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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땅을 딛고 선 자

2) 새로운 길을 만들다

by 호서아빠

Chapter 1: 새로운 길을 만들다.


사바나는 말이 없었다.

아무런 짐승도 울지 않았고, 바람조차 마른 흙먼지를 낙엽처럼 흩날릴 뿐이었다.

하늘은 높은데, 무리는 낮았다.

풀보다 키가 작은 존재들이 땅 위를 기듯 흘러갔다.


그러나 그들 중 하나만은 달랐다.

오스 Aus.

그는 곧게 펴진 허리를 자주 굽혔다 폈다.

등은 아직 굳건하지 않았고, 척추는 자꾸만 무게 중심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두 다리만으로 걷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두 다리로 곧게 서야 풀보다 조금 더 높은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래.”

뒤에서 람이 속삭였다.

“허리 굽히는 것도 이제 귀찮은가 봐.”

무리 중 어린 개체들이 킥킥 웃었다.

오스는 듣지 못한 듯 계속 걸었다.

오직 두 발로.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바람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사바나는 메말라가고, 풀은 바싹 말라 뿌리째 뜯겨 나가고 있었다.

오스는 말없이 무리의 앞에 섰다.

그의 눈엔 지난 세대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그 기억은 ‘색’을 보는 자, 레드 Red로부터 시작되었다.

레드는 색으로 생존을 이끌었고, 이제 오스는 그 색이 사라진 세계에서 ‘길’을 만들어야 했다.


오스의 무리는 두 발로 걸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땅에 속한 자들도 아니었다.

여전히 긴 팔과 갈고리처럼 생신 손가락 덕분에 나무 타기에 능숙했고,

발바닥은 평평해 오래 걷기는 힘이 들었다.

땅 위를 걸을 수 있었지만,

아직 하늘 아래, 나무 가지를 위를 그리워하는 존재였다.


바람이 땅 위로 길게 불었다.

한때 울창했던 숲은 이제 먼 기억처럼 느껴졌다.

오스는 오늘도 해가 뜨기 전, 무리의 앞에 섰다.

어제보다 나무는 더 적었고, 열매는 더 멀리 있었다.


그는 가만히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북서쪽으로 가자.”


그는 방향을 잘 잡는다는 이유로 무리의 선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오스는 스스로를 리더라 부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먼저 걷는 자’였다.


사바나의 흙먼지가 햇빛을 삼켰다.

무리 중 몇몇은 여전히 네 발로 걸었지만, 오스는 등을 곧게 펴고, 허리를 들었다.

두 발로 선다.

그건 더 높은 풀 너머를 보기 위함이었고,

더 멀리 던질 수 있는 자세였으며,

하늘과 눈을 맞출 수 있는 방식이었다.


“오스, 또 그러고 걷는 거야?”

뒤에서 말하는 건 람이었다.


네 발로 걷는 게 익숙한 그는, 오스의 움직임을 볼 때마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허리 아프지 않아?”

람이 물었다.

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 하지만 보이는 게 달라. 게다가 아픈 건 점점 참을 수 있어.”


그는 멀리 솟은 나무 기둥 하나를 가리켰다.

“저기. 물소가 있어. 네 발로는 저걸 못 봐.”

람은 잠시 그곳을 올려다봤지만, 그의 시선은 풀에 가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오스는 고개를 돌려 앞을 향했다.

그의 척추는 완전히 곧진 않았지만, 충분히 높이 들려 있었다.


오스의 무리는 그날도 수평선 너머로 이어지는 풀밭을 따라 걸었다.

무리 중 일부는 오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허리는 아팠고, 균형은 불안했다.

그들은 다시 네 발로 기어 갔다.


그러나 오스는 버텼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였고, 넓은 골반은 서 있는 자세에 점점 익숙해졌다.


무리 중 몇몇은 여전히 네 발로 걸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더 빨랐고, 편안해 보였다.

멀리까지 이동한 날에는 항상 가장 먼저 지쳐 쓰러지는 쪽이 그들이었다.


하지만 오스는 계속해서 등을 곧게 펴고 걸었다.

처음엔 허리도 아프고 시선도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시야가 넓어지고 발이 덜 피로해졌다.


“왜 너만 덜 힘들어 보여?”

한 유인원이 물었다.


오스는 잠시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서 있으면, 하늘을 오래 볼 수 있어.”


그는 걸으며 무리에게 얘기했다.

"이건 단지 조금 변하는 게 아니야. 몸 전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어."

그날 이후, 오스를 따라 몇몇 젊은 유인원들이 두 발로 걷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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