쳤다.



2. 긴 호흡


매달 마감이 있는 잡지사의 일은 꽤 힘든 일이다. 지정된 기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까지 수많은 관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마감을 하는 잡지사가 이런데, 하물며 매일 원고를 마감하고, 독자들의 수많은 사연을 정리하면서 게스트까지 섭외해야 하는 라디오 방송은 어떨까. 그 촉박하고 긴장의 연속인 매일의 부담감을 그들은 어떻게 감당해내는 것일까? 궁금함을 못 참고 던진 질문에 신성훈 PD는 ‘긴 호흡’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척’한다는 것이다. 당장 본인에게 다급한 일이 있어도 그는 천천히, 그리고 여유로운 호흡으로 모든 일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모든 스태프가 동일했다.


지금 당장의 문제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방송을 진행했다면 50년간 별밤이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 부담감을 이겨 낼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은 리더의 모습을 보는 팀원들은 그렇지 않은 리더를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감이 덜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모습이 계속 반복된다면 팀 전체의 분위기가 그렇게 변하지 않겠는가. ‘긴 호흡’으로 일에 임하는 별밤의 태도는 어떤 문제를 대하는 조직의 대응 방법 중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3. 만드는 이의 의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면, 아이들은‘우리를 위해 노력한 프로그램이 있었구나.’라는 것도 모를 테고,

저희는 화석 같은 존재로 남을 것 같았어요."


별밤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한때 청소년에게 가장 사랑받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그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 분주하다.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는 기간 내내 별밤 스태프는 독자들을 직접 찾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별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주던 주 타깃층이 청소년이었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아날로그나 라디오는 조금 낯선 존재다. 그런 이유로 별밤도 조금씩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는데, 신성훈 PD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별밤 팀은 ‘시대가 바뀌고, 플랫폼이 변하고, 아이들의 시선이 영상으로 돌아갔으니 우린 이제 아이들이 아닌, 이 시간에 이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자.’라고 하며 돌아서지 않았다. 세대가 아날로그를 점점 낯설어 하고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고 있는 독자들을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로 다시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에 별밤은 4월부터 매달 두 번씩 청소년들이 있는 학교의 교실로 찾아가는 ‘교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또 50주년 기념 투어를 계획하고 있기도 했다. 이것은 모두 브랜드를 만들고, 또 지켜내려는 별밤 구성원들의 강한 ‘의지’였다. 더 정확하게는 브랜드의 타깃을 명확하게 하고, 팬을 더 찾아내겠다는 의지다.


브랜딩 전문가 우승우•차상우의 저서 〈창업가의 브랜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강력한 팬은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을 만든다."


별밤 스태프는 ‘만드는 이의 의지’가 확고했다. 청취자들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고 발 벗고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다. 한 브랜드를 만드는 이들이 이런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 그 브랜드는 더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되고, 그 팬들은 브랜드를 더 강력하게 만들 것이다. 별밤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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