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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Aug 05. 2019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5

Toun28 편

                                                                                                                                                                                                                                                                                                                                                                                                                                                                                                         

요즘 친구들과 자주 나누는 말이 있다. 소비를 할 때마다 디자인만 다르게 해서 쏟아지는 수많은 제품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비단 제품들뿐만이 아니다. 음식점에 들어가도 음식의 맛보다는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팀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한 음식점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공간만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곳이었는데, 빨간색으로 새겨져 있는 부동산 전화번호를 보니 정말 안타까웠다. 평소 점심 한 끼로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생각했던 내가 미안할 정도로…. 돌아오는 길에 그 가게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요즘 보고 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소비자들은 이미 브랜드에 많은 배신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브랜드들의 이 모든 형태가 그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낀 것이다. 보여주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것을 거짓 없이 보여줬어야 했다."                              

                                                                                                                                                                                                                                                                                                                                                                                                                                                                                                                       

맞는 말이다.


브랜드 전문가 임태수가 그의 저서 <날마다, 브랜드>에서 언급한 내용인데, 나도 그의 생각에 적극 동의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요즘엔 그의 생각에 다른 브랜드들도 동감하는 분위기다. 이마트의 NoBrand를 선두로, 각종 대형마트에서도 유사한 PB(Private Brand) 브랜드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여주기식의 포장만을 강조하는 제품에는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잡지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나는 이런 내용을 가장 잘 아는 브랜드를 만난 적이 있다. 제품의 ‘본질’에 유난히도 집착하는 브랜드. 바로 Toun28이다.                                              




<톤28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의 톤tone>


1. 제대로 알고, 잘 만든다.


 “브랜드는 곧 제품이다. 이 둘은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없다.”

-임태주 저 <날마다, 브랜드> 중에서



브랜드 어원의 유래를 찾아보면 알 수 있듯이, 브랜드는 고대부터 생산자가 자신이 만든 제품이 다른 생산자의 것과 다름을 구별하려고 했던 것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차원적으로 단어 자체만 보자면 단순 구별을 위한 표식 혹은 표기라고 볼 수 있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벽돌에 이름을 표시해서 품질을 보증했던 것이나, 영국 유명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오크통에 본인들만의 화인을 찍어 생산했던 것들을 보면, 단순 구별을 위해서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장인이 만든 제품은 명품이라고 부른다. 똑같은 형태의 제품이라도 명인이 만든 것에는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왜일까? 답은 단순하다. 제품이 그만큼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에서 좋은 제품은 기본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가장 처음으로 우선시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런 제품이 있어야 마케팅도, 홍보도, 유통 전략도 세울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는 있는 사실이다. 그래야 그것의 장점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을 산업혁명시대 이후 대량생산체제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조금 간과하고 있지 않나 싶다. 특히나 수많은 생산자들이 색과 형태만 조금 바꾼 비슷한 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그런 무모함은 가속화되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마케팅만을 우선시한 제품들은 손가락만 까딱하면 언제든지 살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컨셉진 61호 브랜드 기사에서 만났던 톤28의 정마리아, 박준수 대표는 인터뷰에서 그와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


 Q. "두 분이 톤28을 만드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A. "화장품 사업이 유통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시류를 바꿔보자는 마음이 들어 의기투합했습니다."


화학 성분 알레르기가 있다는 정마리아 대표는 톤28의 모든 제품을 천연 원료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인공 향이 들어간 제품을 절대 못 쓰는 본인도 바를 수 있을 정도로 바른 바를거리를 만들고자 브랜드를 만들었고, 그들은 약 1년 반 동안이나 제품을 만드는 것, 그 본질에 집중했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저희가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이유는… 종이 패키지를 개발하고, 천연 재료와 천연 제형으로 피부에 효과 내는 것을 검증하는 기간이 필요했어요."


이런 그들이 노력한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잘 알고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얼굴 피부가 부위별로 각각 다르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화장품은 지성, 건성, 복합성이라는 세 가지 종류로 나와 있었는데, 톤28은 그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마는 지성, 볼은 건성인데 앞의 세 가지 종류 중 하나로만 계속 바르고 있던 상황. 아차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화장품을 만들 때 얼굴의 존zone에 맞게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만든 좋은 제품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낸 해답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했다면 나는 화장품과 피부에 조금 전문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톤28은 ‘기후변화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꺼냈다. 얼굴의 피부 존 별로 각각 상태가 다르듯이 계절과 기후 별로 피부가 변하니 그것에 맞춘 화장품을 만들어서, 주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좋은’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엄청난 노력을 했다.  



2. 메시지를 전한다.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는 나에게 언젠가 친구가 물어본 적이 있다. 좋은 브랜드의 필수 요건은 어떤 것이냐고. 그 질문에 세 가지를 꼽아서 대답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다.  


톤28의 경우에도 이런 브랜드 메시지가 뚜렷했다. 두 대표가 취재 기간 동안 계속해서 ‘환경과 나를 위해 행동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한다는 말을 계속 언급한 것이다.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브랜드답게 톤28은 환경 문제에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박준수 대표는 톤28이 환경을 하나의 트렌드로써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환경’에 집중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들은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유리 용기를 과감히 버리고, 종이로 만든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출처 : https://www.toun28.com/


또 하나, 톤28이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웰에이징well-aging이다. 모든 화장품들이 안티에이징Ati-aging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강조하고 있는 지금, 톤28은 잘 늙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 광고 영상에 이런 문구가 나와요. ‘Before & After를 보고 화장품을 구매하는 분들은 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극적인 변화를 원하시면 구독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저희가 집중하는 건 ‘얼굴에서 광이 난다. 잡티가 없어진다.’와 같은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잘 늙자는 의미의 ‘웰이이징’이거든요. 당장의 극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피부 건강에 좋은 걸 선택한 거죠."


기본적인 제품이 갖춰진 다음 이들을 집중한 것은 그 제품을 쓸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제품과 브랜드의 성격에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는 그 브랜드의 제품을 한층 더 완성도 있는 단계로 끌어올리게 된다.


"1973년 미국 벤투라의 한 정육 가공 창고에서 시작한 파타고니아는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철학 아래 ‘자연을 최대한 덜 해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브랜드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Magazine B. patagonia편 중에서


톤28처럼 브랜드 메시지가 명확한 브랜드가 있다. ‘환경’ 하면 떠오르게 하는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다. 이들도 확고한 브랜드 메시지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도 손꼽아 칭찬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톤28은 그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3. 지킨다.


올바른 결정, 그른 결정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는 열정과 의지다.

-<현대카드가 일하는 방식 50 PRIDE> 중에서


톤28이 운영할 때 절대적으로 지키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무조건 유기농으로 제품을 만든다. 톤28은 제품을 만들 때 보통 기업들이 쓰는 원재료의 10배가 넘는 가격의 먹는 용도의 유기농 원재료만을 고집한다. 두 번째 기준은 ‘이왕이면 피부도 지키고 환경도 지키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자신들이 ‘준비한 것보다 많은 걸 말하지 않는다’이다.


제품 생산과 서비스,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이 세 가지는 무조건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이들이 그것을 과연 지키는 것인지는 제품을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내린 결정을 흔들리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의지를 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알려주는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톤28의 제품이 진짜 천연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으로 누군가 식품의약품안정청에 신고를 한 적이 있었나 보다. 그때 정마리아 대표가 직접 제품들과 증명 서류들을 들고 가서 담당 주무관에게 일일이 제품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조사하는 주무관이 ‘이거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문의를 해온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계속해서 그들이 의지를 가지고 가치를 지켰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이것 말고도 그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많다. 종이 용기의 특허권을 지킨 일이 대표적인데, 톤28은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화장품 유리를 버리고, 종이 스파우트 용기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종이 용기를 한 업체에서 무단으로 특허를 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끊임없이 설득해서 특허권을 지켰고, 종이 용기도 완성시켰다고 했다.  


그 이야기와 더불어 다른 수많은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나는 브랜드를 지키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새삼 한 번 더 느끼기도 했다. 본인들의 가치를 지킨다는 것. 말로는 쉽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두 대표가 장인Master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톤28의 제품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Masterpiece이고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브랜드들은 대부분이 해외 브랜드들인데,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100년 가는 브랜드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하게 되었다.  


퍼스널 브랜드가 답이라고 외치는 요즘이다. 취업과 자영업이 어려워지는 요즘, 누구나 한 번쯤은 ‘1인 퍼스널 브랜드 사업가’를 꿈꿔봤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본인도 혹시나 그렇다면, 톤28이 지키고 있는 톤tone을 한 번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비슷한 것에서 차이를 외치려 하지 말고, 이들과 같이 정말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는 브랜드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지기를 바란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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