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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땅을 딛고 선 자

3) 발명의 발견

by 호서아빠

Chapter 2: 발명의 발견


사바나는 위험으로 가득했다.

덩치 큰 사자와 하이에나, 뱀과 독초, 숨을 곳도 없고 도망칠 나무도 없었다.

해는 사바나를 노랗게 물들였다.

열매는 거의 없었고, 짐승들은 더 멀리로 흩어졌다.

무리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굶주림은 조용했고, 목마름은 폭력보다 더 빨리 몰아쳤다.


오스 무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시간이 되었다.

해 질 녘엔 맹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감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날 오후에도 오스는 무리보다 앞서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기분 나쁜 무엇인가를 느꼈다.


풀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냄새

위험한 동물의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돌 틈에서 미세한 떨림도 느껴진다.

그건 대형 맹수의 발소리가 닿기 전, 땅이 먼저 말해주는 경고였다.


아주 낮은 언덕 아래, 굽은 나무가 보였다.

그 밑에 엎드린 동물 무리가 가만히 숨죽인 채 쉬고 있었다.

‘먹잇감…이 아니라… 위험이다.’


그는 돌을 들었다.

어디서 떨어진 것인지 모를, 한쪽이 뾰족하지만 꽤나 단단한 조약돌이었다.

손에 들고 뒤로 물러나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오스!”

람이 먼저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오스는 말 대신 손으로 멀리 가리켰다.

“저기… 동물이 있어.”

“뭐? 고기?”

“아니. 위험이야. 우리를 사냥할 수 있는 동물”


무리는 곧 멈췄고, 가장 나이 많은 암컷이 발자국을 살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건… 짐승이다. 하이에나야.”


잠시 후, 무리는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오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등은 떨리고 있었지만, 눈은 다시 앞으로 향했다.

더욱 어두운 곳으로 무리 전체가 이동했다.


밤이 되었다.

풀 사이에서 곤충이 웅웅거렸고, 별빛은 서늘했다.

오스는 혼자 동굴 바깥쪽에 앉아 있었다.


오스의 손에는 낮에 먹으려다 실패한 도토리가 들려 있었다.

그는 주변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그건 그냥 돌이었다.

그러나 ‘손에 쥐어졌다’는 사실이 그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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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의미도, 결과도 없는 행동이었다.

그는 한 번, 돌을 도토리에 세게 부딪혀 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툭.

무언가 깨졌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기술적 행위가 아니었다.

그건 그냥, 처음으로 ‘무의미한 행동’을 해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났다.


오스는 생각했다.

‘이건 뭘까.’

그는 알지 못했다.

그는 지금, 손을 실험하고 있었다.

마치 두 다리로 걷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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