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편
주위에 일 잘한다고 소문난 사람이 있는가? 똑같이 일을 시작했는데, 나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일하는 사람 말이다. 나도 전에 근무했던 회사에 그런 선배 한 명이 있었다. 그를 보면서‘아 나도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고 배울 점들을 적어 두곤 했다. 일의 시작 단계에서나 중간 과정에서 틈틈이 적어 두었던 것을 보면서 일하던 게 생각난다.
그런데 왠일?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면서 그 선배와 비슷한 브랜드를 만났다. 내가 아는 일 잘하는 사람은 한 명이었는데,이번엔 그런 사람이 수백 명 모여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 민족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컨셉진 53호 일 편에서 브랜드 코너에 소개했다. 기사 진행을 위해 만났던 미팅 첫날, 회사 곳곳에 붙어있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보고 53호 브랜드 기사 주인공으로 이들을 택한 것이 정말 잘한 결정이었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배워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나도 컨셉진에서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그들이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정리해보았다.
1. 일하는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이 알고 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왜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중간 과정에서도 다른 길로 빠지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어떤 기획을 하거나 업무를 진행할 때 정말로 그것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얼마 전, 마케터 일기를 기획하며 첫 원고를 작성할 때도 이런 점을 유념하지 못해 원고를 고친 적이 있다. 하나의 글을 작성할 때도 이런데, 일할 때 목적과 목표가 정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브랜드가 자신이 일하는 목적을 잘 인식하지 못하면 제품 라인을 확장함에도 매출이 늘지 않고 생산, 홍보, 마케팅, 시간 등에서 비효율적으로 자원이 소모된다. 그런 리스크로 인해 기업 자체가 적자로 없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일하는 중간 과정에서 목적과 목표를 유념하고 일의 처음과 끝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아한형제들이 가진 브랜드의 색과 태도는 분명하다. ‘배민다움’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그들은 자신의 목적과 목표를 모든 콘텐츠에서 나타내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지키려 애쓴다. 그것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김봉진 대표가 매주 수요일 아침 30분씩 직원들과 갖는 수다 타임이다.
직원이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는 그 자리에서 김봉진 대표는 구성원들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답을 한다. 들어줄 수 있는 건 yes라고 말하고, 안 되는 건 이유를 설명한다. 명쾌하다. 그 수다의 과정 속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어떤 목표와 목적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궁금한 것을 해소함과 동시에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고, 대표자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직원들에게 매일 명령조로 말하지 않아도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이 과정을 통해서 배민다움이 계속해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대신 사회 초년생들한테 만큼은 ‘배달의민족 너무 좋아’라는 말을 듣는 걸 목표로 삼았죠.
B급 문화를 대표적인 마케팅의 방법으로 선택한 우아한형제들에게 그렇게 방향을 잡은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장인성 이사가 들려준 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애쓰지 않았다. 시작하는 브랜드가 정확하게 누구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목표 때문에 그들은 전국 치킨 고수들을 총집합하게 만든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라는 인상적인 기획을 선보였고, 이후에도 배민문방구, 신춘 문예 같은 재미있는 기획들을 쏟아냈다. 내부적으로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한 집단이 얼마나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이들은 똑똑히 보여줬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너무 좋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그들은 푸드테크 기업이지만 남들보다 더 좋은 기능만을 브랜드의 장점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고객이 좋아하고 고객과 공감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들을 끊임없이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통해 고객들은 우아한형제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아한형제들이 목적과 다른 기능의 우수성을 강조했다면, ‘언젠가 다가올 기능의 한계에 스스로를 옭아맬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할 때는 반드시 그 목적을 생각해야 하고, 중간 중간 그 목적을 상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완료 시점을 염두에 두면서 일의 결과가 처음 예상한 것과 어긋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중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단연 첫 번째 이유. 바로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2. 일하는 환경에 집착한다.
우아한형제들 사옥 곳곳에 붙어 있는 문구들. 그리고 회사가 위치한 곳의 전망, 각 팀이 활용하고 있는 층별 사무실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보면, 거의 집착 수준으로 일하는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 잘하는 방법까지 써 붙여 놓은 것을 보면, 겉에서 보이는 것처럼 재미있고 쉽게 쉽게 일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팀원들이 가장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배려가 곳곳에 보인다.
가장 특이한 것은 각 층마다 다르게 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스포츠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혁신을 이루어 낸 선수들을 주제로 층마다 꾸몄다는 그들의 공간에서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항상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다.
각이 자유로워지면, 다양한 방법론들을 자유롭게, 나만의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게 된다. 기획에는 천재가 없다. 마찬가지로 기획에는 정석도 없다.
-최장순 저서 <기획자의 습관> 중에서-
우아한형제들이 그렇게 일하는 환경에 집착하는 이유를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저서 <기획자의 습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자유로운 생각이 결국에는 다양한 방법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그의 말처럼, 우아한형제들은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일하는 환경을 기획해 놓았다. 그냥 예쁘고 좋아 보이기 위한 환경이 아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런 환경들 속에서 구성원들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기른다. 그리고 그런 습관이 브랜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결과물로 탄생한다. 그들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3. 함께 일하는 것에 능숙하다.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 브랜드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선택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다 좋았다고 말하곤 하는데, “어느 브랜드가 함께 일하는 데 가장 능숙했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우아한형제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브랜드 기사 진행을 위한 미팅에서부터 의견 조율과 마무리까지, 그들은 정말이지 체계적이고 능수능란했다. 처음에는 대외적인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특정 팀만의 역량일까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기사 진행을 위해 취재를 하던 날 보았던 그들이 일하는 모습에서 나는 이들이 왜 그렇게 함께 일하는 데 능숙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아한형제들의 공간은 각 층마다 컨셉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다만, 층마다 똑같이 구성된 것이 하나 있었는데, 모든 층의 입구 쪽에 자유롭게 모여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취재를 하던 그 순간에도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고 있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과 팀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이 경우 정제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런 정제된 아이디어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나누도록 모든 층의 입구, 회사 곳곳마다 함께 일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공간에서 직원들은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연습을 매일매일 하고 있었다. 혼자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개인 공간들도 구석구석 보였지만, 크게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일을 하다 보면 더 이상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혹은 내 생각이 더 맞는 것 같고 내가 설정한 목적과 목표가 더 뚜렷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때도 많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하거나 착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매일 함께 일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그들은 사무실 밖의 누군가와도 능숙하게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면서, 브랜드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장인성 이사나 홍보팀 담당자가 동일하게 걱정한 것이 있었다. 바로 우아한형제들이 마치 지상천국처럼 비치는 것이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정말 잘 집중하는 회사이고, 또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지만 그만큼 일을 잘하기 위해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그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싶어 했다.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는 우아한형제들의 모든 콘텐츠들은 그들이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치열하게 함께 협력해 낳은 산물인 것을,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자신이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우아한형제들의 모습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목적과 목표, 그리고 일하는 환경을 스스로 관리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매일 연습하는 것. 아주 기초적이고 쉬운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놓치고 있는 것들이다.
마케터 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