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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09. 2024

연문위키 - 3편. 인문학

그거 배워서 어디 써요?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우리 선조들은 먹고살만해 지면서부터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농부나 일꾼들은 아니었겠죠? 굶어 죽을 걱정이 없던 사람들 중에 이렇게 이상한 생각에 빠진 사람들을 철학자(Philosopher)라고 부릅니다. 철학의 어원이 '지혜를 사랑하다'이니 사람의 근원을 묻는 질문들은 고대 철학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을 거예요.


사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죠? 세상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저 거대한 태양도 원자로 이루어졌죠. 우리가 느끼지도 못할 만큼 작은 원자라는 블록으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세상이 조립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수소(H), 탄소(C), 산소(O), 질소(N)의 네 가지 원자가 지구상의 생명체의 99%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자 수준으로 들어가 보면 사람이나 파리나 다 거기서 거기란 말입니다.

우리 DNA 안에 있는 질소, 우리 치아의 칼슘, 핏속의 철,
애플파이 안에 있는 탄소는 모두 붕괴하는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  – 칼 세이건



무엇보다 이 원자들은 살아있지 않죠. 살아있지 않은 물질로 이루어진 것에 어떻게 생명이 생긴 걸까요? 같은 원자로 만들어졌는데 어떤 조합은 돌이 되고, 또 어떤 조합은 사람이 된다니. 원자들은 그냥 특성에 맞게 운동할 뿐인데 말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원자 운동의 우연한 조합의 결과, 우리는 감정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죠.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기원전 460년 무렵 ~ 380년 무렵)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이므로 실제 인생 목표는 별게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인생의 최고 목적이란 쾌활함에 있으며, 모든 일에서의 온건함과 문화적 고양을 통해 그것이 잘 성취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쾌와 불쾌는 이로운 것들과 이롭지 못한 것들을 구별하는 경계"이고, 이런 의미에서 "사람에게 가장 최선은, 가능한 가장 유쾌하게 그리고 가능한 가장 괴롭지 않게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 데모크리토스

즉, 데모크리토스는 통제 가능한 쾌활함을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의 목적이라 생각하고, 모든 행동과 의무의 기준으로 보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아무 의미 없는 원자들의 움직임일 뿐인 우주에서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의미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여긴 거죠. 여기에서 이미 '고대 원자론'이 등장합니다. '원자를 근간으로 하는 세상'이라는 데모크리토스의 관점은 이후 물리학에 큰 영감을 주었죠.




그런데 과연 의미나 목적 없는 세상이 인간에게 가능할까요?


무리를 이룬 미어캣 집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을 믿는 능력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상상 속존재를 믿는 능력으로 다른 생물 종과는 다르게 매우 큰 인간 사회 구축이 가능했을 거라고 했죠. 다른 동물은 기껏해야 혈연관계 중심의 소규모 집단밖에 못 이루는 것과 대조되는 능력이에요.


사랑, 정의, 행복, 국가, 종교 등과 같은 철학적 주제는 모두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쉽게 정의를 내리기가 매우 어렵고, 시대, 정치, 종교 심지어 사는 지역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정의라고 믿는 것들이 예전에는 불법이거나, 나쁜 일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지요. 


9세기 초 리젠시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연예 결혼 이야기

네플릭스에서 재밌게 본 브리저튼을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질 보여줍니다. 지금은 당연해진 연애결혼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만 했었는지 말이에요. 브리저튼의 배경은 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이 활약하던 시기의 영국인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결혼은 가문에 대한 '의무'로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하는 것이었죠. 연애결혼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어요. 불과 지금부터 200년 전만 해도 연애결혼은 '나쁜 일'이라고 정의했지요.


이렇게 환경에 따라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의가 가능한 인간 특유의 상상은 더 큰 집단에서 더 잘 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지켜갈 때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리 법칙은 게임의 규칙과 같습니다. 우리가 그것들을 이해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죠. -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반면에 과학에서는 인간 중심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위시하여 당대에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에 대한 논의를  할 때, 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양자역학에 대한 주장이 진실인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얘기하 했죠. 쉽게 말해 니가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얘기죠. 렇듯 과학 및 수학에 가치의미를 부여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종교가 더 중요했던 시기에는 가치의미를 부여했죠. 지동설을 주장하다 재판까지 간 갈릴레이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 같은 사례도 있었죠.

1927년, 5차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하이젠베르크, 보어 등 과학계의 거장이 다 모였고,  이 회의에서 양자역학의 논쟁이 있었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왜 배울까요?


자연과학에서는 인간이 만든 상상이 개입되지 않으며,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과학과  반대로 인간 중심의 체계를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라는 단어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인문학의 주인공이며, 지고지순한가치를 가지지요. 사람과 꿀벌 중에 무엇을 죽여야 한다고 하면 인문학에서는 두말없이 사람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과학에는 답을 내리기 어려울 거예요. 아마 꿀벌 승?

※ 개입(介入(끼일(개), 들(입), intervene ) : 일이나 분쟁이 일을 때, 그 사이에 끼어들다.
※ 지고지순(至高至順(이를(지), 순한(순)) : 더할 수 없이 높고 순수함. '최고로 대단한'이라는 말입니다.


역사, 문화, 언어, 법 등과 같이 사람이 이끌어가는 세상에는 이유 없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어요.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스토리가 있어요. 따라서 어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계를 유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저 사람(또는 단체)은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동기를 알아야 됩니다. 즉 WHY가 중요하죠.

※ 동기(動機(움직일(동), 틀(기), motive) :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인


 WHY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그 목적에 맞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더 상위의 목표와 하위의 목표가 서로 충돌하는지, 아니면 상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하는 일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를 찾기 위해서죠. 직장이나 사회활동에서 주어진 일에 매몰되어 왜 이 일을 하는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 인간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문학의 가치는 자연과학이 입증할 수 없을 거예요. 인문학과 과학은 서로 다른 개념의 학문이므로  때로는 모순되지만, 두 학문 모두를 조화롭게 이해하는 게 꽤 중요한 자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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